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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1500과 환율 1100원, 언젠가는 가겠지만…

이진우 NH선물 기획조사부장 공개 2009-06-10 10:24:18

[편집자주]

시장은 정글과 같습니다. 수없이 밀려오는 정보의 바다에서 나무와 숲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지혜가 없으면 살아 남을 수 없습니다. 피말리는 머니게임이 벌어지는 금융시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thebell이 엄선한 칼럼진의 통찰력과 함께 만나 보시기 바랍니다.

이 기사는 2009년 06월 10일 10: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 너무 쉬웠던 위기탈출 … 다시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하는 시장

전대미문(前代未聞)이라…… 일찍이 들어보지도 못했다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2008년 전세계 금융시장이 혼돈(chaos)에 빠져들고 실물경제가 정신차리기 힘든 속도로 추락하자 누가 먼저 쓰기 시작했는지도 모를 ‘전대미문의 위기’라는 현실 진단을 모두가 별 다른 이의 없이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머징 증시들은 작년 10월 말부터, 그리고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증시들은 금년 3월 초부터 (단기) 바닥을 치고 오름세로 돌면서 곧 뭔가 뒤집어질 것 같던 위기감은 조금씩 희석되기 시작했다. 거기에다 지표의 성격상 형편없었던 2008년 3 ~ 4 분기를 지난 뒤에 나타나는 2009년 1분기의 양호한(?) 경기지표 및 기업실적들을 마주하면서(이른바 ‘기저효과’다) 위기감의 약화 정도를 넘어 경기회복에 대한 강한 기대감도 시장에 확산되었다.

끔찍했던 2008년의 ‘전대미문의 자산가격 폭락(여기에는 CDS 시장의 붕괴나 한국의 경우 달러/원 및 이런저런 재정환율의 폭등도 추가해야 한다)’이 가져올 수 밖에 없는 치명적 손실과 그로 인한 ‘사고’는 생각만큼 그렇게 심각한 현실로 드러나지 않았다. 이 정도면 되었거니 라고 생각했으나 워낙 금융시장이 잘 나가니(좀 더 구체적으로는 증시가 날아가니) 비관론자의 대표격인 누리엘 루비니 교수나 폴 크루그먼 교수 같은 사람들도 한 발 물러서면서 터널의 끝이 보인다거나 올 여름에 경기침체가 끝날 수 있을 것이라는 ‘약한 소리’를 내기 시작할 정도다.

그렇지만…… 이건 너무 쉽다. 여차하면 정책금리 내리고(시장 금리도 그 만큼 같이 따라 내리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경제성장 규모와 무관하게 마구 새 돈 찍어 공급하고, 어지간한 경제주체 간의 거래에는 정부가 지급보증에 나서고, 당장 문제될 사안은 나중에야 어찌 되든 일단 뒤로 미뤄놓고 보는 식의 원칙과 기본적 룰도 없는 미봉책으로 일관해서 수 년간 에 걸쳐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인해 누적된 손실과 대미지가 치유된다면 세상사 그 무엇도 걱정할 것이 없어진다. 경제학은 있으나마나 한 학문으로 전락하고 개별 경제주체들은 자신의 어떤 결정이 나중에 잘못될 경우에 대해서 미리 걱정할 것 없이 일단 저지르고 볼 일이다.

느닷없는(?) 국내외 증시의 급락세와 환율의 1,260원 돌파에 시장참여자들 중 일부는 당혹스러워 할 것이고 일각에서는 마침내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리라 짐작된다. 회원들을 모아 종목 찍어주는 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주가가 1500포인트는 기본이고 1600을 넘어 2000을 향해 다시 대세상승을 시작했다면서 ‘호객행위’에 여념이 없고, 환율에 대해서는 국내 굴지의(그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기업과 개인들에게까지 행사하는) 연구소 주도 하에 하반기 내지 연말 1,100원대 환율로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동의한다. ‘언젠가는’ 코스피가 1500을 넘어 2000도 다시 노려볼 수 있을 것이고 환율도 ‘결국에는’ 1,100원대로 내려설 것이다. 그러나 1~2년 전에 구축된 포지션에 대한 정리가 불가피함에도 지금 대세를 이루는 주가상승과 환율하락 전망에 안주해 마냥 기다리기에는 위험스럽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언젠가는 가겠지만, 그 언제가 될지 모르는 언젠가를 기다릴 시간적, 금전적 여유가 부족하다면 지금은 바짝 긴장하고 액션을 취할 때다.

◈ 데드 크로스 임박, 글로벌 달러가치 회복, 스왑 포인트 눌림

[차트 1] 코스피(KOSPI) 일간차트


차트인용 : Infomax, 6월 9일 14:25 현재, 이하 같음

- 글로벌 증시와 마찬가지로 밸류에이션(valuation)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서울 증시는 지금 하락 압력에 직면해 있다.

- 5일선이 20일선을 하회하는 단기 데드 크로스(Dead cross)가 이미 이루어졌고, MACD나 RSI 같은 기술적 보조지표에서는 매도 다이버전스(Bearish divergence)가 이미 작동하기 시작했다.

- 패턴을 살피더라도 이중 천정(Double-top) 혹은 다이아몬드(Diamond) 패턴이 감지되는데, 이는 상승추세가 하락추세로 반전될 것임을 시사하는 패턴들이다.

[차트 2] 대만 자취엔(加權) 지수 일간 일목균형표

- 6월 들어 아시아 증시의 약세는 대만 증시가 주도하고 있다.

- 대만달러 환율(USD/TWD)도 6월 2일 32.20 저점에서 32.93까지 6거래일째 급등 중이다. 외국인 계좌에 현금이 상당히 많이 비축되었다고 최근 대만 언론에서 자주 언급되었지만 실상 대만달러 환 베팅했던 금액으로 추정된다.

[차트 3] 유로/달러(EUR/USD) 주간 일목균형표

- 6월 초 1.4340달러까지 급등하면서 글로벌 달러약세 심화, 더 나아가 달러의 기축통화로서의 위상이 흔들린다는 논란까지 불러 일으켰던 유로/달러 환율의 급등세는 기술적 속임수(whipsaw)로 보인다.

- 1.4180 달러라는 기술적 크리티컬 레벨이 돌파되면서 유로/달러 손절 매수가 촉발되면서 나타난 오버슈팅이었지만 벤 버냉키 의장을 비롯하여 연준(FRB) 관계자들이 인플레에 대한 우려를 언급하면서 시장은 미국의 통화정책이 긴축으로 선회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 S&P가 영국의 신용등급 전망 하향조정에 이어 아일랜드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그리고 등급전망은 부정적으로 하향조정 하는 데서 드러나듯이 아직은 유로화가 달러를 대체할 통화라는 명제를 운운하기에는 시기상조다.

[차트 4] 달러 인덱스 주간 일목균형표

- 작년 3월부터 글로벌 증시가 급락세로 접어들고 국제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져들면서 달러는 강세를 보였다. 달러가 강세를 띨 만한 논리적 이유는 찾아볼 수 없었지만 세상 어지러워지면 아직은 달러가 최고인 엄연한 현실을 확인한 셈이다.

- 금년 3월 초부터 달러가 약세로 돌아선 것은 국제금융시장이 안정세를 회복한 데 따라 불가피한 장세였다. 달러 움켜쥐고 있던 세력들이 달러를 풀기 시작했던 것이다.

- 5월 들어 달러약세가 심화되자 당장에라도 달러가 기축통화 지위를 잃어버릴 것처럼 이런저런 논란들이 벌어졌지만, 작년에 보았던 달러 인덱스 저점을 하회하기도 전에 벌어지는 이런 논란은 아무래도 성급하다.

[차트 5] FX 스왑 포인트 추이

- 금융위기가 고조될 때마다 급락세를 보인 바 있는 FX 스왑 포인트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 최근 1개월 스왑 포인트가 마이너스(-) 3원 40전까지 밀리고 있는데, 투신권의 환리스크 헤지를 위한 선물(환) 매도 포지션의 롤오버가 집중되고 있는 마찰적 요인 이외에도 한국은행의 외화유동성 회수, 영국의 신용등급 전망 하향 이후 유럽계 외은지점들이 스왑 시장에서 ‘Buy & Sell’쪽으로 몰려드는 경향 등이 스왑 포인트를 누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아직 스왑 포인트 하락 속도가 작년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이 또한 시장안정 측면에서는 바람직한 시그널은 아니다.

- 달러/원 환율은 1,230원에서 두 번 바닥을 치고 방향을 위로 틀고 있다. 1,280원과 1,300원 등이 그리 쉽게 열릴 레벨들은 아니라 여겨지지만 1,100원대 환율을 보는 데에는 아무래도 좀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듯 하다.

[칼럼니스트 소개]

[주요경력]

2002년∼현재 NH투자선물 리서치 팀장 및 기획조사부장

2000년∼2002년 농협중앙회 국제금융부 원/달러 트레이딩

1995년∼1999년 한화종합금융 국제금융부 딜링룸 헤드

1990년∼1995년 한국종합금융 국제금융부 외화대출 및 딜링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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