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탈 올해 화두 '펀딩보다 투자’ 펀딩, 하반기로 무더기 연기..코스닥시장 침체로 Exit '지지부진'
[편집자주]
이 기사는 2011년 07월 26일 10: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캐피탈의 상반기 펀딩금액이 예상보다 적은 1조3715억원을 기록했다. 대신 벤처 투자액은 전년대비 64%나 늘어난 6800억원이었다. 투자 열풍에도 불구, 엑시트 시장은 부진한 코스닥 때문에 속병이 심하다. 투자기업이 IPO에 성공하고도 엑시트를 하지 못하는 기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2010년 벤처투자 시장의 화두가 펀딩(funding)이었다면 2011년 상반기 화두는 단연 투자다. 주요 앵커 LP들의 출자가 하반기로 미뤄지면서 펀딩 규모는 축소됐다. 반면 두둑한 실탄을 바탕으로 벤처캐피탈들의 투자 실적은 2년 연속 1조원 돌파가 확실시되고 있다.
걱정은 투자금 회수(엑시트)다. 코스닥 시장의 부진이 발목을 잡고 있다. 피투자 기업이 기업공개(IPO)에 성공해도 좀처럼 엑시트 기회를 잡기 어렵다. 벤처캐피탈의 우려가 현실화되는 양상이다. 코스닥이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M&A 시장 활성화, 제3시장 창설 등 엑시트의 대안에 대한 논의가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LP, 투자집행율 낮다 '출자 하반기로 연기'
올해 상반기 주요 벤처캐피탈의 납입기준 펀딩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1조6530억원)에 비해 3000억원 가까이 줄어들었다. 국민연금이 팬아시아펀드를 통해 최대 9000억원을 출자한 것을 제외하면 주요 앵커 LP의 출자는 대부분 하반기로 연기됐기 때문이다. 정책금융공사, 한국IT펀드(KIF) 등은 5월 출자 공고가 예상됐지만 6월로 밀렸다. 실제 출자는 연말쯤에나 이뤄질 전망이다.
사상 최대 펀딩이 이뤄진 지난해의 여파가 여전해 보인다. 앵커 LP들은 투자집행률이 20%를 겨우 넘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갖고 있다. 가지고 있는 실탄도 아직 소모하지 못한 상황에서 추가 출자는 불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출자 금액이 늘어날수록 관리보수 지급이 늘어난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상반기 중 펀딩금액이 가장 많은 곳은 큐캐피탈파트너스다. 국민연금으로부터 4050억원을 출자 받아 KT&G와 공동으로 PEF를 결성할 예정이다. 2위는 SBI인베스트먼트. 국민연금 팬아시아펀드 운용사로 결정돼 3000억원을 펀딩 받았다. 오랜 기간 경영권 분쟁을 겪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펀딩 경쟁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고 있다.
3위는 업계 1위인 스틱인베스트먼트다. 역시 국민연금 팬아시아펀드 운용사로 선정돼 1500억원을 출자 받았다. 4위와 5위는 각각 소프트뱅크벤처스(800억원)와 한국투자파트너스(750억원)가 차지했다. 6위는 715억원을 출자 받은 LB인베스트먼트다.
7위와 8위는 각각 아주IB투자(701억원)와 나우IB캐피탈(600억원)이 차지했다. 양사는 800억원 규모의 ‘아주IB 나우 그로쓰캐피탈 PEF’의 공동 GP이기도 하다. 나우IB캐피탈의 경우 200억원 규모의 농식품 투자조합1호 결성을 앞두고 있다.
아주IB투자는 60억원 규모의 아주-신한강소기업2호, 21억원 규모의 아주신재생에너지조합, 200억원 규모의 아주Agrigento1호, 20억원 규모의 아주신재생에너지 2호조합 등을 결성했다. 지난해에 이어 조합 결성 숫자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 '통큰 투자'가 대세…투자총액 6000억원 돌파
상반기만 놓고 볼 때 올해 벤처투자 총액은 지난해 수준(1조910억원)을 가볍게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상반기까지 약 6800억원이 투자됐다. 전년대비 64%나 늘어난 금액이다.
더벨이 투자규모 상위 30여개 벤처캐피탈의 투자실적을 집계한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들은 상반기중에 6427억원을 투자했다. 100여개 벤처캐피탈의 투자실적(벤처+PEF)을 고려하면 8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두둑한 실탄은 벤처기업들의 가치(valuation)를 상승시켰다. 일부 기업은 코스닥 기업보다 더 높은 PER를 요구하기도 했다. 벤처캐피탈들은 “투자 기업 찾기가 너무 힘들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지만 누구나 만족하는 투자 환경이 조성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이 와중에도 남들이 거들떠도 보지 않는 기업에 과감히 투자를 하는가 하면, 참신한 딜 구조를 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곳도 있었다. 결국 부지런히 뛰고 끈질기게 매달리는 벤처캐피탈에게 높은 수익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
투자 규모에서 1위를 차지한 곳은 스틱인베스트먼트다. 가진 게 많으니 투자 금액도 남들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상반기에만 1225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벤처캐피탈 업계 최대 규모로 결성한 ‘Kofc스틱-그로쓰챔프2010의 2호’에서 에코프로와 테크노세미켐에 각각 300억원, 600억원을 투자했다. 이밖에 3개 회사에 325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한국벤처캐피탈 대상을 수상한 LB인베스트먼트는 694억원을 투자해 2위를 차지했다. 이미 지난해 투자규모(549억원)를 뛰어 넘었다. 주요 투자기업으로는 인트론바이오테크놀로지(50억원, BW), 루멘스(50억원, BW), 유비프리시젼(보통주·CB, 100억원) 등이 있다. 투자업종도 LCD장비, 바이오, LED 제조 등 다양하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627억원을 투자해 3위에 자리했다. 상반기에만 전년도 714억원에 육박하는 금액을 투자했다. 에이치엔에스하이텍의 BW와 보통주에 48억원, 오성엘에스티의 BW에 50억원, 코스탯아이앤씨의 보통주에 80억원, 코캄의 보통주에 209억원, 토파즈의 CB에 30억원, China Delta Chemicals의 CB에 44억원 등을 투자했다.
4위는 333억원을 투자한 스톤브릿지캐피탈이다. 콘텐트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벤처캐피탈답게 영화, 게임, 공연 등에 프로젝트 형태로 투자했다. 스톤브릿지영상콘텐츠투자조합을 통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티켓몬스터의 우선주와 보통주를 각각 6억원과 6000만원에 인수했다. 티켓몬스터에 투자한 국내 벤처캐피탈은 스톤브릿지가 유일하다. 또한 옵트론텍의 보통주(9억), CB(31억), BW(1억) 등에 투자했다.
2010KIF-스톤브릿지IT전문투자조합은 10억원 규모의 나우게임즈우선주와 20억원 규모의 아블라 우선주에 투자했다. 하나-칼더-스톤브릿지사모조합은 코렌텍의 우선주 6억원과 CB 60억원 물량을 인수했다. SP제1호PEF는 150억원 규모의 성주디앤디 우선주에 투자했다.
KB인베스트먼트는 310억원을 투자해 5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499억원을 투자한 것에 비해 크게 모자란 금액이다. 투자 상위권 5위 업체 중에서 유일하게 투자 규모가 줄었다. 벤처조합의 투자여력이 200억원에 불과한 탓이다. KB인베스트먼트는 올해 투자보다 펀딩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6위와 7위는 각각 큐캐피탈파트너스와 IBK캐피탈이 차지했다. 양사는 지난해 정책금융공사로부터 출자를 받아 결성한 ‘KoFC-큐씨피IBK프런티어챔프 PEF’를 통해 활발한 투자활동을 벌였다. 투자금액도 296억원으로 동일했다. 주요 투자기업으로는 온세텔레콤(296억원), 한글과컴퓨터(256억원), 유비프리시젼(50억원) 등이 있다. IBK캐피탈의 경우 이미 지난해 투자 규모(256억원)를 넘어섰다.
이밖에 268억원을 투자한 IMM인베스트먼트와 259억원을 투자한 엠벤처투자, 223억원을 투자한 캡스톤파트너스 등이 그 뒤를 이었다.
◇ 코스닥시장 추락…침울한 벤처캐피탈
투자 열풍은 하반기에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벤처캐피탈들의 투자여력이 2조원을 넘고 있기 때문이다. 벤처조합의 경우 1조1032억원, PEF의 경우 9379억원으로 총 2조411억원에 달했다. 보통 벤처캐피탈의 투자 기간이 3~4년인 것을 고려하면 매년 5000억~7000억원의 투자가 예상되는 구조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펀딩을 통해 투자여력이 더욱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최근 벤처캐피탈의 투자기간도 점차 짧아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예상 가능한 최소 투자금액은 7000억~8000억원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벤처조합 투자여력을 기준으로 1위는 962억원의 스톤브릿지캐피탈이다. 951억원으로 집계된 스틱인베스트먼트와 940억원으로 나타난 네오플럭스가 2~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000억원 규모의 ‘2010 KIF-프리미어 투자조합’을 결성한 프리미어파트너스의 경우 824억원이 남아 4위에 자리했다. 이밖에 튜브인베스트먼트(780억원), 일신창업투자(730억원), SL인베스트먼트(693억원), 한국투자파트너스(517억원) 등이 상위권을 형성했다. 향후 활발한 투자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PEF 투자여력 기준으로는 스틱인베스트먼트가 4548억원으로 압도적인 선두를 차지했다. 2위와는 1700억원 이상 차이가 났다. 지난해 5052억원 규모로 결성한 ‘KoFC스틱-그로쓰챔프2010의 2호’의 영향이 컸다. 그 뒤를 이어 큐캐피탈파트너스가 2803억원으로 2위를 기록했다. KB인베스트먼트는 800억원으로 3위, 나우IB캐피탈은 695억원으로 4위, SBI인베스트먼트는 281억원으로 5위에 자리했다. 상반기 최대 이슈였던 국민연금 팬아시아펀드(9000억원)의 조합결성이 하반기에 이뤄지는 것을 고려하면 투자여력은 확연하게 높아진다.
벤처캐피탈 시장의 투자열풍에도 불구하고 오랜 숙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엑시트 시장의 활성화가 그것이다. 2011년 코스닥 시장의 침체로 투자기업이 IPO에 성공하고도 엑시트를 하지 못하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코스닥 신생 상장사들의 주가가 공모가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의 신뢰도 하락했다. 상대적으로 코스피의 급등과 비교되면서 코스닥시장이 사실상 2부 리그로 추락했다는 지적도 부담스럽다.
한 벤처캐피탈 대표는 “현재의 정부가 대기업 위주의 정책을 펴면서 중소기업의 입지가 좁아지고 이로 인해 코스닥 주가가 떨어졌다는 주장도 나온다”며 “미국에 민주당 정권이 들어선 이후 실리콘밸리가 다시 활기를 띠는 것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고 꼬집었다.
다른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코스닥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제3시장의 창설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며 “엑시트 활성화를 위해 M&A에 대한 인식전환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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