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일렉 가치 급락…3000억원대 전망도 채권단 엔텍합 계약파기, 일렉트로룩스 의지 있지만 가격할인 요구 주장
이 기사는 2011년 05월 31일 17: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우일렉트로닉스 경영권 매각이 다시 좌초하면서 기업가치에 상당한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당초 6050억 원에 달했던 경영권 지분 가격(97%)은 최근 협상을 통해 4000억 원대 중반으로 급락했고 이마저도 거래가 깨지면서 3000억 원대 초반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차순위 협상자인 스웨덴 일렉트로룩스는 인수 의지가 있지만 우선 협상자였던 이란 엔텍합 이상의 가격조정을 주장할 태세다.
매각을 추진해 온 한국자산관리공사는 30일 엔텍합과의 매각계약 해지 안건을 이사회에서 결의하고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에 통보했다. 엔텍합이 지난해 11월 인수 본 계약을 맺고도 반년 이상 인수금을 마련하지 못한 탓이다.
엔텍합은 지난해 입찰에서 대우일렉의 인천 용현동 보유 부동산을 포함, 채권단 보유 경영권 지분 97.5%를 인수하는데 6050억 원을 제시해 우선 협상자가 됐다. 채권단은 자산관리공사(57.4%) 외환은행(6.79%) 신한은행(5.75%) 우리은행(5.37%) 서울보증보험(5.23%) 등으로 구성됐다.
엔텍합은 그러나 인수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어 매각 측에 예상보다 큰 가격조정을 요구하는 등 지난한 모습을 보였다. 이란의 이 가전회사는 채권단이 대우일렉 구미공장을 팔자 인수 제안액에서 매각가 500억 원 이상인 1000억 원 가량을 깎고 다시 5% 할인을 요구해 거래가격을 4700억 원대로 낮췄다.
엔텍합은 이후에도 계약금을 지불해 놓고 600억 원 이상의 할인을 요구하는 등 채권단을 압박하며 최종 잔금납부를 미뤄왔다. 채권단은 엔텍합과의 매각 협상이 마지막이라는 배수의 진을 치고 협상에 임했다. △2007년 인도 비디오콘 △2008년 모건스탠리PE △2009년 리플우드 등과의 협상이 무산된 것을 부담으로 느낀 결과다.
하지만 채권단과 엔텍합이 반년 이상의 줄다리기를 펼치는 동안 대우일렉의 경영 상태는 급격히 악화됐다. 2009년 401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이 회사는 2010년 이익이 176억 원(연결기준)으로 줄었고, 올해는 수십억 원 단위로 쪼그라들 기미를 보이고 있다. 순손실도 같은 기간 1852억 원, 646억 원으로 지속되는 상황이다.
대우일렉은 2009년 매각 실패 이후 실무형 이성 사장의 리더십과 직원들의 노력으로 잠시 흑자전환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4~5년 째 매각이 지지부진하면서 임직원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졌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대우일렉의 펀더멘털에 문제가 생긴 것은 엔텍합 이후 인수후보로 떠오른 스웨덴 일렉트로룩스와의 협상에도 적잖은 진통이 있을 것임을 예상하게 한다. 일렉트로룩스는 당초 엔텍합과의 경합에서 6000억 원의 인수금을 제안해 차순위 협상자가 됐지만 입찰 당시와 현재의 상황이 판이하게 달라졌다는 게 문제다.
일렉트로룩스는 자신들의 제안액인 6000억 원이 아니라 엔텍합의 마지막 거래 기준선인 4700억 원을 심리적 기점으로 협상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일렉트로룩스의 인수 주관사인 모간스탠리는 엔텍합이 채권단과 협상에서 600억 원 안팎의 거래선 보장명목 할인을 요구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채권단 입장에서는 이번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엔텍합을 포기하고 보유자금이 풍부한 스웨덴 가전사를 택했지만 차선책은 최선이 아닌 최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대우일렉의 기업가치가 △거듭된 매각 실패와 △구조조정 △실적악화 요인에 따라 지난 6000억 원에서 절반 수준인 3000억 원대 초반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채권단과 매각 주관사 우리투자증권 등은 일렉트로룩스가 과도한 가격할인을 요구할 경우 협상을 포기하고 공개입찰을 다시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 경우 채권단의 추가 지원과 매각 성사 가능성이 담보돼야 한다.
대우일렉 관계자는 "일렉트로룩스의 경우 수십차례의 인수합병(M&A)을 진행하면서 피인수 기업의 인력 구조조정과 자산매각을 무자비하게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채권단은 차선책은 국부유출과 지역경제 파괴를 불러온다는 점에서 노조와 여론의 거센 반발을 불러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