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09년 09월 29일 11: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택신용보증기금(이하 주신보)이 건설사 미분양 아파트를 기초자산으로 내놓은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프로그램이 존폐의 기로에 섰다. 자금부족에 허덕이는 건설사도 예전에 비해 줄었을 뿐더러 정작 돈이 필요한 기업들은 신용등급이란 진입장벽에 막혀 신청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주신보는 P-CBO 프로그램을 통해 BBB-(안정적) 이상 건설사들에 한해 유동성 확보의 길을 터줬다. 정부의 신용보강이 이뤄지면서 이들은 시장에서 무난히 자금조달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난 25일 발행한 3차 건설사 P-CBO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주신보는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를 유동화 하는 1,2차 때와 달리 준공 이전의 물량을 유동화해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 파격적 컨셉트로 시장에 러브콜을 보낸 만큼 성공을 확신했다. 최소 1조 2000억 원 규모가 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한 차례 모집이 늦춰지며 시간을 벌었지만 3차 P-CBO 프로그램은 두 건설사(대우자동차판매 567억원, 화성산업 500억원)에서 1067억원을 조성하는 데 그쳤다.
문제는 더 이상 P-CBO 프로그램에 들어올 만한 건설사가 없어졌다는 데 있었다. 경기침체가 최악의 국면을 벗어나면서 신용등급이 높은 대형 건설사는 자체적인 회사채발행을 통해 자금조달에 나섰다. 해외수주가 살아나고 수도권 미분양이 급속도로 감소함에 따라 재무구조가 탄탄한 중형건설사도 급하게 돈을 빌릴 필요가 없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주신보가 P-CBO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기업의 폭을 넓혀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진입 커트라인을 낮춰 BBB- 이하 건설사도 P-CBO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 하자는 것. 실제로 지방아파트 건설수주를 주로 하는 중소형건설사의 경우 여전히 자금난에 시달리며 정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주신보 입장에선 솔깃할 수 밖에 없다. 프로그램을 이어가기 위해선 지금 당장 4차 P-CBO 물량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건설사 지원을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프로젝트가 수요부족 때문에 세 차례 발행을 끝으로 중단된다면 주신보 입장에서도 마음이 편할수가 없다.
그러나 무턱대고 진입장벽만 낮추기엔 리스크가 너무 크다. 기업의 신용등급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도산위험이 높다는 뜻, 등급 커트라인을 완화할 경우 그 만큼의 위험을 신보가 감당해야 한다. 더군다나 최근 지방 아파트 미분양률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부실 건설사들을 끌어들일 수 만은 없다.
정부정책 차원에서 ‘건설사를 살리라’고 압박이 들어왔던 지난해 말과도 분위기가 달라졌다. 경기가 조금씩 살아 나면서 중소형 건설사를 지원해야 한다는 명분도 약해진 상태다.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을 P-CBO로 끌어들일 때 시장에서 주신보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 지도 고민해 봐야 한다.
딜레마에 빠진 주신보,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부담은 크다. 하지만 건설사 P-CBO프로그램이 매력을 잃은 상품이란 건 이미 밝혀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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