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사 등급조정 파급효과는 회사채 리테일 판매 대부분, 영향 미비…신평사 '뒷북 조정'
이 기사는 2009년 12월 03일 16: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말만 무성했던 해운사 신용등급 조정이 다시 현실화됐다. 지난 8월 한진해운의 등급 조정 이후 두 번째다. 국내 신용평가사가 대한해운을 A급에서 BBB급 기업으로 강등시키면서 해운사의 연쇄 등급조정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업황 침체로 해운사의 재무부담이 가중되면서 등급조정은 예견된 일이다. 시장 관계자는 "해운사 회사채에 이미 리스크 프리미엄(risk premium)이 붙어 있어 등급 하향의 파급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업황 개선을 확신할 수 없어 추가적인 등급 조정에 대해서는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대한해운, BBB급으로 강등…"파급효과 미비"
3일 한국신용평가와 한신정평가는 대한해운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BBB+(안정적)로 하향 조정했다. 악화된 영업창출현금흐름과 대규모 선박투자에 따른 차입부담이 등급 조정의 직격탄이 됐다.
대한해운의 매출은 대부분 빌린 배를 다시 빌려주는 데서 발생했다. 벌크선에 주력하고 있는 대한해운의 수익성이 운임수준과 벌크선 수요에 좌우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해 3분기 이후 벌크선 시황이 나빠지면서 대한해운의 매출이 감소했다. 원가부담이 커지고 거래처 부실에 따른 대손상각비도 늘었다. 대한해운의 2009년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4363억원이다.
선박투자 확대와 자사주 매입 등으로 차입금 규모는 확대됐다. 2009년 9월 말 기준 대한해운의 총차입금은 1조4069억원에 이른다. 연간 800억원으로 추정되는 과도한 이자비용도 문제다.
박상근 현대증권 채권분석팀 연구위원은 "등급전망이 부정적으로 부여돼 있어 한 노치(notch) 조정은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며 "유동성 경색 수준에 따라 각 해운사 등급이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증권사 채권매니저는 "해운사 회사채가 고금리를 노리는 리테일(소매영업) 수요로 판매된 경우가 많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며 "추가 조정으로 또 다시 등급이 떨어지면 해운사의 자금조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신평·한신정평가, 뒷북·면피 조정
한편 신평사는 '뒷북 조정' '면피 조정'의 비판에서 벗어나기 힘들게 됐다.
대한해운은 지난달 초 전환사채(CB)와 교환사채(EB)를 발행해 총 900억원의 운영자금을 조달했다. 당시 한신평과 한신정평가는 대한해운의 회사채 등급을 A-(부정적)로 부여했다. 한달 새 A급 회사채가 BBB급으로 전락한 것이다.
자산운용사 크레딧애널리스트는 "해운사에 대한 등급조정 압박이 계속됐던 상황에서 한달 전까지 A-등급을 유지했단 게 이해가 안 된다"며 "회사채 발행 직후 등급을 조정해 투자자에 혼란을 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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