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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와 맞바꾼 레깅스, 대기업 일궜다 우오현 SM그룹 회장

박준식 기자/ 박창현 기자공개 2011-04-27 16:28:50

이 기사는 2011년 04월 27일 16: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가는 모험가다. 정글 같은 시장을 헤쳐 가는 이들에겐 일반인과 다른 통찰력이 있다.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안목과 식견이다.

2006년 말, 기업가 우오현은 자못 망설였다. 아파트 분양사업으로 광주에서 수도권까지 올라온 뚝심이 흔들리고 있었다. 송도에서 베팅을 준비할 때다.

그 해 10월, 인천 검단에서 벌였던 사업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마전지구에서 미분양 돼 골치를 썩였던 아파트가 신도시 계획 발표로 갑작스럽게 동이 났다.

송도에 사둔 나대지가 마지막 고민이었다. 집을 지으면 돈이 될 듯 했지만 건설 경기가 무너지고 있었다. 알토란같은 땅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았다.

며칠간 잠 못 이루다 그 마음을 접기로 했다. 땅을 고집하면 끝까지 분양업자로만 남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잇속이 다가 아니란 사업의 기본을 떠올렸다.

그렇게 부동산을 포기하고서 경남모직을 인수했다. 처음엔 괜히 업을 바꿨나 싶었다. 송도신도시가 발표됐고 판 땅에 마트와 백화점이 들어선다는 소식이 들렸다.

돌아보지 않기로 했다. 미련을 가지면 더더욱 아쉬움이 클 것 같았다. 남들은 섬유업이 사양업이라고 했지만 꾸려보니 부가가치를 높일 여지가 컸다.

주력을 제조업으로 바꾸자 보람이 생겼다. 일자리를 만들고 직원들과 함께 성장하는 기쁨이 생각보다 컸다. 벌만큼 번 사업가는 돈 때문에 일하지 않았다.

2007년에 상장사 남선알미늄과 한통엔지니어링을 얻었다. 경영난에 처한 회사에 관심이 늘었다. 법정관리기업 벡셀과 조양을 인수해 정상화시킨 게 계기였다.

이 회사들은 공통점이 있었다. 무능한 경영진 때문에 직원들까지 무력감에 빠진 것이다. 열패감에 휩싸인 사람들이 악순환을 만들었다.

리더십은 이 패배주의를 깨뜨리는데 집중됐다. 회사가 적자라고 직원들 마음까지 빨갛게 물들일 수는 없었다. 시작은 어려웠지만 구르면 관성이 생겼다.

경남모직으로 화섬을 배우고 큰 도전에 나섰다. 10년간 채권단 관리에 놓였던 동국무역(현 티케이케미칼)을 인수하기로 했다. 화섬업 구조조정이 끝났단 판단을 했다.

문제는 규모였다. 그동안처럼 몇 백억 원 사이즈가 아니었다. 인수비용이 3000억 원이 넘었다. 계열사를 모두 동원해도 돈이 모자랐다.

우리은행에서 아지아 파트너스를 추천해 500억 원을 투자받았다. 거래 관계가 있던 대우인터내셔널도 100억 원을 댔다. 1500억 원은 대출했다. 2008년 4월이다.

그 때까지 이룬 걸 모두 걸었는데 직원들은 반기지 않았다. 기업사냥꾼이 왔다고 헛소문을 내는 이들도 있었다. 채권단 관리를 즐기던 일부가 그랬다.

10년간 적자에 시달린 회사에 불필요한 게 너무 많았다. 골프장 회원권부터 팔았다. 그걸로 직원 격려금을 주고 지긋지긋한 적자를 끝내자고 단합대회를 열었다.

그렇게 시작했지만 결코 쉽지 않았다. 그 해 9월, 금융위기가 터졌고 원료 값이 올라 수지를 맞추기 어려웠다. 같이 투자한 아지아의 경영간섭이 심해졌다.

한 번도 실패한 적 없었지만 2008년, 인수한 첫 해에 140억 원의 적자를 냈다. 분통이 터졌지만 공동경영의 책임을 지고 일선에서 잠시 손을 뗐다.

공모를 거쳐 우리은행 출신의 소흥석 사장을 2009년 1월에 맞았다. 조바심이 난 사모펀드가 그도 반대해 고문으로 지내게 하다 반년 만에 대표이사 명함을 달아줬다.

새 사장과 협의해 재고부터 털어냈다. 은행들을 돌며 쪼그라든 무역금융을 열었다. 1000만 달러까지 줄었던 걸 6000만 달러로 키운 건 기적에 가깝다.

지성이 하늘에 닿았을까. 경기가 풀리자 의류사들이 스판덱스를 쓰기 시작했다. 일반 폴리에스터보다 4배 비싸지만 신축성이 강해 의류 품질이 올라가는 소재다.

전 세계적으로 레깅스 열풍이 불었다. 여성들이 일명 쫄쫄이 바지에 열광하면서 스판덱스가 다시 각광받기 시작했다. 화섬에서 기회를 본 혜안이 조금 늦게 들어맞았다.

2009년 5월부터 턴어라운드가 시작됐다. 그 해에 502억 원의 이익을 냈다. 아지아에 770억 원을 주고 33% 지분도 돌려받았다.

2010년부터 많게는 한 달에 80억 원씩 이익이 났다. 회사는 공장을 더 짓고 원료업에도 나서기로 했다. 작년부터 준비해 재상장을 준비한 이유다.

우오현식 회생 작품은 18개로 늘었다. 이 계열사들이 지난해 1조1441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화학과 금속소재 중심의 중견그룹이 됐다. 송도에선 못했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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