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재무약정 체결 땐 경영권 장담 못한다 현대엘리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지정 가능성..순환출자 해소 부담
이 기사는 2011년 03월 24일 09: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지주비율이 50%에 육박했다는 점은 현대그룹 지배구도 관점에서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지주비율 자체로는 문제가 없으나 이 사안이 채권단의 '재무구조개선약정'과 맞물릴 경우 문제가 커지게 된다.
메카니즘은 이렇다. 지금은 현대엘리베이터가 '부채 늘리기'로 지주비율을 인위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실제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러나 재무약정을 체결하면 이 조정이 어려워질 수 있다. '재무약정'의 주 목적이 기업의 부채를 줄이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부채를 늘리지 못하고 경우에 따라 줄여야 한다면 '지주비율'이 50%를 넘기기는 쉽다. 그리고 지주비율이 50%를 넘으면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회사로 강제 지정되고, 현대그룹은 순환출자를 해소해야 한다.
여기서 지주비율에 대해 설명을 하자면 이는 자산총액에서 자회사 주식가액 합계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특정 기업의 자산에서 자회사 주식가액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면 이는 '지배'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라고 보고 지주회사로 지정하는 것이다.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우 지난해말 기준 자산총액이 1조4583억원, 자회사 지분법 총액이 7059억원이라고 감사보고서에서 밝혔다. 지주비율은 48.41%(7059억원/1조4583억원)로 계산된다. 즉 지금의 지분법 총액(분자)이 일정하다고 가정할 경우 만일 자산(분모)이 524억원만 줄어들어도 지주비율이 50%를 넘게 되는 셈이다.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회사로 지정되는 상황은 다수의 기업과 금융회사가 꺼리고 있다. 부채비율을 200% 이내로 제한해야 하고 손자회사의 계열사 출자가 금지된다. 이 외에도 각종 규제 리스크에 노출된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이나 한국저축은행 계열, 그리고 동양그룹의 일부 계열사는 이 때문에 매년 인위적인 부채 조정으로 공정거래법상 규제를 회피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지주회사로 지정되면 가장 먼저 닥치는 위협이 바로 이 '순환출자' 해소 명령이다. '순환출자'는 현대그룹 지배구도를 지탱해 준 힘으로 상당한 압박이 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한다.
먼저 공정거래법에서는 지주회사의 자회사가 손자회사 이외의 국내 계열사 주식을 소유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또 손자회사도 증손회사 이외의 국내 계열사 주식 소유가 금지된다. 금융업이나 보험업을 영위하는 회사 소유도 금지된다.
이를 근거로 분석해보면 현대로지엠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24.38%)을 매각해야 한다. 현대유엔아이 역시 현대로지엠 지분(32.70%)을 매각해야 한다. 이 두 가지 명령만 떨어지더라도 현대그룹의 지배구도는 흔들리게 된다. 현대증권의 경우 매각 대상이 된다.
물론 이런 '최악'의 메카니즘대로 상황이 전개된다해도 대처 방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재무약정을 체결해도 채권단과 합의를 통해 경영권 문제에 대비할 수 있다.
또 현대엘리베이터는 부채를 늘려 지주회사 지정을 회피하고는 있으나 부채비율이 134%로 아직은 우량하다. 그래서 현대그룹이 재무약정을 체결하더라도 계열사 중 '현대엘리베이터'만큼은 부채 문제를 용인해 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상황은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엘리베이터 부채 문제와 별개로 현대상선의 실적 호전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즉 '지주비율'을 구성하는 공식 중 '분자(자회사 주식가액 합계액)'가 커지는 경우다. 현대상선의 실적이 크게 개선돼 현대엘리베이터가 평가한 지난해 현대상선 지분법 총액보다 10%만 늘어나더라도 지주비율이 50%를 넘긴다.
물론 또 현대엘리베이터가 부채를 늘리면 지주비율을 다시 낮출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재무약정을 체결했을 때라면 채권단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부채를 늘리는 그 자체로도 비용이 수반된다.
또 다른 위협 상황은 '채권단'의 옹고집이다. 상당수 채권단 관계자들이 현대그룹 최고 경영진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 현대그룹이 재무약정을 체결한다면 그야 말로 '엿장수 맘대로, 은행 맘대로' 상황이 올 수 있다.
채권단 한 관계자는 "오너의 지배력 유지를 위해 계열사들이 비용을 치르고 있다면, 그리고 비용이 많이들어 재무구조에 영향을 주고 있다면 문제"라고 사석에서 말하곤 한다. 재무약정을 체결하면 '융통성'보다 '원칙'이 강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대그룹은 이 때문에 올해도 재무약정을 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는 소송까지 불사했다. 가처분소송이긴 하지만 판결문을 통해 법원의 논리를 확인했다. 그러나 채권단도 수긍하지 않을 태세다. 이미 가처분소송 이의신청을 제기했고 심리까지 마치고 판결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또 4월초부터는 주채무계열 선정 작업에 들어간다. 현대그룹은 주채무계열에 선정될 경우 채권단의 재무위험평가를 다시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현대엘리베이터의 '지주비율' 문제는 현대그룹 전체의 '재무약정' 문제, 그리고 경영권 문제와 맞물려 올해 또다시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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