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분석]태경그룹, 얽히고설킨 지배구조로 세워진 화학·소재 '소제국'50년간 누적된 복잡한 상호·순환출자…'쇄신' 추구 오너 2세 시대서 변화할까
전효점 기자공개 2020-11-09 07:30:37
이 기사는 2020년 11월 05일 11: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태경그룹은 태경산업을 중심으로 태경비케이, 태경케미컬 등 주요 계열사들의 복잡한 상호·순환 출자를 기반으로 지배력을 구축하고 있다.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김해련 회장은 작고한 창업주 김영환 회장의 외동딸로 1962년생이다. 김 전 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2014년 9월 고스란히 상속받으면서 최대주주로 등극했다.김 회장은 취임 후 그룹 기존 사업부 쇄신과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한 미래 먹거리 찾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이익률의 등락과 상관없이 매년 꾸준히 신사업 육성을 위한 설비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다.
그러나 계열사간 복잡한 순환출자로 엮인 지배구조는 선대 회장 시기와 큰 변화가 없는 상태다. 태경그룹은 내년부터 신사업 매출이 가시화되면서 그룹 실적을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 회장이 계열사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지배구조 정리에도 눈길을 돌릴지 이목이 모인다.
◇반세기 사업이 남긴 촘촘한 순환출자, 오너 2세에도 변화 無
지주사 역할을 하는 태경산업은 계열사 10곳을 종속기업으로 거느리고 있다. 대부분 50% 이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데, 간접 지분까지 합산한 결과다. 직접 보유중인 지분은 지배력 대비 낮은 것이 특징이다.
태경산업이 57.3%의 지배력을 행사하는 태경케미컬의 경우 직접 보유지분은 16.4%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태경케미컬 최대주주인 태경비케이를 통해 간접 지배하고 있다. 태경에프앤지의 경우 반기보고서에 지분율을 93.1%로 표기하고 있지만 직접 지분은 51%다. 나머지 지배력은 태경에프앤지 지분 41.9% 보유한 태경에코를 통해 행사하고 있다. 남은 6.9%는 김해련 회장이 직접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계열사도 복잡한 간접 출자를 통해 지배력을 추가로 확보하고 있다.
태경산업과 자회사들은 상호출자로 연결돼 있다. 태경산업은 태경케미컬 지분 16.4%를 보유했지만, 태경케미컬은 태경산업 지분 21.4%를 보유하고 있다. 태경케미컬 외에도 남영전구, 태경비케이, 태경에프앤지, 태경에코, 태경가스기술이 3.5% 미만의 모회사 지분을 보유하면서 김 회장의 낮은 직접 지분율을 보완해주고 있다. 송원김영환장학재단도 태경산업 지분 10%를 갖고 있다. 자회사 출자 지분에 최대주주 지배력은 23.3%에서 63.5%까지 도약한다.
계열사들끼리도 복잡한 순환·상호 출자고리로 연결된다. '태경산업-태경비케이-태경케미컬-태경산업', '태경산업-태경케미컬-남영전구-태경산업', '태경산업-태경비케이-남영전구-태경산업', '태경산업-태경에코-태경에프앤지-태경산업', '태경산업-태경케미컬-태경가스기술-태경산업', '태경비케이-태경케미컬' 등이 이에 해당한다.
복잡한 출자의 연쇄는 과거 태경산업이 성장 과정에서 계열사 공동 출자로 자회사를 설립했거나, 공동 인수를 추진한 결과물이다. 작고한 김영환 선대회장 시절 정립된 이같은 출자 구조는 오너 2세 들어서도 거의 변화없이 지속되고 있다.
◇변화하는 사업 포트폴리오, 지배구조 개편 동반될까
태경그룹은 계열사를 통틀어 상당히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는데, 선대회장 시절부터 사회적 변화에 발맞춰 신사업을 추가하거나 사업영역을 넓혀온 결과다. 이는 태경그룹의 주업이 구조적 쇠퇴기에 접어든 합금철 사업부임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실적과 재무구조를 유지할 수 있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김해련 회장은 합금철, 전구 등 올드이코노미에 뿌리를 둔 사업 포트폴리오에 어떻게 쇄신의 바람을 불어넣을지 고민하고 있다. 특히 올 들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하 코로나19)으로 사업부 내 옥석가리기가 진행되면서 성장 사업부 찾기는 그룹 차원의 이슈가 됐다.
철강업을 전방 산업으로 두고 있는 태경산업의 합금철 사업은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저가로 물량이 풀리는 바람에 최근 수년간은 팔면 팔수록 손실이 나는 구조다. 이때문에 태경산업은 마진율인 높은 고속도로휴게소 운영업 비중을 높여 본업을 보완하고자 해왔다. 올해의 경우 코로나19로 휴게소업마저 어려워지면서 위기를 맞았지만, 내년 전염병이 둔화되면 휴게소 수주 확대에도 신경을 쓴다는 입장이다. 태경산업 내 또다른 사업부인 중질탄산칼슘은 제지나 판지를 코팅하는 화학소재인데, 최근 온라인 쇼핑의 증가로 포장용 골판지 수요가 늘면서 제지 수요 하락을 벌충해주고 있다.
그외에 회사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사업부는 대부분 자회사에 소속돼 있다. 액체 탄산가스와 드라이아이스를 제조하는 태경케미컬의 성장세는 좋다. 식품 온라인 배송 시장이 커지고 있는 데다 탄산수 등의 소비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폐수 처리에 활용되는 액산소석회 사업은 태경에코와 태경비케이를 통해 키우고 있다. 김 회장은 취임 이후 태경에코에 2015년과 2019년 두 차례 액상소석회 공장을 신설했다. 태경비케이는도 2015년 액상소석회와 생석회 가공설비를 준공하는 등 활발한 설비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태경그룹은 내년 반도체 경기가 활발해지면 이같은 선제적 자회사 투자가 빛을 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해련 회장은 최근에는 화장품 원료 시장을 넘보고 있다. 지난해 태경에스비씨를 통해 자외선 차단 원료로 활용되는 나노이산화티타늄 생산공장 건립을 마무리했다. 올 들어서는 헥산디올 생산기술을 가진 코엠을 인수한 데 이어 추가 화장품 원료사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2세 김 회장이 추진하는 사업구조 재편이 점점 속력을 높여가면서, 사업구조에서의 변화가 지배구조 개선을 동반할 지에 대해서도 이목이 집중된다. 현재로서는 전혀 무관한 사업을 하는 계열사들도 상호·순환 출자고리로 연결돼 있는 데다가, 같은 사업도 여러 계열사에서 제각각 영위하므로 시너지 효과를 내기 힘든 상황이다. 예컨대 태경네트워크는 그룹 전산사업뿐만 아니라 태경케미컬이 제조하는 드라이아이스 판매업, 생석회도소매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액체탄산사업 역시 태경케미컬뿐만 아니라 태경네트워크, 태경에프앤지가 제각기 전개하고 있다.
태경산업 관계자는 "내년 코로나19 완화로 경기가 나아지면, 기존 사업 가운데서는 태경케미컬의 액체 탄산, 태경에코의 액산소석회, 태경가스기술의 가스사업 등을 중심으로 실적 성장이 이뤄져 연결 기준 실적을 끌어올릴 전망"이라면서 "또 태경산업이 새로 추진하고 있는 화장품 원료 사업 매출도 내년부터 본격화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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