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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색한 채권안정펀드, 2차출자 될까? 1차분 2조원 가량 남아 ... 시장상황, 출범 때와 180도 달라

황은재 기자/ 한희연 기자공개 2009-05-13 16:22:19

이 기사는 2009년 05월 13일 16: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채권시장안정펀드가 4월 한달간 800억원의 자금을 집행했다. 올해 1월에만 1조3000억원의 자금을 집행한 것과 대조적이다. 1차분 소진까지 2조원 이상을 남겨놓은 상황에서 2차 출자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채권안정펀드는 금융시장이 한창 불안했던 지난해 12월 채권시장 안정화를 위해 출범했다. 당초 10조원을 운용하기로 했던 채권안정펀드는 지난해 12월17일 1차 출자금 5조원으로 운용을 시작했다. 1차 출자금의 90%인 4조5000억원이 소진되면 2차 출자를 논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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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채권안정펀드는 당초 2차 출자시기를 3월로 잡고 있었다. 긴박했던 당시 시장 환경에서 3개월 만에 5조원이 거의 소진되리라고 예상했던 터였다.

하지만 운용 5개월째인 현재 채권안정펀드의 운용자금은 3조원이 조금 넘는 수준. 이달 말 발행되는 중소·중견기업용 프라이머리 담보부채권(P-CBO)를 매입하면 3조5000억원 정도를 운용하게 된다.

출범 당시, 대기업과 은행채 발행물부터 주로 지원하던 채권시장안정펀드는 이후 중소·중견기업 지원으로 큰 방향을 틀었다. 현재는 중소기업이 주로 담긴 P-CBO를 중심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채권안정펀드는 캐피탈 콜(Capital Call)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목표 투자자금의 일부을 조성, 자금을 집행한 후 추가 수요가 있을 경우 투자금을 집행하는 방식이다. 1차 출자분을 모두 집행한 후, 추가 수요가 있으면 2차 출자가 가능하다.

1차분 소진까지 1조원이 넘게 남은 상태에서 채권시장이 예상보다 급속히 안정되고 있다는 점은 2차 출자 여부를 불투명하게 한다. 시장 안정으로 추가 수요가 없을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8%를 훌쩍 넘던 3년만기 AA- 회사채 금리는 지난 12일 5.08%를 기록했다. 10%가 넘던 3년만기 AA-여전채 금리도 최근 5% 중반대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출범 할 때와 시장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며 "은행이나 회사들이 스스로 채권발행이 가능하고 중소기업들도 수요가 별로 없어서 P-CBO 만드는데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사정이 나아져 추가 출자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도 "신용 스프레드도 계속 낮아지는 추세고 BBB0까지는 시장발행이 가능한 상황이다"며 "신용보강 후 매입하는 방식으로 6월말까지 만기 도래하는 물량은 이미 다 사 놓은 상태라 추가로 급하게 필요한 자금도 없다"고 설명했다.

1차 출자 당시 은행들은 '억지로 2차 출자하지 말자'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견·중소기업은 은행대출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고, 회사채는 발행이 잘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들은 더욱이 2차 출자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채권안정펀드 출자를 위해 2조5000억원을 지원했던 한은도 민간의 자구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작년 10월 이후 특정 부문을 대상으로 한은이 유동성을 직접 공급하는 조치가 몇 가지 있었지만, 지금은 직접유동성을 공급할 필요성은 많이 줄었다"며 "채권안정펀드나 은행자본확충펀드도 기본적으로 민간부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민간부문에서 처리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보고 정책당국의 도움이 필요할 때 고려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기 산은자산운용 상무는 2차 출자 여부에 대해 경기 회복이라고 완전히 단언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상무는 "시장이 많이 안정되어 있고 1차 자금도 아직 많이 남은 상황이라 추가 출자 여부를 운운하기엔 아직 이르다"며 "현재 채권시장이 안정돼 있지만 신용위기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시장상황을 점검하면서 추가 사항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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