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더 이상 핑계거리 안된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조정실장 "글로벌 규제체계 변화, 파급력 커"
이 기사는 2011년 02월 23일 10: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각종 규제나 투자기준에서 외부 신용평가의 활용도가 크게 축소될 전망이다. 연기금이나 투자자들은 신용등급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인 신용평가 능력 확충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발행사인 기업에게는 투자자의 자체적인 신용분석이 가능하도록 더 많은 정보공개가 요구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23일 더벨(thebell)이 주최한 '2011 크레딧 포럼'에서 '신용평가 규제변화의 영향과 대응'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에서 금융안정이사회(FSB)의 신용평가사 의존도 축소에 대한 원칙이 채택됐다. 골자는 외부 신용평가 등급에 기계적으로 의존하지 않도록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데 있다.
김 실장은 "앞으로 금융안정이사회의 구체적인 지침이 설정되면 국내 신용평가 근거법령과 투자 관련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며 "금융안정이사회의 원칙은 글로벌 신용평가의 영향력을 축소하기 위한 것이지만 국내 신용평가사를 예외로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은행·시장참여자·기관투자가는 자체적인 신용도 평가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내부신용평가 모형구축, 데이터 축적, 전문가 양성 등에 소요되는 추가비용도 감수해야 한다. 내부평가의 적정성에 대한 승인 문제로 규제비용이 증대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높은 우량자산에 대한 투자는 제약될 가능성이 있다. 연기금·집합투자기구·보험사의 경우 책임소재로 인해 신용상품 시장에 대한 투자를 꺼릴 것으로 보인다. 자산운용사는 추가적인 신용분석 인력의 보완을 위해 운용비용 상승이 불가피하다.
김 실장은 "일반적인 규제는 국제적인 기준에 맞게 설정하되 세부적인 시행은 각국의 시장상황을 감안해 재량권을 부여하는 방식을 금융안정이사회에 건의해야 한다"며 "단계적으로 신용평가사에 대한 규제체계를 개선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법적으로 신용평가 관련 법규를 신용정보업법과 분리해 자본시장의 관점에서 규제체계를 설정해야 한다"며 "신용평가의 적정성에 대한 시장규제를 활용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하 발표 전문 요약]
글로벌 신용평가사에 대한 규제체계 변화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국내 금융시장과 크레딧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중심으로 발표하겠다.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중요한 합의가 있었다.
신용평가사 의존도를 축소해야 한다는 기본원칙이 채택된 것이다. G20 제반 이슈는 앞으로 어떻게 응용되고 적용되는 지에 대한 추가논의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신용평가사에 대한 의존도, 규제 부문, 투자자에 대한 기준, 발행자 이슈까지 포함한 포괄적인 내용을 봐야 한다.
규제체계 변경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화 사태다. 신용평가사 과점체계에서 정보를 충분히 외부에 알리지 못했다. 구조화상품의 모수 등도 제대로 적용되지 못했다. 신용평가사 자체의 이해상충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 공적 이익을 추구하는 기관이 사적 이익까지 추구하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의 정체성 논란까지 이어졌다. 무엇보다 신용평가사에 대한 투자자 의존도가 크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의존도를 축소하고 싶어도 대안이 마땅하지 않다. 빨리 해결할 수 있는 문제부터 해법을 찾기 시작했다. 신용평가와 관련한 제반 규제부터 바꾸자는 것이다.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는 2004년부터 제시해온 신용평가사에 대한 규범을 더욱 강화했다. 신용평가의 질과 성실성, 이해상충 방지체계, 투자자와 발행자에 대한 의무 강화, 행동규범의 공시를 강화하는 새로운 행동규범을 제시했다. 미국은 엔론사태 이전에는 신용평가사를 규제하는 게 마땅히 없었다. 그저 독과점 체계를 보호하는 역할을 해왔다.
엔론사태 이후 규제체계가 크게 바뀌었다. 이해상충의 방지, 투명성과 공시강화, 신용평가사에 대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권한과 감독을 강화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신용평가개혁법안을 마련했다. 유럽연합(EU) 역시 신용평가규제법을 도입한 상태다. 시장의 자율적인 감시체계가 급격하게 바뀐 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크레딧물의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위기가 왔기 때문이다.
IOSCO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신용평가의 질과 성실성 제고 △이해상충 방지체계의 강화 △투자자와 발행자에 대한 의무 강화 등을 꼽을 수 있다. 신용평가사는 자사 행동규범을 공시하고 활동원칙과 기본행동규범의 충족 여부를 외부에 알려야 한다. 제대로 작동하는 가는 또 다른 문제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유럽보다 훨씬 강한 규제체계를 갖췄다. 우리나라는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신용평가기관을 규제하는 근거를 마련했다. 등급 적정성에 대한 부분은 소외돼 있다. 한국 내에서 신용평가 업무를 하는 신용평가기관에 대한 규제에 초첨을 두고 있다. 신용정보의 이용을 규율하는 법률에서 취급하고 있다.
신용평가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는데는 제약이 있다. 규제기관도 다원화돼 있다. 규제에서 따돌림을 받은 영역이기도 하다. 2009년 법개정으로 외국 규제체계를 받아들이고 수정하기는 했다.
G20 토론토 정상회의에서부터 신용평가사 의존도 축소방안이 제대로 논의됐다. 서울정상회의에서는 승인되기에 이른다. FSB는 신용평가사 평가등급 의존도 축소의 원칙으로 크게 세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기준제정기관과 기구, 법률 및 규제 등에서 신용평가에 대한 의존도를 축소하는 원칙이다. 둘째는 은행, 시장참여자, 기관투자자들의 신용평가등급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적인 신용도 평가 방식을 도입하라는 것이다. 중앙은행의 담보증권 인수, 은행의 건전성 규제과 자산운용사와 기관투자자의 투자기준 등에 있어 기계적으로 신용평가사의 등급을 적용하는 것을 지양하고 있다. 굉장한 영향을 미칠 내용들을 담고 있다.
신용평가에 의존하는 투자기준과 룰이 존재한다. 이것이 일시에 없어진다면 큰 혼란이 예상된다. 그래서 점진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서는 자체적인 신용분석 능력에 따라 투자를 해야 한다. 신용등급에 의존하지 않으면 투자가 어려운 상태다. 규모가 작은 운용사의 경우 신용등급을 참고하되 자체적인 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기계적으로 의존하지 않아야 하는데 투자위축이 예상된다.
신용평가사에 의존해서 투자 책임을 돌리지 말라는 것이다. 신용시장 자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연기금과 보험 측에서는 자신들이 스스로 평가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신용등급에 기반해서 이뤄지고 있다.
규제로만 보면 많은 부분이 신용평가에 의존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서 현재 신용평가에 기반한 규제들이 무엇이 있는지 리뷰해보고 있다. 어떤 영향이 있는 지에 대한 검토를 하고 대응방안도 마련할 생각이다.
G20 이후 피부에 와닿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투자자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핑계거리가 일시에 없어지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제도화되고 체계화되는 지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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