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대율 규제의 함정 고금리 특판 경쟁 혈안..예금 평균만기 줄어 유동성위험 감축효과 기대이하
이 기사는 2010년 01월 25일 07: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은행 수신에서 양도성예금증서(CD)와 은행채 비중이 빠르게 줄고 있다. CD를 예금에서 제외하기로 한 금융감독당국의 예대율 규제 발표 이후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반대로 예금의 비중은 빠르게 늘고 있다. 은행들이 CD와 은행채를 상환하는 대신 수신이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예금고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은행들은 상당한 고금리의 예금 특판 경쟁에 여념이 없다.
◇ CD 잔액 100조원 붕괴…저축성 예금 급증
금융위원회가 예대율 규제를 발표하자 은행들은 연초부터 4%대 후반의 고금리를 제시하며 특판 예금 유치 경쟁을 펼치고 있다. 각종 옵션을 이행하면 5% 금리도 받을 수 있는 상품도 있다.
마침 부동산 경기가 시들한데다 주식시장도 향후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면서 특판 예금의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 투자 위험이 크게 낮은 것에 비하면 금리가 꽤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올들어 보름간 은행 저축성 예금은 8조5704억원이나 증가했다. 추세가 유지된다면 이달 정기예금의 순증 규모는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CD 발행 잔액은 지난 18일 현재 100조383억원으로 지난해 12월 이후 불과 한달 반만에 15조원 이상 감소했다. 22일 기준으로는 이미 100조원이 붕괴됐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 예금고객이 주요 대상인 창구판매 CD를 제외한 은행간 CD잔액은 한달새 5조원 가량 감소해 약 12조원 내외로 추정되고 있다. 한때 30조원에 육박했다.
SC제일은행의 은행간 CD발행 잔액은 지난해 12월7일 3조6690억원에서 21일 1조6454억원으로 2조원 가량 줄었다. 우리은행도 1조391억원에서 5891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국민은행과 외환은행은 각각 4000억원, 하나은행도 6000억 감소했다.
은행채는 지난해 4분기 이후 순상환 추세가 완연하다. 은행들은 12월 이후에만 10조원을 갚았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1조2000억원 가량의 은행채를 순상환했고, 우리은행의 은행채 발행 잔액은 2조5000억원이나 감소했다. 하나은행도 약 3000억원 줄었다.
◇ 예금 만기 갈수록 단기화…유동성 위험 축소 기대 어려워
예대율 규제는 시장성 수신인 CD·은행채를 통한 은행의 무분별한 외형 확대 경쟁과 그로 인한 유동성위험과 금리불안을 사전에 막자는 차원에서 도입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은행들은 금융위기 이전 CD와 은행채 발행을 크게 늘렸다. 이로 인해 평균 예대율이 130%를 훌쩍 넘어섰다. 국내 은행들의 높은 예대율은 국제 신용평가사와 투자기관들의 단골 우려사항이었다. 실제로 국내 은행들의 은행채 발행이 집중되면서 시중 금리는 여러 차례 급등했고 발행에 차질을 빚으면서 일부 은행들이 자금조달에 애를 먹기도 했다.
그러나 예대율 규제가 효과를 거두기 전에 국내 은행들의 예금 유치 경쟁이 과열 양상을 띠면서 부작용부터 나타날 조짐이다. 4년이라는 유예기간이 있지만 은행들은 감독당국의 규제를 피하고 영업(대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서로 질세라 제시 금리를 높이고 있다.
고금리 특판 예금 경쟁은 매년 반복될 공산이 크다. 예금의 만기가 대부분 1년 내외다. 은행들은 연말과 연초에 예금을 유치하기 위해 다시 특판 예금을 내야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은행들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나중 문제로 여기고 있다. 감독당국의 눈밖에 나지 않기 위해 '일단 예대율을 맞춰놓고 보자'는 쪽이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은행담당 애널리스트는 "은행이 4년 유예를 활용해 점진적으로 시장성 수신 비중을 낮춰갈 것으로 보는 것은 은행의 속성을 간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4년 유예지만 무조건 빨리 예대율을 100% 이하로 내려 감독당국에 점수를 따야 하는게 은행"이라고 지적했다.
예대율 규제의 함정은 더 있다. 은행들의 특판 예금 만기가 집중될 공산이 높은데다 만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 원화예금의 평균 만기는 2006년말 9.8개월에서 2009년9월말에는 7.6개월로 줄었다. 회전식 예금 등을 실질만기로 계산할 경우 더 짧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은행들이 고금리의 단기 예금을 특판해 예대율을 낮출지라도 규제의 목적인 유동성위험 축소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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