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09년 10월 19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인수목적회사 스팩(SPAC)이 입법예고 된지 2주가 지났다. 스팩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대단했다. 지난달 29일 한국거래소 주최로 열린 '스팩 제도 설명회'에 참석한 인원만 500여 명. 설명회 이후에도 거래소에는 스팩 관련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질문 공세의 중심에 서있는 사람은 조재두 유가상장총괄부장(49. 사진). 87년에 거래소에 입사한 조 부장은 지난 3월부터 거래소, 금융위원회, 증권업계, 법조계 등으로 꾸려진 스팩 제도 도입 준비 위원회에서 핵심 업무를 맡아온 스팩 전문가다.
그는 금융위원회와 함께 미국이나 유럽의 스팩 제도에는 없는 투자자보호 조항을 신설, '한국형 스팩'의 탄생을 이끌었다.
스팩, 실체는 ‘합법적 우회상장’
먼저 복잡해 보이는 구조의 스팩을 한 마디로 정의해달라고 부탁했다. 조 부장이 정의하는 스팩은 ‘합법적 우회상장’이다.
증권사를 발기인으로 스팩이라는 페이퍼컴퍼니를 거래소에 상장한 후, 우량한 비상장기업을 찾아 합병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구조만 보면 상장기업인 스팩이 비상장기업을 합병해서 간접적으로 주식시장에 상장시키는 우회상장이다.
기존의 우회상장이 재무구조가 취약하고 영업이 부진한 상장기업을 쉘(Shell)로 이용해 부작용이 많았던 것에 비해 스팩은 투자자금만으로 이뤄진 페이퍼컴퍼니라 잡음날 가능성이 적다.
상장까지 걸리는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직접 상장할 경우 기업공개(IPO)에 걸리는 시간은 최소한 1년. 스팩 제도 아래서는 합병 승인 절차를 밟는 5개월 정도의 시간만 투자하면 상장이 완료된다.
기나친 기대는 금물… 투자자보호에 역점
스팩의 장점이 부각되자 스팩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생각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조 부장은 “스팩에 대해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스팩은 제도정착단계"라며 "지금은 투자자 보호에 신경 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거래소는 금융위와 함께 미국형 스팩에는 없는 투자자보호 조항을 신설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조항은 스팩이 상장된 뒤 스팩 설립 증권사가 발행주식의 5%를 취득하도록 한 것. 일반투자자와 증권사의 이해관계를 일치시켜 증권사가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조 부장은 "증권사가 스팩 상장과 기업합병 업무만을 주관하는 외국 스팩의 경우 투자자와의 이해관계가 상충해 갈등을 빚다가 해체되기도 한다"며 “스팩의 모든 작업이 완료되기까지 증권사도 이해관계자가 되는 게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일반 투자자의 투자자금 보호를 위한 조항도 마련했다. 스팩 투자자금의 90% 이상을 증권금융에 예치, 운용토록 한 것이다. 증권금융은 이 자금을 안정적인 국공채에만 투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조 부장은 “일반 자산운용사에 투자자금을 예치시키는 미국형 스팩의 경우 지난해 금융위기 여파로 원금조차 반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한국형 스팩은 증권금융을 통해 일반투자자의 원금을 확실하게 보장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스팩이 시장에 정착해 눈에 띄는 수익을 내려면 앞으로 2~3년은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도 스팩이 도입된 것은 2003년이었지만 실질적으로 사업이 활성화 된 것은 2006년 이후에나 가능했다는 것.
조 부장은 “스팩이 활성화 될 때까지 거래소의 역할은 투자자보호"라며 "앞으로도 합리적인 수준 내에서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항을 계속 보완해 나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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