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3월 18일 07시1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 현재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다. 2015년 M&A 발표 때부터 '핫'했던 이슈였다. MBK는 당시 7조2000억원을 들여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M&A 거래였다.시장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물론 긍정보다는 부정의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홈플러스의 현금 창출력을 의심해서가 아니다. 돈은 잘 벌지만, 기업가치를 7조원 넘게 인정했다는 점에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PEF는 결국 포트폴리오 기업을 다시 되팔아야 이익을 얻는다. 누구한테, 어떻게 파느냐의 과제를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시장에서는 궁극적으로 MBK가 부동산에 베팅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12년이 지난 지금, 홈플러스와 MBK는 난관에 봉착했다. 신용 등급이 강등되면서 회생절차라는 극단적인 결정을 내렸다. 이 지점에서 MBK는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현실과 맞닥뜨려야 했다. 바로 '사회적 책임'이라는 멍에를 말이다.
PEF는 기본적으로 '무한책임사원'이다. 출자자들의 자금을 받아 돈을 운용하며, 투자에 따른 손실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갖는다. 그렇기에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와 자세로 투자와 운용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단 그 책임은 펀드 출자금에 한정된다. 펀드에 손실이 발생하면 성과급을 못 받고, 더 결정적으로 후속 펀딩에 나설 수가 없다. 투자한 실패자에게 다시 돈을 맡길 투자자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도태된다.
MBK 역시 홈플러스에 대해 '선관주의' 관점에서 법정관리행을 택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회사의 부도를 막고, 이해관계자들의 피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해 최후의 보루인 펀드 손실까지 감내했다. 홈플러스가 회생 절차를 밟게 되면 MBK는 대주주 지위는 물론 주식 가치까지 포기해야 한다. 실제 에쿼티 투자금 3조원을 돌려받기가 요원해졌다. 그럼에도 홈플러스 부도라는 극단적인 사태를 막기 위해 선량한 관리자로서 모든 것을 내려놓는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MBK는 한 가지를 간과했다. 이제는 자본시장의 거대한 축으로 성장한 PEF의 무게감과 사회적 책임을 말이다. 펀드 관리자로서 최대의 양보를, 최선의 판단을 내렸지만 시장에 미치는 여파와 자본시장의 혼돈, 소상공인과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까지는 고려하지 못했다.
MBK는 결국 대주주 사재출연 카드까지 꺼냈다. 김병주 MBK 회장은 홈플러스가 진 상거래 채권 중 소상공인에 해당하는 납품·입점업체 등이 받아야 할 금액만큼을 사재로 신속히 보상할 계획이다.
이제껏 유례없었던 PEF 대주주의 사재 출연은 PEF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고민과 그 결과물이다. MBK가 쏘아 올린 PE의 사회적 책임은 이제 새로운 선관주의의 표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른 PE들 역시 앞으로 그 규범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이번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PE들 역시 이를 여실히 경험했을 것이다. 이제 MBK만의 문제가 아니다. 업계가 함께 고민할 숙제가 됐다. 선량한 관리자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사회적 일원으로서의 PEF, 그 새로운 이정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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