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미션 '우호적 투자자를 찾아라' 경영참여 배제·자금회수 불확실...투자자와 힘겨루기 예상
이 기사는 2011년 09월 21일 15: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그룹이 삼성에버랜드 지분 20.64%를 어떤 투자자에게 넘길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에버랜드는 사실상 삼성그룹의 지주회사로서 향후 경영권 승계의 중심에 서 있는 계열사다. 따라서 삼성 측은 그룹의 이해와 완벽하게 부합하는 투자자를 찾는데 역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카드는 최근 골드만삭스와 JP모간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본격적인 지분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 양 측은 주관사와 매각 방안과 일정 대한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한 후, 국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개별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에버랜드가 갖는 상징성을 고려할 때, 삼성 측이 가격은 물론 보유 기간과 경영 참여 여부 등 매매 조건을 꼼꼼히 따진 후 선별된 투자자에 한해 지분을 넘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매각 자문사 선정 과정에서도 투자자(인수 후보) 사전 접촉을 엄격히 제한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그룹 지주사인 에버랜드의 경영 안정화를 위해서라도 장기 보유가 가능한 투자자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자금회수 방안이 불확실한 만큼 장기 투자는 에버랜드 지분 투자의 필수 요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삼성 측이 직접 나서 기업공개(IPO) 등 확실한 자금 회수 방안을 제시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에버랜드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등 오너 일가가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자금 회수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삼성 오너 일가의 재가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오너가에 부담을 떠안기면서까지 지분 매각 절차를 진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 지분 매각 전 스탠다드차타드 사모펀드(SC PE)가 삼성 측에 선제적으로 지분 인수를 제안했지만, 삼성 측이 자금 회수 방안을 보장하지 않으면서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삼성 측은 투자자의 장기 보유를 강제하기 위해 '보호예수(Lock-up) 기간 설정'과 '매각 거부권' 등 다양한 조건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주요 인수 후보 역시 장기 투자가 가능한 해외 롱텀펀드와 국부펀드 등이 거론되고 있다.
아울러 삼성 측은 경영 참여 목적이 없는 순수한 재무적 투자자(FI)만을 대상으로 지분 매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의 경우 경영권 승계나 지주사 전환 등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커다란 난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경영 참여를 허용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이 지분을 쪼개 파는 블록딜을 선호하는 것 역시 이 같은 경영 참여를 제한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상법에 따라 소액주주들도 이사 선임까지는 아니더라도 다양한 권리 행사를 통해 경영 참여가 가능한게 현실이다. 3% 이상의 지분을 확보한 주주는 △업무 및 재산상태 검사 청구권 △회사장부 열람권 △주주총회 소집권 등의 권리를 갖게 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삼성 측이 일방적인 매각 조건을 고수할 경우, 투자자 유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자금 회수 방안도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장기 투자에 나설 투자자가 많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투자자들의 장기보유와 함께 경영 불간섭을 원하는 반면 투자자들은 자금회수 방안 보장과 경영 참여 등을 계속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매매 협상이 시작되면 원하는 조건을 관철시키기 위한 거래 당사자들의 힘겨루기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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