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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실적 서프라이즈, 화장발인가 부실 우려 커졌는데 충당금 덜 쌓아…또 위기 오면 치명타

김현동 기자공개 2009-08-25 10:05:14

이 기사는 2009년 08월 25일 10: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앞으로는 부실이 발생하면 바로 손익에 영향을 줄 것이다. 올해 하반기에 작년처럼 대형 부실이 터진다면, 은행들이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내 은행들이 올해 상반기 2조80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특히 2분기에만 2조3000억원의 이익을 쓸어 담았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진을 면키 어려울 것이란 예상을 깬 '서프라이즈'였다.

그러나 은행들의 실적 호전을 의심의 눈으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부실 위에 쌓아 올린 이익이라 언제든 다시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부실이 우려되는 여신은 계속 늘고 있다. 호황기 대폭 대출을 늘린 조선 해운 건설 등의 업종은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그러나 손실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쌓아두는 대손충당금은 상대적으로 줄고 있다. 이른바 '이익 유연화(smoothing)'가 적극적으로 시도됐을 것이란 의혹을 지우기 어렵다.

이익의 질이 악화된 또 하나의 증상은 핵심 영업이익인 이자이익의 감소다. 이자이익은 1년 전에 비해 6.1%, 금융위기 직후인 작년 하반기와 비교하면 18.5%나 감소했다.

◇ 고정이하, 금융위기 전 2배…충당금적립비율 ↓

올 6월말 현재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외환)의 고정이하 여신규모는 11조1159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35% 급증했다. 금융위기 직전인 작년 3분기 대비로도 2배 가까이 늘어났다.(왼쪽 그림 참고 )

은행별로는 우리은행의 고정이하 여신이 3조1210억원으로 가장 많고, 국민(2조8535억원) 신한(2조3780억원) 하나(1조8230억원) 외환(9404억원) 순이다.

고정이하 여신이 늘어나면서 총여신에서 고정이하 여신이 차지하는 비율도 1%대를 훌쩍 넘어섰다.

대손충당금의 절대 금액도 늘었다. 그러나 부실 여신이 증가하는 폭에는 미치지 못했다. 위기 이전에 200%에 육박하던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급락했다.

충당금 적립 비율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4분기 부터다. 금융위기로 부실 여신이 늘고 부실이 우려되는 여신도 급속도로 증가했지만 은행들의 충당금 적립의지는 훨씬 약해진 것이다.

작년 1분기 우리은행의 고정이하분류 여신에 대한 충당금적립비율은 209%에 달했다. 이 비율은 이후 계속 하락해 올 6월말 현재 절반도 안되는 103.0%에 그친다. 시중은행 가운데 최저 수준이다.(왼쪽 그래프 참고 )

하나은행 역시 부실자산 증가속도에 비해 대손충당금 적립속도가 낮은 편이다. 하나은행의 부실자산 커버리지 레이시오는 작년 6월말 167.5%였으나, 올 6월말에는 108.3%로 떨어졌고 지난 1분기에는 100.2%까지 추락했다.

고정이하 여신에 대한 커버리지 비율이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국민은행도 1년전과 비교하자면, 적립비율이 지나치게 낮은 것이 사실이다. 신한은행은 요주의이하 여신 규모가 계속 늘고 있어 경계가 필요한 상황이다.

◇ "이익의 질이 좋지 않다"

은행들은 2006∼2007년 간 1조∼2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이익을 냈고, 이를 통해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작년 말 이후 영업이익이 줄어들자 충당금 적립규모를 줄이고 있다.

은행들이 작년 상반기 만큼의 대손충당금을 쌓았다면, 은행권의 순익 규모는 반토막났을 가능성이 높다.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이익 규모가 줄면서 은행들이 대손충당금 적립규모를 줄이고 있다"면서 "대출채권 매각손이 있긴 하지만, 이익의 질이 좋지 않다"고 평가했다.

신평사 관계자도 "건설사 관련 대출 부실을 다른 은행에 비해 빠르게 인식한 국민은행 조차 충당금을 충분히 쌓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다른 은행들의 상반기 순익은 충당금을 덜 쌓은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충당금 적립률 하락의 이유중 하나로 대출채권 매각과 유동화를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그러나 과거 대출채권 매각과 유동화가 많았을 때와 비교하더라도 지난해 4분기 이후 충당금 적립률 하락폭은 지나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은행업감독규정'에 따르면, 은행들은 정기적으로 차주의 채무상환능력을 감안해 적정 수준의 대손충당금을 적립·유지해야 한다. 문제는 차주인 기업들의 채무상환능력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아래 그림 참고 )

충당금을 충분히 쌓지 않았다는 것은 부실을 제대로 정리하지 않았다는 것. 향후 부실여신이 현실화될 경우 실적이 대폭 악화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신평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충분한 대손충당금을 쌓고도 이익이 났지만, 이제는 부실이 터지면 곧바로 손익에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며 "경기가 현 상황에서 나빠지지 않는다면 모르겠지만, 작년처럼 부실사건이 터진다면 버퍼가 부족하다"며 말했다.

금융감독 당국 고위 관계자도 "미국의 상업용 모기지 연체율이 계속 상승하는 등 경기회복까지는 '복병'이 남아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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