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샨다가 아이덴티티를 인수한 두가지 이유 드래곤네스트 성장성·텐센트와 격차 좁히기에 승부수

이상균 기자공개 2010-09-10 16:22:21

이 기사는 2010년 09월 10일 16: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샨다게임즈(이하 샨다)가 지난 10일 아이덴티티게임즈(아이덴티티)를 인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샨다게임즈는 중국의 2위 게임업체로 연간 매출이 1조원에 달한다. 아이덴티티는 지난 2007년 웹젠과 판타그램 출신들이 주축을 이뤄 설립됐으며 최근 액션MORPG ‘드래곤네스트’를 개발했다.

샨다의 아이덴티티 인수금액은 95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1113억원에 달한다. 9500만달러는 샨다가 지난 2004년 액토즈소프트를 인수할 때 지불한 9165만 달러보다도 큰 금액이다. 더욱이 아이덴티티는 아직 매출도 제대로 일어나지 않은 게임개발사다. 지난 2007년 설립돼 올해 3월에야 처녀작인 ‘드래곤네스트’를 국내에 선보였다.

샨다의 아이덴티티 인수는 선뜻 수긍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지만 그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이해 못할 투자는 아니라는 것이 게임업계의 분석이다. △드래곤네스트가 중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고 △샨다가 실적부진에 시달리면서 주력인 게임사업의 라인업 확대가 필요하다는 점이 샨다의 통 큰 베팅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던전 앤 파이터’ 성공에 자극 받아

샨다의 아이덴티티 인수는 중국시장에서 ‘던전앤파이터’의 성공에 고무된 결정이라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넥슨은 2008년 7월 던전앤파이터의 개발사 네오플을 2949억원(추정치)에 인수했다. 이후 중국시장에 데뷔시켜 동시접속자수 220만명을 기록하는 ‘잭팟’을 터트렸다. 네오플은 지난해 순이익이 712억원 늘었다. 증가액 대부분이 중국시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사업 성공 덕분에 네오플의 영업이익률은 84%에 달한다.

드래곤네스트도 중국시장에서 산뜻한 출발을 하고 있다. 지난 7월 중국에서 선보인 드래곤네스트는 중국에서 최대 동시접속자수 70만명을 기록하고 있다. ‘초대박’으로 평가받는 200만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신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고무적인 성과다. 현지에서도 꾸준히 게임 순위 10위내에 랭크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퍼블리싱을 맡은 샨다는 드래곤네스트에 마케팅 비용으로만 100억원을 투입하며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거대한 중국시장이 한국시장에 비해 개발비용을 회수하기가 훨씬 수월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아이리서치에 따르면 2009년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은 39억6300만 달러(약 4조6000억 원) 규모로 단일 시장으로는 최대 규모다. 지난 2008년을 기점으로 성장률이 50%대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향후 3년간 20%대의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포화상태에 달한 한국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해도 중국시장에 가면 개발비용 이상의 충분한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적 악화된 샨다, 결론은 게임 사업

샨다의 최근 경영실적은 썩 좋지 않다. 한때 선두자리를 놓고 다퉜던 텐센트에게 독주를 허용하고 있다. 샨다그룹의 올해 2분기 매출은 2억6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 상승에 그쳤다. 주력 계열사인 샨다게임즈의 매출은 1억6390만 달러로 같은 기간 4% 하락했다. 샨다온라인 또한 3670만 달러의 매출로 전년 동기 대비 4% 줄었다.

반면 텐센트 그룹은 올해 상반기에 매출 13억99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65.3%나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6억6560만달러로 76.3% 늘어났다. 영업이익률이 50.8%다. 게임부문 매출 역시 10억263만달러로 71.5% 증가했으며, 모바일 및 통신사업 부문 매출은 1억9030만달러로 42.1% 상승했다.

샨다 입장에서는 텐센트와의 격차를 줄이는 게 급선무다. 지금 따라잡지 못하면 영영 2인자로 머무를 수도 있다. 주력인 게임사업의 라인업 강화가 필요하단 얘기다. 특히 한국 게임인 던전앤파이터와 크로스파이어의 중국 퍼블리싱으로 선두를 차지한 텐센트의 행보에 자극을 받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한국시장에서 텐센트는 샨다보다 한발 앞선 움직임을 보였다. 텐센트는 벤처캐피탈인 캡스톤파트너스와 함께 지난 2008년 조합을 결성해 국내 7개 게임사에 총 184억원을 투자했다. 이들 투자 기업 대부분은 텐센트와 중국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샨다도 액토즈소프트와 아이덴티티를 인수했지만 퍼블리싱 계약 건수는 상대적으로 적다. 국내 게임사들이 지난 2003년 ‘미르의 전설 2’ 로열티 미지급으로 분쟁을 일으킨 샨다와 퍼블리싱 계약을 맺는 것을 여전히 꺼려한다는 지적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국 게임 자본의 국내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다수의 국내 게임사가 중국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며 “게임을 규제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우리 정부의 시각 전환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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