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공시 CP 급증, 신용평가사가 부추긴다? 11조 돌파, 유동화어음 시장 1/4 잠식…PF-ABCP도 1.75조
이 기사는 2011년 05월 23일 08: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용평가사가 등급을 공개하지 않은 미공시 자산유동화 기업어음(ABCP)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1월 3000억원선에 불과하던 잔액은 현재 11조원을 훌쩍 넘었다. 기업어음 시장의 13.7%를 잠식했고 전체 ABCP의 1/4 수준에 근접했다.
기초자산도 정기예금·신용파생증권·주식담보대출까지 다양해졌다. 특히 건설사 위험의 핵심인 PF-ABCP까지 미공시로 발행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기업의 정보 공개 회피 의도와 신용평가사의 발생사 중심적 사고가 빚어낸 결과다.
시장에서는 쉐도우 레이팅(Shadow Rating)이 가뜩이나 투명성 결여로 몸살을 앓고 있는 기업어음 시장을 더욱 혼탁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계속된 시장의 문제제기에도 뒷짐만 지고 있는 금융당국의 안일한 감시 행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 기업 정보공개 회피, 평가사 역할 망각
19일 현재 기업어음 총 잔액은 82조5356억원을 나타내고 있다. 이중 자산유동화 기업어음(ABCP)은 46조5195억원으로 전체 56.4%에 달한다. 05년 3조원대에 불과하던 ABCP 잔액은 5년 여만에 13배 이상 늘었다. 사실상 ABCP가 기업어음 시장 팽창을 견인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ABCP 시장의 질적 성장은 갈수록 요원해지고 있다. 사모 성격이 강한 CP 특성을 이용한 발행사의 교묘한 정보 감추기로 투자자의 알 권리는 갈수록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평가사의 친기업적 태도와 금융당국의 미온적 감시까지 맞물려 정보 비대칭성이 더욱 심화하고 있는 것.
현재 미공시 유동화기업어음 규모는 11조3192억원으로 전체 ABCP 시장의 24.3%를 잠식했다. CP 총액과 비교해도 1/7(13.7%)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해 1월초 3935억원에 불과하던 잔액은 1년여만에 10조 가량 순증했다.
기초자산도 다양해졌다. 시중은행 정기예금에서 CDS·CDO·CLN 등 신용파생상품, 최근에는 주식담보대출 ABCP까지 미공시로 발행되고 있다. 특히 건설사 위험의 핵심인 PF-ABCP의 정보 비공개 사례도 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한다.
미공시 물량의 증가는 지난해 말부터 급증한 정기예금 ABCP가 견인했다. 최근 시장의 부정적 인식과 은행권 자체 감시로 발행이 주춤한 상태지만 여전히 8조원 내외의 물량이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건설사 PF-ABCP의 미공시 물량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늘었다. 더벨이 잠정 집계한 규모만 1조7261억원에 달한다. PF 사업장이나 건설사 브랜드 명칭이 들어간 SPC만 취합한 것이어서 실제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미공시 발행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포스코 계열사와 현대·대우건설 등 대형사들이다. 포스코건설은 지난 2009년 청라국제업무타운 사업 자금 1500억원(씨아이비티제일~삼차)을 비공개로 유동화해 마련했다.
이후에도 신우제칠차부동산개발, 씨퍼스트별내제일~이차, 씨퍼스트별내 등 SPC를 통해 1180억원을 미공시 조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포스코ICT·포스코플랜텍 등도 PF-Lone을 기초로 1500억원 가량을 비공개 유동화(신재생엔에이치제삼~구차)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대우건설 등 대형사들도 쉐도우 래이팅에 맛을 들였다. 현대건설은 평택송담제일~이차, 감계삼차제이차, 감계프로젝트제일차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며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현대건설의 경우 현대차그룹과의 인수협상 과정에서 숨겨진 우발채무에 대한 공개를 요구받기도 했다.
대우건설도 하이푸르지오제일차, 뉴감삼푸르지오제일차를 세워 공시 없이 ABCP를 발행했다.
◇ 금융당국 안일한 태도, 시장 혼란 부추겨
평가사들은 투자자가 50인 이하로 한정될 경우 등급과 평정 내용을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평가사의 존재 이유에 대한 본원적 의문을 제기한다. 정보전달자로서의 역할과 투자자 보호라는 대의를 망각한 채 기업 친화적 논리만 펴고 있다는 것.
특히 계속된 시장의 문제제기에도 뒷짐만 쥐고 있는 금융당국의 안일한 감시 행태도 정보비대칭성을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윤영환 신한금융투자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정보 접근성을 높여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신용평가사"라며 "말도 안 되는 논리로 기업 입장에 동조하는 것은 정보제공자라는 자기 존재 이유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기업들이 CP는 물론 회사채 투자정보조차 제대로 내놓지 않으려고 하는 마당에 평가사가 이를 조장하는 것은 시장·투자자와의 신뢰를 부정하는 행위"라며 "결국 규제의 측면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고 이를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제대로 된 현실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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