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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없는 채권평가 동일등급 내 가격차 400bp…발행·평가수익률차도 100bp '기본'

황철 기자공개 2009-10-29 08:59:29

이 기사는 2009년 10월 29일 08: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채권평가사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들이 산정한 채권 가격과 시장 수익률 간 괴리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동일 신용등급 내에서조차 종목별로 크게는 400bp(4.00%) 이상 금리차가 나기도 한다.

채권 발행 과정에서 역시 표면이자와 민평수익률 격차가 100bp 이상 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 때문에 평가 금리를 기준으로 사전 수요조사를 실시하는 기업·주선사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투자자 사이에서도 민평 가격을 제시하며 적정 금리를 요구하는 경우가 전처럼 많지 않다.

채권시장의 가장 공신력 있는 지표 중 하나로 통하던 민간평가사 산정 가격이 홀대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4개월 전만해도 이정도는 아니었다"

최근 발행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A0등급 평가수익률을 보자. 28일 현재 A0등급 3년물 민평금리(KIS채권평가 기준)는 6.13%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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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채권평가로부터 평정을 받고 있는 A0등급 기업은 총 25개. 이들 중 자기등급 평균수익률과 평가금리가 20bp 이상 차이가 나는 기업 수는 무려 16개에 달한다.

100bp 이상 스프레드가 벌어진 곳도 6개 기업이나 된다. 대림코퍼레이션·두산건설은 각각 228bp, 289bp, 신세계건설은 무려 404bp나 격차를 보인다.

실트론·현대로템·현대오일뱅크 등 등급평균보다 10~22bp 낮게 수익률이 형성돼 있는 기업과 어깨를 견주기에는 차이가 너무 크다. 이쯤 되면 두 단계(Notch) 아래인 BBB+기업이라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불과 4개월 전인 6월말만 하더라도 동일등급내 민평금리차가 이렇게까지 벌어지진 않았다.

6월30일 기준 A0 평가 대상 기업 수는 26개. 이중 평균수익률(6.96%)과 10bp 이상 차이를 보인 기업은 세 군데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태영건설 18bp, 웅진홀딩스 20bp, 화인파트너스 25bp로 스프레드가 크지 않았다.

일년 전인 지난해 10월28일에도 위 세 기업을 제외하고는 모두 10bp 이내의 편차만 보이고 있었을 뿐이었다.

아래 표를 보면 모든 기업의 민평 수익률이 7%선을 기준으로 고르게 분포돼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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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행물의 표면이자와 민평 금리간 격차도 크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그동안 발행이 뜸했던 BBB급 채권에서는 평가사 산정치와 실제 발행수익률이 ±100bp 이상 벌어진 경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23일 발행한 금호산업(253회차) 채권은 신고서 제출 전일 기준(14일) 252bp나 발행·민평금리차가 났다. 아시아나항공(61회차) 회사채도 185bp나 스프레드가 벌어졌다.

상황은 다르지만(금리 역전) 동부건설 207회차 -188bp, 삼환기업123회차 -178bp, 한솔제지221회차 -177bp의 차이를 보였다. 모두 민평사의 가격 산정에 시장이 쉽게 동의하지 못했다는 것을 방증하는 사례들.

신평사 과도한 등급 상향 '주원인'

그렇다면 최근 들어 채권평가가격이 실제수익률과 괴리를 보이고, 동일등급 내에서조차 큰 편차를 나타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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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참가자들은 일차적으로 신용평가사의 친기업적 평가 태도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신평사들이 크레딧 위험의 근본적 해결 없이 단기 실적호조·영업환경 변화만을 근거로 등급상향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등급 평균보다 과도하게 높은 평가금리를 나타내는 곳에 대한 하향검토에는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시장의 동의를 얻지 못하는 등급 조정은 필연적으로 채권 가격의 왜곡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최근 건설사와 일부 그룹 계열사의 연쇄 등급상향을 두고 좀처럼 논란이 가시지 않은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 수수료 녹이기를 비롯한 자전·통정·파킹(Parking) 거래 등 비정상적 매매 행태는 가격 왜곡을 더욱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동일등급 내에서 수익률·스프레드가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그동안 신평사가 과다하게 등급을 올려 잡은 게 가장 큰 원인"이라며 "또 IB들의 과당경쟁, 채권평가사의 뒷북치기식 가격 조정 등이 이뤄낸 합작품"이라고 비판했다.

채권시장 양적 팽창에도 후진성 '여전'

올해 채권시장은 그야말로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최고의 활황기를 보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상반기(47조7346억원)에만 지난해 연간 발행액(51조5138억원)의 90%가 넘는 자금을 채권(SB·FB·ABS) 시장에서 조달했다.

현재 누적액은 67조원을 훌쩍 뛰어넘었고, 이같은 추세라면 연말까지 80조원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같은 양적 팽창에도 국내 채권시장의 후진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발행기업·IB·신평사·채권평가사 등 시장참가자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를 통해 투명하고 체계적인 거래 관행을 확립하고 원칙에 충실한 평가 체계를 구축하는 작업을 선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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