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0년 02월 19일 08: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4대 은행지주(KB·신한·우리·하나금융)의 크레딧 스프레드가 올들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천덕꾸러기 초우량채' 신세를 탈피할 조짐이다.
4대 은행지주는 금융위기 이후 회사채 시장에서 최고 신용등급(AAA) 대우를 받지 못했다. 지난해 초에는 회사채 발행 또는 민간 채권평가사의 평가금리가 AA급보다 높았다. 금융위기 후 자회사인 은행에 대한 지원 부담 등으로 회사채 시장에서 대표적인 디스카운트 대상이 됐다. 지난해 연말까지도 스프레드(AAA 대비) 축소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실질적 채무 상환 능력보다 크레딧 시장의 저평가가 다소 과했다는 인식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AAA급 우량채 중 투자 메리트가 높다는 점 역시 수급·금리 안정을 이끌었다.
평가 금리 안정, AAA급 가치 회복
현재(17일) KB·신한·우리금융지주의 채권 3년물 민평금리는 4.88%~4.89%를 나타내고 있다. 자기 등급(AAA) 평균치 4.81%와 7~8bp 정도 차이가 난다. 국내 금융지주사 중 재무상황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5.04%로 23bp 가량 스프레드가 벌어져 있다.
아직은 AAA급 중 가장 낮은 평가 받고 있지만 지난 1년여간의 금리 변동 추이를 보면 크레딧 시장의 시각이 상당히 양호하게 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2월18일 기준 금융지주사 채권 금리는 5%대를 훌쩍 넘어서 있었다. 당시 AAA급 3년물 민평 금리는 4.94%로 자기등급 대비 스프레드가 플러스(+)로 벌어진 곳은 이들 뿐이었다.
한마디로 금융지주사들이 AAA급 평균 수익률을 높이고 있었던 셈.
당시 우리·신한·하나지주의 3년물 채권 금리는 각각 5.24%, 5.25%, 5.63%로 자기등급 민평보다 30bp~69bp나 높았다. AA+급 중에서도 하나금융보다 높은 평가수익률을 보인 기업이 없었으니 크레딧 시장의 시각이 얼마나 냉각됐는 지 알 수 있다.
KB금융지주의 경우 출범 초라 평가금리 산정이 늦어졌다. 하지만 첫 평가 때인 지난해 3월20일 5.22%의 민평수익률을 나타내며 30bp 정도 스프레드가 벌어져 있었다.
이 같은 추세는 최근까지 계속됐다. 지난해 3분기말까지 KB·신한·우리금융지주의 AAA급 대비 민평 스프레드는 20bp 안팎을 오르내렸고, 하나금융지주 역시 30bp 정도 높은 가격차를 보이고 있었다.
시장에서는 이같은 현상의 원인을 은행·카드사 등 자회사 지원 부담과 수급 측면에서 찾고 있다. 당시 금융지주사들은 계열사 건전성 악화 우려가 커지자 대규모 채권 발행으로 재무적 지원에 나섰다.
은행 BIS 비율 악화의 여파는 모회사 재무 우려로 이어졌고, 일 순간에 늘어난 공급량 역시 가치 하락을 부추겼다.
투자 메리트 부각, 수요 증가도 한몫
하지만 최근 은행 건정성 우려가 다소 해소되면서 지주사 채권 역시 가치를 회복하기 시작했다. 또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은행 자체적으로 후순위채 발행 등 자본확충 움직임을 보이면서 지원 부담이 줄었다.
그 결과 금융지주사 채권 발행은 주춤했다. 또 최근 상대적 고금리 메리트가 부각하면서 투자가 몰려 수급 상황이 크게 안정됐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금융지주사의 경우 자체적 수익 기반이 없어 계열 금융사의 신용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이 때문에 금융위기 이후 채권 가치가 크게 떨어졌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은행 등 계열사들이 후순위채 발행 등으로 자체적 자본확충에 나서며 지원 부담을 줄여 재무 우려가 해소되고 있다"며 "특히 채무 상환 능력이 최고인 AAA급 중 그나마 금리가 높아 수요가 몰렸다는 점도 강세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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