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선택적 부도' 가능한가 금감원 "차주등급 통화별 차등적용" vs 신평사 "차등적용 논리부족"
이 기사는 2010년 08월 16일 07: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 당국이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산정할 때, 통화별 차주등급을 별도로 적용토록 하면서, 국내 기업의 '선택적 부도'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 금감원 "국내ECAI 등급, 원화표시 익스포져만 적용가능"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4월 은행에 공문을 보내 BIS자기자본비율(자기자본/위험가중자산)을 산정할 때 원화표시 자산과 외화표시 자산의 차주등급을 구분토록 했다. 차주의 신용등급과 익스포져의 표시통화가 다를 경우, 해당 신용등급을 사용할 수 없다는 감독규정에 따른 것이다.
금감원은 또 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한신정평가 등 적격외부신용평가기관(ECAI)으로 지정된 신용평가사에 원화와 외화에 대한 차주등급(issuer rating)을 구분해 부여해줄 것을 요청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바젤 규정에 따르면 표시통화가 다르면 동일한 등급을 쓰지 못하도록 돼 있다"면서 "신평사가 그 동안 (원화와 외화의 차주등급을) 불명확하게 해서 명확하게 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에 따르면, '표준방법'을 통해 신용리스크에 대한 위험가중자산을 산출하는 은행은 ECAI가 부여한 신용등급을 원화표시 익스포져에 대해서만 사용할 수 있다. 국내 ECAI가 부여하고 있는 차주등급은 '원화' 차주등급이기 때문에, 원화표시 익스포져에 대해서만 적용할 수 있다는 논리다.
다시 말해, 수출입은행이 현대중공업에 대해 1000억 원의 제작금융과 1억 달러의 외화대출을 보유하고 있다면, 원화대출 익스포져에 대해서는 국내ECAI의 차주등급으로 위험가중치를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1억 달러의 외화대출에 대해서는 국내ECAI 등급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것.
금감원의 지시에 따라, 수출입은행은 지난 6월부터 외화자산에 대해서는 외화표시 차주등급을 적용하고 있다. 외화 차주등급이 없을 경우에는 무등급으로 위험가중치 100%를 적용한다. 수출입은행은 외화자산이 전체 자산의 70%에 가까워, 외화 차주등급 유무에 따라 BIS비율이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 신평사 "국내기업 신용등급 원화·외화 차별없어"
한신평·한기평·한신정평가는 국내 기업차주에 대해서는 표시 통화에 따른 별도의 신용등급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표시통화에 따라 신용등급을 달리 적용하는 것은 외화송금 및 환전제약 위험(T&C risk·Transfer & Convertibility risk)이라는 국가리스크(sovereign risk)를 전제로 하는데, 국내 신평사는 우리나라 정부의 신용등급을 원화·외화 모두 'AAA'로 가정한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도 우리나라 정부의 원화·외화표시 등급을 동일(A1)하게 부여하고 있다.
신평사 관계자는 "바젤위원회와 금감원의 ECAI 관련 규정의 문구만 보면 원화표시 등급과 외화표시 등급이 달라야 하지만, 등급논리로 보면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다"며 "원화와 외화등급을 구분해야 하는 조건이 성립하지 않는 만큼 등급을 차별적으로 부여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 신평사가 우리나라 정부의 신용등급을 'AAA'로 가정하고 있고, 국내 기업신용등급을 평가할 때 국가리스크를 배제하는 만큼 원화·외화 등급을 구별할 논리적 근거가 없는 것이다.
더구나 원화표시 등급과 외화표시 등급을 별도로 구분한다면, 국내 기업차주의 '선택적 부도' 가능성을 인정하는 셈이 된다. '선택적 부도(selective default)'란 국내통화표시 채무 또는 외화표시 채무 등 특정 종류의 채무에 대해서만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현대중공업이 1000억 원의 제작금융은 상환하면서, 1억 달러의 외화대출금에 대해서는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할 수 있다는 논리다.
금감원은 앞으로 원화·외화표시 등급부여의 적정성에 대한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선택적 부도'가 현실화될 경우, 국내ECAI 3사에 책임을 묻겠다는 것.
국내ECAI 3사는 지난 5월부터 기업신용등급을 공시할 때 '원화와 외화에 대한 채무상환능력을 포괄하고 있다'는 내용을 평가보고서에 명시하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과 신용평가사 간의 '논리싸움'이 어떤 결론에 이를지 주목된다.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