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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신용평가·투자자 '벽' 높다 "발행자 파산시 커버풀 매각 유동성 확보 쉽지 않아"

황은재 기자/ 이윤정 기자공개 2009-05-28 10:36:40

이 기사는 2009년 05월 28일 10: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커버드본드법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이 국제금융시장에서 발행한 채권이 신용등급이나 금리면에서 다른 나라 커버드본드와 같은 대우을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국제 신용평가사나 투자자들은 커버드본드를 발해한 국내 금융회사가 파산할 경우 투자 원리금 회수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은행의 파산이나 부도가 국가부도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되는 있어 커버드본드의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커버드본드 무용론도 제기되고 있다.

◇ 발행자 파산시, 커버풀 매각 유동성 부족

국민은행이 발행한 10억달러의 커버드본드 신용등급이 AAA가 아닌 AA로 평가된 데에는 발행 근거법의 미비, 정부와 국민은행의 상대적으로 낮은 신용등급 수준 외에도 발행자가 파산하거나 부도에 처했을 때 투자자들의 원리금 회수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자리잡고 있다.

커버드본드 발행자가 부도날 경우 투자자는 발행자와 커버풀(Cover Pool)을 상대로 원리금 지급 청구권(이중청구권)을 행사하는데 발행자가 상환에 응할 수 없다면 투자자는 커버풀을 매각하거나 커버풀에 투자 원리금이 쌓일 때까지 기다려 원리금을 회수하게 된다. 현실적으로는 자산 매각 방식을 활용하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다.

자산매각 관점에서 부도·파산시 원리금 회수 가능성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발행자가 은행이면 파산시 커버풀 매각을 통한 투자원리금 회수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국제신용평가사들의 입장이다.

국내 카드사나 캐피탈사 등이 커버드본드를 발행하고 파산했다면 다른 금융회사들이 커버풀 매입에 나설 수 있지만 은행 파산은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국내은행 파산=국가부도사태'로 간주되고 있다.

우리와 달리 유럽은 전체가 한 경제권인 까닭에 발행자가 파산이나 부도를 맞을 경우 커버풀을 다른나라 금융회사 등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투자원리금을 회수할 수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커버풀 구성에는 제한이 있지만 부동산담보대출채권의 경우 최대 LTV 60% EEA(European Economic Area)국가뿐 아니라 스위스, 미국, 캐나다, 일본의 자산을 커버풀에 편입할 수 있다. 중국과 일본 등이 유사시 우리나라의 커버풀을 매입할지 여부는 현재로서 판단하기 쉽지 않지만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커버드본드법이 있다고 해도 파산시 유동성 공급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유럽에서처럼 AAA 등급을 받기 어렵다"며 "커버드본드법이 신용평가사들의 논리를 극복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 유럽 투자자의 벽..외교능력 필요

투자자들이 국내은행이 발행하는 커버드본드를 인정해주느냐도 관건이다. 유럽 은행의 커버드본드와 국내 은행이 발행한 커버드본드가 동일한 것으로 인정받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현재 유럽은 역내 금융회사들이 발행하는 커버드본드에 대해서 투자한도나 위험가중치 측면에서 우대하고 있으며 은행들이 유럽중앙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할 때 Tier 1 담보로 이용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발행한 커버드본드가 유럽 국가들이 발행한 것과 같은 커버드본드로 인정을 받는다면 투자층이 확대돼 조달 비용 절감효과를 본격적으로 누릴 수 있다.

아쉽게도 이번 국민은행 발행 채권은 투자 혜택과 위험가중치 축소 적용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에 발행이 이루어진 이유중 하나인 셈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유럽중앙은행이 인정하는 커버드본드만 대상이며 국민은행의 커버드본드는 같은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 금융시장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발행하는 커버드본드가 유럽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법으로만 해결될 것은 아니다"며 "우리나라 커버드본드가 국제적 인정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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