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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유동성비율 높은데, 왜 쩔쩔맸나 유동성비율만 상승, 은행채 조달 만기는 1~2년에 집중

황은재 기자공개 2009-09-08 16:12:19

이 기사는 2009년 09월 08일 16: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해말, 국내 시중은행 여러 곳이 일부 대기업을 상대로 대출 회수에 나섰다. 극심한 신용경색으로 너나없이 자금이 모자라던 상황에서 은행들이 우산 뺏기에 나선 것이다.

고객 기업이 머지 않아 망할 것 같아서 미리 발을 빼자는 차원이 아니었다. 은행들은 오히려 자금에 여유가 있는 곳에 간청하다시피 대출 조기상환을 요구하고, 항상 해주던 만기연장을 꺼리고 신용한도를 줄였다.

일부 은행은 대대적인 채권 발행에 나섰다. 대출을 크게 늘리는 상황도 아니었고 특별히 쓸 곳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원화 유동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 110% 넘는 원화유동성비율에 거품이…

국내 7개 시중은행(국민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외환은행 한국씨티은행 SC제일은행)의 지난해 9월말 기준 원화 유동성비율은 감독기준인 100%를 모두 넘었다. 은행의 평균 원화유동성 비율은 110%에 달해 유동성 자산이 유동성 부채를 모두 갚고도 남았다.

그러나 정작 위기가 터지자 유동성비율은 의미없는 숫자였다. 100%를 훌쩍 넘겼던 유동성 비율은 거품 투성이었던 셈이다. 올해 6월말 현재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원화유동성 비율은 123.83%와 121.35%에 달한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113%대로 높다. 그러나 지난해 돈이 없어 쩔쩔매던 은행의 모습을 생각하면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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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단위 : %,, 2008.09 이전 - 잔존만기 3개월 이하, 2008.12 이후- 잔존만기 1개월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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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비율 기준 변경 이후, 08년9월말 대비 12월말 기준 유동성 자산·부채 감소 비율

은행 유동성 비율을 부풀려 놓은 것 중 하나가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해 10월 금융감독당국의 산정기준 변경이다. 금융감독원은 잔존만기 3개월 미만 자산과 부채를 기준으로 계산하던 유동성비율을 잔존만기 1개월로 바꾸었다. 국제적인 관행과 은행의 합리적인 유동성관리를 유도한다는 명분이었다. 또 유통 양도성예금증서(CD), 한국은행 지준예치금, 잔존만기 3개월이내 신용카드채권, 3개월 이내 기업구매전용카드 채권 등을 유동성 자산에 넣을 수 있게 했다.

기준 변경만으로 7개 시중은행들의 원화 유동성비율은 대략 13~14% 가량 높아진 것으로 당시 은행권은 추정했다. 지난해 9월말 106%였던 시중은행 평균 유동성비율이 연말 112%까지 높아진 비결이다. 기준 변경의 효과만큼 유동성 비율이 오르지 못한 것은 실제 은행의 유동성 사정이 개선되기는 커녕 악화됐음을 시사한다.

◇ 금융위기, 시중은행 자금조달 '단기 집중'..차환 위험 ↑

넉넉한 유동성비율에도 불구하고 국내 은행이 쩔쩔맸던 이유는 유동성자산의 '유동성'이 형편 없었기 때문이다. 말이 유동성자산이지 만기가 되어도 회수할 수 없었다.

실제로 한신정평가가 지난해말을 기준으로 7개 시중은행의 대출채권과 차입금의 실질 만기를 조정해 시중은행의 유동성을 점검해 보니 공식 지표와는 딴판이었다. 조정 전에는 1년 미만의 자산이 부채를 무려 307조원 많았다. 그러나 조정후 그 차이가 20조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모 은행은 실질 유동성자산이 유동성부채보다 1조7000억원 부족했다.

은행의 대표적인 자금조달 수단인 원화사채의 만기 관리도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오히려 금융위기와 유동성비율 산정기준 변경 이후 더 단기화됐고 만기 집중으로 금융시장의 교란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중은행 원화자금조달 담당자는 "기준변경 전에는 3개월 이상 자금 조달에 신경을 썼지만 이후에는 장기 조달 필요성이 줄었다"며 "조달 전략에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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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부터 지난달 22일까지 발행된 시중은행 5곳의 은행채 만기는 1년 이하가 40.5%, 1년초과 2년이하가 40.4%로 만기 2년이하에 80.9%가 집중됐다. 지난해 시중은행 5곳(씨티은행 SC제일은행 제외)의 만기별 발행 비중이 1년 이하가 25.6%, 1년초과 2년이하가 39.1%, 2년초과 3년이하가 20.6%였던 것과 비교된다.

일부 시중은행에서 5년만기 초과 채권을 발행했지만 대부분이 구조화 채권으로 1~2년 내에 콜옵션이 행사된다. 실질 만기는 1~2년에 불과하다.

올해 은행채 발행이 지난해 고금리 정기예금 유치 등으로 순감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만기도래한 장기 은행채가 같은 만기로 발행되지 않고 이보다 짧은 1~2년 만기로 차환됐음을 시사한다.

특히 외환은행의 경우 100% 1년만기로 조달했으며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신한은행은 2년 이하 조달 비중이 86.9%, 95.8%, 73.8%에 달했다. 하나은행만 고른 만기분산을 보였다. 하나은행은 1년물이 32.2%, 1년초과 2년이하가 36.8%, 2년 초과 3년 이하가 31.0%로였다. 최초 1년만기로 발행했던 채권들이 만기도래하자 2년과 3년만기 등으로 만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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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채 만기가 쏠리는 원인중 하나는 발행의 쏠림이다. 시기마다 발행규모가 들쭉날쭉하고 만기가 1년 또는 2년으로 천편일률적이다 보니 생기는 현상이다. 실제로 중소기업대출과 가계대출을 놓고 시중은행끼리 대대적인 경쟁이 벌어졌던 지난 2006년, 모 시중은행의 월간 은행채 발행액이 평소의 3배 가량으로 치솟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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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기가 쏠려 있는 은행채는 향후 차환발행 과정에서 개별 은행뿐 아니라 금융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 이미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은행채 발행 홍수를 경험한 바 있다.

한 증권사 은행담당 애널리스트는 "은행들이 예금 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만기가 1년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장기 은행채 발행을 통해 만기 분산에 나서야 한다"며 "2년 이상 채권 금리가 높지만 조달 구조의 안정성을 도모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장기 조달 확대에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은행은 아직 찾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장기와 단기채권금리간의 격차나 너무 크게 벌어져 조달 비용을 고려했을 때 장기조달이 어려웠다"며 "만기 분산도 필요하지만 은행의 수익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장기 조달 비중을 확대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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