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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속없는 해외 건설수주 경계해야

이대종 기자공개 2011-09-14 11:15:59

이 기사는 2011년 09월 14일 11: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해외에서 공사를 수주해 돈을 벌기는 쉽지 않다. 건설장비나 현지 인력 수급의 문제 등 외에도 시나브로 나가는 돈을 무시할 수 없다. 건설경기 흐름을 타는 건 국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업계에서 해외수주를 ‘빛 좋은 개살구’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돈은 수주 입찰에 참여하기 전부터 들어간다. 그 중 하나가 발주처 등에 벌이는 로비 활동. 지난해 해외 총 수주액의 약 70% 차지한 중동은 심지어 이 로비가 제도화돼 있다. 발주처 친인척들에게 돈이나 선물을 주지 않으면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

금액 규모는 상식을 넘어선다. 집안에 황금소파를 두었던 카다피의 나라, 리비아는 총 공사비의 10%를 이 금액으로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비용을 지불해도 계약 성사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건설업계는 그래서 이 돈을 ‘수업료’라 부른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그나마 본계약을 체결하면 수업료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냥 돈을 날린 것”이라고 말했다.

수주 정보를 확인하고 입찰에 성공하기 위해 현지에 머무르기 위한 비용도 상당하다. 해외 공사의 수주 정보는 대개 브로커들에게 얻는 경우가 많다. 어느 나라에 무슨 공사가 있으니 참여해 보라는 식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보는 반드시 현지에 가서 확인을 해야 한다.

현지 지사나 사무소가 있는 건설사들은 그나마 낫다. 하지만 본사에서 직접 알아봐야 하는 건설업체는 어마어마한 경비 지출에 경영 부담을 느낄 정도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최근 현지 체재비가 많이 비싸졌다”면서 “회사에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브로커 비용도 상당하다. 공사 선수금의 10%는 브로커 비용으로 나간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지방 연고의 한 건설사가 수업료와 브로커 비용만 날리고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국내 업체들끼리 ‘출혈경쟁’도 넘어야 한다. 해외건설 시장의 총 규모는 약 5000억 달러. 이중 지난해 국내 수주액의 총 규모는 700억 달러 불과하다. 비슷한 기술로 비슷한 시장을 공략하려는 업체들끼리의 제 살 깎는 경쟁은 피할 수 없다. 국토해양부는 올해부터 저가 투찰을 막기 위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건설경기의 흐름을 타는 건 국내 사정과 다르지도 않다. 국내 주택사업에서 유명세를 떨쳤던 S건설은 2007년부터 두바이에서만 7개 사업을 벌였다. 특기를 살려 아파트를 지었지만 공실률이 속출했다. 결국 지난해 4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U건설은 카자흐스탄에 아파트 사업을 벌였다. 첨단 복합단지를 짓기로 하면서 그 나라에는 없던 모델 하우스를 처음 선보이며 인기몰이에 나섰다. 하지만 미분양이 속출해 공사가 중단됐고, 2009년 4월 워크아웃이 결정됐다.

국내 건설경기가 바닥을 기면서 많은 업체들이 해외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한신공영은 2006년까지 해외사업이 거의 없었다. 지난해에는 그러나 해외에서 1조4000억원을 수주했다. 올해도 비슷한 수준의 수주를 계획하고 있다. 동부건설은 올해 해외영업부를 새로 만들었다. 외부에서는 해외사업 관련의 경력 인원들도 대거 영입했다. 20여년 만의 일이다.

건설업체들이 이 같은 위험을 모를 리 없다. 하지만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한 방안으로 해외시장만큼 매력적인 곳이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최근 워크아웃을 졸업한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해외시장의 리스크는 잘 알고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손가락만 빨 수는 없지 않느냐”며 반문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나라마다 다른 현지 공사의 절차와 관행 등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주문했다. 또 해당업체가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는 기능공이나 자재 등의 수급구조를 미리 파악해 외화벌이의 누수를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라크의 경우 신용등급은 북한 수준이라 자금조달이 쉽지 않고 테러 위험이 높아 공사 진행이 수월하지 않다”면서 “일부 국가의 수주는 후일을 도모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굶주려 있을 땐 무엇을 봐도 먹고 싶다. 국내 시장에서 먹을거리를 찾기 힘든 건설업체로선 해외 시장은 거절하기 힘든 대상이다. 울며 먹는 겨자일 수도 있다. 하지만 '빛좋은 개살구'의 '개'는 그냥 붙은 단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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