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부채비율 얼마나 높아지나 자본확충 성공할 경우 부채비율 5%P 떨어져..관건은 단기유동성
이 기사는 2010년 11월 17일 08: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그룹이 선정되면서 그룹 주력계열사인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이 어떻게 바뀔 지 관심이다. 부채비율은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 여부의 핵심 기준이기도 하고 일부분 시장에서 제기하는 '승자의 저주'가 현실화될 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이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최근 잇따라 차입에 나서면서 부채가 단기간에 약 1조1000억원 가량 늘어 재무리스크가 커질 것으로 우려를 사고 있다.
구체적으로 최근 기업어음(CP) 5000억원 어치를 발행했고 유가증권 담보 대출을 받는 등 단기차입금만 약 7000억원 가량 늘었다. 회사채 발행(4500억원)까지 포함하면 총부채는 1조1500억원 가량 증가했다. 이자를 5%로 가정하더라도 이자비용만 연간 570억원을 더 지불해야 한다.
차입금 증가액만 반영했을 경우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은 311%로 급증하게 된다. 부채비율은 이전(9월말)까지 263%였다. 해운업체에게 부채비율 300%는 통상적인 일이지만 국내 채권단이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할 때 점수를 차별화하는 기준점이기도 해 300%가 넘게 될 경우 재무감시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현대상선은 유상증자를 앞두고 있다. 유상증자 발행가액이 정정될 가능성이 없다고 가정할 경우 3968억원의 자본이 새로 유입된다. 이와 함께 현대부산신항만 지분 매각으로 유입되는 2000억원 가량을 부채상환에 사용할 예정이다. 이들을 모두 감안하면 부채비율은 높아지는게 아니라 258%로 오히려 5%포인트 떨어지게 된다.
과거 금호산업이 대우건설 지분 18.46%를 인수할 당시 부채비율이 195%(2005년말)에서 241%(2006년말)로 증가하던 때와는 다소 다르다.
부채가 1조원 이상 늘어나는데도 부채비율이 떨어지는 이유는 부채총액이 15.2% 증가하는데 반해 자본총액은 17.25% 증가하기 때문이다.
부채로 계산해야 하는 풋옵션도 없다는 전언이다. 채권단에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면서 풋옵션 존재 여부를 꼼꼼히 따졌기 때문에 대우건설을 외부 재무적투자자(FI)를 유치해 인수한 금호산업의 사례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현대상선은 이 때문에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단기간에 차입을 늘렸으나 관리가능한 수준으로 통제하기 위해서는 예정된 지분매각과 자본확충에 성공해야 한다. 지분매각은 이달 후반, 자본확충은 12월로 예정돼 있어 성공 여부가 관심이다. 증자의 경우 현대중공업그룹이 실권을 하더라도 주관사(동양종합금융증권)가 인수키로 확약해 성공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단기유동성이다. CP나 유가증권담보대출은 대출 기간이 짧아 현대건설 인수를 성사시킨 이후에 갚아야 하는데 대금을 지급할 유동성을 마련해야 한다. '승자의 저주' 우려도 단기유동성 부족 때문이다.
당장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빌린 단기자금 약 7000억원을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현대상선이 영업을 위해 늘 비축해 둬야 하는 자금이 약 5000억원이다. 현대건설을 인수하게 되면 비축현금은 바닥이 드러나게 돼 추가로 5000억원 가량을 차입할 수밖에 없다. 이는 잠재적인 부채비율 상승 위험이다. 차입금이 추가로 5000억원 증가하면 자본을 확충하더라도 부채비율은 단숨에 다시 300%를 넘게 된다.
부채비율이 현대건설 인수 이후 다시 300%를 넘게 되면 채권단의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부채비율이 250% 미만이면 50점만 받아도 재무약정을 피할 수 있지만 부채비율이 300%가 넘게 되면 현대상선은 총 재무평가 점수에서 70점을 넘겨야 재무약정을 피할 수 있다.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현대그룹은 현재 다양한 방안을 강구중이다. 그룹 한 관계자는 "보유 선박을 '세일 앤 리스 백' 방식으로 매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이 보유 중인 선박 자산은 5조8512억원(9월말) 어치다. 이중 10%만 매각하더라도 최근 빌린 단기차입금 대부분을 상환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시장에서는 현대그룹이 어떤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해 갈 지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건설을 최종 인수하게 될 경우 현대상선이 구조조정에 들어갈 수 있다"며 "자산 매각 등 여러 자구안을 내놓아야 시장의 우려가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 인수는 현대그룹, 특히 현대상선에서 부담을 주기도 하지만 기회를 안기기도 한다. 부채총액이 늘어나 회사 재무에 부담을 주는 것은 분명하지만 '관리가능'한 수준으로 통제해 나가야 재무약정 부담이나 승자의 저주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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