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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카드 보유 에버랜드 지분, 매입소각 가능성 장학재단 보유지분 매각 일정 연기와도 무관치 않다?

배장호 기자공개 2011-09-27 14:31:18

이 기사는 2011년 09월 27일 14: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그룹이 삼성카드의 삼성에버랜드 보유 지분율 25.64%를 내년 4월까지 5% 미만으로 낮추는 작업에 착수한 가운데, 지분 대외 매각 대신 자사주 매입 소각이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삼성이 에버랜드 상장에 대한 어떠한 보증도 해주지 않기로 했다는 점에서 투자자 모집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따라서 자사주 매입 소각이 유일한 방안이 아니겠냐는 생각이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삼성카드 보유 에버랜드 지분 매각을 위한 자문사를 선정하기 직전까지 사모투자펀드(PEF) 등 몇몇 국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에버랜드 지분 매각 여부를 타진해왔다.

당시 투자자들은 에버랜드의 보유 자산 가치와 삼성그룹 내 실질 지주회사로서의 위상 등을 높이 평가, 투자 가치를 비교적 후하게 평가했다. 하지만 투자 후 회수 문제가 정면으로 걸렸다.

비상장 회사인 에버랜드에 지분 20.64%를 보유하게 되는 투자자가 추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은 대략 두가지. 상장과 매각이다.

하지만 삼성은 에버랜드 상장에 대하 어떠한 보장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매각 역시 경영권 없는 비상장 소수 지분을, 그것도 조단위에 이르는 금액의 지분을 차익을 내고 팔긴 현실적으로 어렵다. 삼성 관계자들은 상장을 절대 안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언제 한다는 식의 보증을 해줄 수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한다. 삼성이 그런식의 보장을 해 준 선례가 없다는 식의 설명도 붙인다.

하지만 존속기간이 한정된 투자펀드 속성상 회수가 불확실한 자산에 거액을 투자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삼성도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의 시각은 삼성이 후계 승계 등 그룹 지배구조에 대해 오너 일가에 적극 협조할 용의가 있는 투자자들이 나서면 딜을 진행하고, 그렇지 않다면 무리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딜의 근거가 된 현행 '금융산업의 구조 개선에 관한 법'(금산법)은 금융회사가 비금융회사 지분을 5% 이상 보유하지 못하게 하고 있는데, 이 법에 따라 삼성카드는 보유 에버랜드 지분을 내년 4월까지 5%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

만약 이 지분을 정해진 시한 내에 처리하지 못할 경우 삼성카드는 매일 3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3개월이면 거의 1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돈이다. 특히 삼성카드는 상장회사로서 일반주주들로부터 이사회가 기업 가치 훼손에 대한 법상 책임을 추궁당할 우려도 있다. 물론 보유 지분을 공정가치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팔 경우에도 같은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관련 금산법 조문상에는 삼성카드가 반드시 보유 에버랜드을 삼성 외의 제 3자에 팔아야 한다는 식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따지고 보면 보유 지분을 5% 미만으로 낮출 방법이 대외 매각만 있는 것도 아니다. 삼성 입장에서 보면 대외 매각보다 더 편리 대안이 실은 자사주 매입 소각이다. 에버랜드가 삼성카드가 보유한 자사 지분 전부 또는 20.64% 이상을 매입해 소각하면 된다.

시장 일각에서는 삼성이 처음부터 자사주 매입 소각을 염두에 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그룹 지배구조와 후계 승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지분이다 보니 그룹으로선 지분 처리 방향에 대한 여론의 평가가 신경 쓰일 수 밖에 없었을 것이고, 결국 자사주 매입 소각을 위한 명분을 쌓기 위해 형식적이나마 대외 매각 절차를 밟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렇다고 자사주 매입 소각 방식이 전혀 문제 소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자사주 매입 가격이다. 특히 부동산 등 에버랜드가 보유하고 있는 비영업 자산들에 대한 가치를 어떻게 산정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 민감한 사안이 될 것이다.

현 상황에서 상정해 볼 수 있는 가장 유력한 가격 산정 방법은 보유 자산 가치를 가장 최근의 장부가치로 간주하는 것이다. 이 방법대로라면 에버랜드 1주의 가치는 213만원이다. 에버랜드가 비상장사인데다 부동산 등 시장성없는 자산들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장부가를 차용하더라도 재무회계상으로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문제는 세법상의 이슈다. 만약 에버랜드 주식의 장부상 가치가 실제 시장 가치보다 낮은 것으로 판명날 경우 삼성카드가 빠져나간 후 남은 에버랜드 대주주들이 천문학적 금액의 세금을 부담해야 할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에버랜드 주주 구성을 보면 이재용, 이부진, 이서현 등 그룹 오너 2세들이 50%에 가까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행 상속 및 증여세법(상증법)은 자산의 저가 고가 양도에 따른 이익에 대해 대가와 시가의 차액에 상당하는 금액을 증여로 의제, 증여세를 부과토록 하고 있다. 또 양도소득의 부당행위 계산 부인에 관한 규정을 두어 , 양도소득이 있는 거주자의 행위 또는 계산이 그 거주자와 특수관계에 있는 자와의 거래로 인해 그 속에 대한 조세부담을 부당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인정된 경우 그 거주자의 행위 또는 계산에 관계없이 해당 과세기간의 소득금액을 계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결국 자사주 매입 소각 방법에 있어 관건은 '에버랜드 주식 가치를 얼마로 볼 것인가' 하는 밸류에이션인 셈이다.

혹자는 한국장학재단이 보유한 에버랜드 지분에 대한 매각 작업이 차일피일 미뤄져 온 배경에도 결국 삼성의 자사주 매입 소각 시나리오가 숨어있지 않겠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한국장학재단은 이미 지난 4월부터 에버랜드 지분 매각에 착수, 올 8월 중 입찰을 실시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지만, 뚜렷한 이유없이 매각 작업이 늘어져오고 있는 상황이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이 삼성카드 보유 에버랜드 지분을 매입 소각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그 전에 에버랜드 지분에 대한 시장 가격이 나와버리는 장학재단 딜이 성사되는 것을 당연히 바라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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