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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턴투자운용의 하산(下山) [thebell note]

고진영 기자공개 2020-11-26 08:23:11

이 기사는 2020년 11월 25일 07:4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뒤늦게 모바일 고스톱 게임에 빠졌다. 주말의 낙이던 넷플릭스를 오랜만에 밀어낸 취미다. 한 달차 초심자로서 감히 말하건데 고스톱의 묘미는 선택에 있다. 가야할까 이만 멈춰야할까. 쓰리고가 욕심나긴 하지만 위험을 무릅썼다가 ‘고박’을 당할 때는 어찌나 속이 쓰린지. 도박의 아슬아슬함을 흔히 인생에 비유하는데 그럴 만도 한 것 같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같은 진리가 통한다. 마스턴투자운용의 상황이 그렇다. 7월 야심차게 발표했던 ‘마스턴프리미어제1호’ 리츠의 상장 계획을 기자간담회 일주일 만에 접었다.

당시 시간을 두고 4분기에 다시 도전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 계획이 잡히지 않았다. 새해가 머지않았으니 사실상 연내 상장은 기대하기 힘들어진 셈이다. 다만 최근 증자로 최소자본금 요건을 맞추면서 리츠 인가를 유지해 기회를 엿보고 있다.

마스턴프리미어1호 리츠는 프랑스 파리 크리스털파크 빌딩의 수익증권을 기초자산으로 담은 재간접 리츠다.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다른 리츠들과 마찬가지로 재고물량 처리라는 잡음이 있기는 했으나 내부에서는 자신감이 충분했다. 최고 도심구역에 가까운 만큼 상당한 차익 실현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장 분위기가 워낙 어두웠다. 상장을 시도한 리츠들이 줄줄이 흥행에 실패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바이오주가 몇배씩 뛰는 와중에 안정성이 핵심인 리츠로는 도무지 시선을 끌기가 여의치 않았다.

결국 해외투자운용 담당 조용민 본부장은 ‘때가 아니다’는 판단을 내렸고 김대형 사장 역시 동의했다. 쉽지 않은 결단이었다.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던 딜인 데다 '해외 부동산 투자 1호 리츠'라는 타이틀을 두고 제이알글로벌 리츠와 물밑 신경전까지 있었기 때문이다.

회사가 유례없이 승승장구 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 어려운 포기였다. 마스턴은 3년만에 매출이 3배 가까이 불어나며 화려한 성장세를 구가 중이다. 2017년 50명이 채 안됐던 직원수는 무려 150명 이상으로 늘었다. 어찌보면 흠없는 기록에 리츠 상장 철회가 옥에 티처럼 남았다.

그럼에도 수개월이 지난 지금 마스턴 측에서는 물러서길 백번 잘했다고 안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목표였던 상장을 그대로 밀고 나갔다면 증시 입성은 했겠지만 첫발부터 부진의 낙인이 찍혔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물론 애써 산을 오르다 고지를 코앞에 두고 발을 돌렸으니 아쉬움은 남았을터다.

하지만 원래 등산도 적당한 때 ‘스톱’을 외칠 줄 알아야 체력을 유지할 수 있는 법이다. 산악계 전설로 불리는 탐험가 허영호씨는 히말라야 로체샤르 등정을 시도했다가 정상 어귀에서 돌아 내려갔다. 꼭대기가 빤히 눈에 보였지만 계속갔다간 생존할 힘이 모자랄 것 같았다. 회한은 있을지언정 옳은 결정이었다고 그는 저서에서 회고했다. 어차피 산은 다시 오를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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