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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딧 시어머니' 우정사업본부의 역할 크레딧 분석 활발해져.."비효율" vs "시장 활성화"

김은정 기자공개 2009-10-27 09:09:14

이 기사는 2009년 10월 27일 09: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 들어 증권업계에 시어머니가 생겼다. 최근 회사채 투자를 확대하면서 크레딧 보고서 평가에 열을 올리고 있는 우정사업본부가 그 주인공.

우정사업본부는 글로벌 신용위기를 겪으면서 기업에 대한 사전분석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리고 증권사로부터 크레딧 분석 보고서를 제출 받기 시작했다. 보고서를 계량화해 실적 평가로 연결하는 통에 증권사는 꼼짝없이 보고서 작성에 매달리게 됐다.

우정사업본부가 내주는 숙제는 속된 말로 '빡세다'. 분석해야 할 대상 기업이 일주일간 수십개에 달할 때도 있다. 크레딧 애널리스트가 없는 증권사로선 죽을 맛이다.

우정사업본부의 숙제는 시장을 바꿔놓고 있다. 주식 애널리스트는 수십명을 보유하면서도 크레딧애널리스트는 아예 없거나 1~2명에 그쳤던 증권사들은 뒤늦게 인력을 확보 하느라 애를 먹었다. 자산운용사들도 마찬가지다. 그 덕에 크레딧 애널리스트에 대한 수요도 늘고 인지도도 높아졌다.

크레딧 애널리스트의 저변이 확대되면 회사채 프라이싱(가격결정)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 모멘텀(성장동력)만 강조하던 국내 자본시장에서 기업들이 안정성에 초점을 맞출 계기도 마련될 수 있다.

김종민 삼성증권 채권사업부 연구위원은 "신용등급만 보고 회사채에 투자하는 관행 때문에 기업도 크레딧 설명회 등으로 시장과 소통하기 보다는 등급 상향에만 연연해왔다"며 "에쿼티(주식) 보다 많은 금액을 투자하는 채권 투자자가 정보 습득에서 소외돼왔다"고 말했다.

국내 회사채 시장에서는 크레딧 분석이 활발하지 않아 초우량 등급을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져 왔다. 채권 시장에서 효율적인 자금조달이 이뤄지려면 등급 스펙트럼(spectrum)이 넓어져야 한다. 등급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해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필수적인 인프라다.

양진희 대우증권 채권운용본부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우정사업본부의 보고서 제출을 계기로 증권사별로 크레딧 애널리스트 충원이 이뤄졌다"며 "주먹구구식으로 해오던 기업분석이 좀 더 체계화됐다는 평가도 있다"고 설명했다.

당연히 증권사의 신용분석 기능이 강화됐다. 인력도 없고 회사채에 관심도 없던 시절엔 크레딧 애널리스트가 몇몇 중요한 기업만 보면 됐다. 신용분석이 겉핥기에 불과한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이젠 신용분석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영업을 할 수 없게 됐다.

우정사업본부가 움직이니 다른 연기금도 따라 움직인다. 높은 신용등급의 채권을 사서 보유하는 수준에 그쳤던 채권자금 운용은 위험과 수익률을 고려한 투자로 제자리를 찾아 가는 중이다. 자산운용사들 역시 이런 시장의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갑자기 바빠진 크레딧 애널리스트 중에는 당연히 볼멘소리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큰 변화 중에 생기는 어쩔 수 없는 잡음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흘려 들을 것만도 아니다.

AAA급을 제외한 모든 신용등급이 분석 대상에 올라 있어 제출해야 하는 보고서 분량이 만만치 않다. 그러다보면 보고서의 질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우정사업본부가 질(quality)보다 양(quantity)을 우선시 하면 보고서를 공들여 쓴 증권사는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지속적으로 점검을 해온 기업도 재무제표를 검토하고 산업 동향을 파악하는 등 제대로 분석을 하려면 꼬박 이틀이 걸린다"며 "우정사업본부의 일정이 촉박해 열흘 동안 30개 정도의 기업을 분석하고 있다"고 울상을 지었다.

신용등급 방향성, 신용스프레드(국고채와 금리차) 등에 초점을 맞춘 우정사업본부만을 위한 보고서는 활용도가 낮을 수 밖에 없다. 증권사에서 분석한 자료를 다양한 채널을 통해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원-소스 멀티유즈(OSMU)'와 거리가 멀다. 투입한 시간과 노력이 아까운 건 인지상정이다.

사실 우정사업본부 입장에서도 각 증권사가 '쏟아내기 식'으로 제출하는 방대한 양의 보고서를 일일이 검토하기란 쉽지 않다. 갑과 을 모두에 거추장스러운 '과제'인 셈이다.우정사업본부의 시어머니 역할이 어떤 평가를 받을 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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