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타이어, '매출 1조원 시대'의 명암 '가격' 무기로 급성장..성장성 한계, 새 동력 못찾으면 '브레이크' 우려
이 기사는 2010년 11월 04일 10: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흥아타이어공업(현 넥센)이 우성타이어(현 넥센타이어)를 인수한다고 했을 때만 해도 직원들은 별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원풍그룹, 국제상사그룹, 우성그룹 등 수없이 주인이 바뀌어 '또 다시 주인이 바뀌는 구나' 정도로 밖에 생각을 안했어요"
넥센타이어 경영관리팀의 김수철 팀장은 1999년 법정관리 중인 우성타이어가 새 주인을 맞았을때의 심경을 이렇게 술회했다. 실제로 많은 부채와 낮은 생산성으로 만성 적자에 허덕이던 우성타이어 직원들은 당시 대부분 심각한 패배의식에 젖어있었다.
김 팀장은 "더군다나 이름 있는 회사도 아니고 타이어 튜브 만드는 회사가 인수한다는 것에 직원들의 실망이 컸다"고 말했다. 우성타이어는 새 주인을 맞은 이듬해인 2000년 이름을 넥센타이어로 바꾸며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당시 지역 상공회의소와 타이어 업계에서는 강병중 흥아타이어공업 회장(현 넥센타이어 회장)의 우성타이어 인수에 대해 '모험', '위험한 승부수' 등의 표현을 써가며 관심있게 지켜봤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적자투성이였던 우성타이어 인수에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우려 섞인 걱정이 '기우'로 판명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당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만 타이어를 생산했던 회사가 '넥센타이어'라는 자체 브랜드로 타이어를 생산했다는 점, 또 인수 이후 구조조정은 커녕 새로운 직원들이 계속 들어오고 가동률이 높아지는 등 원가구조가 개선되는 모습은 직원들에게 새로운 희망으로 다가왔다.
내부의 사기진작은 곧장 실적으로 연결됐다. 2000년 2064억원에 불과했던 넥센타이어의 매출액은 지난해 9662억원으로 급증했다. 업계 최대업체인 한국타이어와의 매출액 격차도 2000년 6배에서 3배로 좁혀졌다.
넥센타이어는 올해 처음으로 '매출 1조원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낮은 가격에 두 자리 수 영업이익률...하지만 여기가 한계(?)
이 같은 넥센타이어의 성장의 배경은 상대적으로 강한 원가경쟁력에서 찾을 수 있다.
각 타이어 회사들이 공시한 매출 평균가격을 보면 한국타이어가 6만3458원, 금호타이어 6만3797원인 반면 넥센타이어는 4만7170원이다. 타 회사와 비교했을 때 20% 정도 저렴하게 거래되고 있음을 뜻한다.
영업이익률도 경쟁사를 압도한다. 3분기에 넥센타이어는 10.7%를 기록한 반면, 한국타이어는 9.6%의 영업이익률을 올리는데 그쳤다. 넥센타이어 관계자는 "우리의 전략은 단순히 싸게 파는 것이 아니며, 이익도 많이 남길 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다"며 "넥센타이어의 가격은 미쉐린에 비해 35% 정도 낮고, 한국타이어에 비해 5% 낮게 책정돼 있지만 영업이익률은 대동소이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넥센타이어의 성장성은 여기가 한계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넥센타이어가 급성장한 시기는 2008년 금융위기 때부터"라며 "소비자들이 가장 저렴한 것을 선호하던 당시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를 던졌기 때문에 매출이 급성장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넥센타이어의 급성장은 조직이 아직 크지 않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향후 해외판매가 늘고 조직이 거대화되면 관리비용 부담 등으로 지금의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내지 못할 경우 지금까지의 성장세를 이어가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금호타이어 따라잡을 수 있을까?
넥센타이어는 국내 1800만본, 중국 600만본을 포함해 총 2400만본의 타이어 생산능력을 갖췄다.
넥센타이어는 앞으로 경남 창녕에 건설될 제 2공장을 통해 2100만본을 추가 생산할 예정이며 중국 청도공장 증설로 1300만본을 늘려 2017년까지 6000만본을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넥센타이어는 업계 2위 업체인 금호타이어와 맞먹는 수준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현재 6490만본 생산능력을 갖춘 금호타이어는 당초 2012년까지 연산 1억본이 목표였지만, 워크아웃 진행으로 투자계획이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반면 금호타이어가 다시 성장의 중심에 설 것이라는 의견도 크다.
업계 관계자는 "금호타이어가 지금은 워크아웃에 들어가 성장성이 주춤한 상태지만, 기술력이 있기 때문에 경영이 정상화되면 성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넥센타이어는 지금까지 가격경쟁력으로 급성장을 이뤄냈지만 2012년 '타이어 라벨링 제도'가 도입되고 타이어 등급표시 부착이 의무화되게 되면 치명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신용평가사 애널리스트 역시 "금호타이어는 규모로는 한국타이어와 맞먹는 수준이고, 중국시장에서 증설을 많이 해 놓은 상태라 넥센타이어가 금호타이어를 따라 잡는데는 상당히 많은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넥센타이어 관계자는 "타이어 라벨링 제도가 하루아침에 도입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름 철저히 준비를 했다"며 "라벨링이 문제가 되려면 기술력이 없어야 하지만 넥센타이어는 OE비중을 높여 나가는 등 기술력을 국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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