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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기업구조조정 리뷰]2020년 아시아나 빅딜, 20년전 구조조정과 닮았다④원칙 무너뜨린 기간산업 재건 명분, 일부 대기업 편중 현상 심화

고설봉 기자공개 2020-12-01 07:55:29

[편집자주]

산업은행은 한국 기업구조조정의 중추다.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부실기업 정상화를 주도하며 가치를 증명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 의구심을 산 경우도 있다. 실질적인 가치만 따져 구조조정이 이뤄진 것인지 의문을 키운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 구조조정을 두고 최근 산은이 보여준 문제들은 다시금 과거사를 돌아보게 만든다. 산은 주도의 구조조정 과거사를 토대로 현재 안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인지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1월 26일 14:4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아시아나항공 빅딜(Big Deal)은 2019년 1월 추진된 대우조선해양 빅딜과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쟁업체에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매각하는 딜(Deal) 방식을 동원한 것과 이러한 딜을 추진하게 된 배경 및 과정 등 여러 면이 닮았다.

일단 두 딜 사이의 공통점은 매각 대상 기업이 KDB산업은행의 오랜 숙제였다는 점이다. 산은은 자체적인 구조조정 역량을 동원해 대우조선해양과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를 꾀했지만 수년째 제자리걸음만 했다. 인수합병(M&A)을 통한 새 주인 찾기에 나섰다가 모두 실패했다는 점도 같다.

그런데 두 기업이 부실화로 산은 관리 기업으로 편입된 시점 사이에는 10년이란 시간이 있다. 정작 10년이란 세월이 무색하게 두 회사를 구조조정 해나간 산은의 방식은 상당히 닮아 있다.

특히 1999년 산은이 진행했던 소위 '9대 빅딜'과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는 공통점까지 엿보인다. 20년이 흐르도록 구조조정 방식과 그 논리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셈이다.

◇1999년 9대 빅딜과 닮은 아시아나·대우조선 구조조정

시장에서는 이번 딜을 ‘깜짝 딜’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금융권과 항공업계 등에서는 과거 산은이 추진했던 구조조정 방식과 전혀 다를 게 없는, 새로울 것이 없는 방식으로 진행된 딜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단 대우조선해양과 아시아나항공 빅딜은 1999년 있었던 '9대 빅딜'과 닮아 있다. 산은은 IMF 외환위기를 넘는 과정에 대대적인 기업구조조정을 단행한다. 당시 산은은 ‘업종전문화를 위한 사업교환(빅딜) 추진’이란 정책을 통해 기업구조조정을 단숨에 끝낸다. ‘계열기업의 과잉·중복 투자와 이로 인해 파생된 과당경쟁, 수익성 악화 등의 구조적 문제점 해소 목적’이 당시 빅딜을 추진한 산은이 내세운 논리다.

산은이 2014년 초 발간한 ‘기업구조조정과 KDB-외환위기 이후 15년을 중심으로’란 백서에서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상대적으로 경쟁 우위에 있는 기업으로 이관하거나, 계열사에서 분리해 별도법인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추진했다”며 “1998년 12월 정부와 재계, 금융기관 간에 9개 업종에 대한 사업구조조정 방안이 최종 확정됐다”고 밝혔다.


산은은 9개 업종을 지정하고 여기에 속한 부실기업을 경쟁사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빅딜을 성사시켰다. 마치 1980년대 산업합리화 조치를 연상케 한다.

9개 업종은 정유·석유화학·반도체·철도차량·항공기·발전설비·선박용 엔진·자동차·가전 등이었다. 또 구조조정 대상은 옛 현대그룹, 삼성그룹, 옛 대우그룹, LG그룹 등에 속한 13개 계열사와 한진중공업, 한화에너지, 한국중공업 등 3개사를 포함한 총 16개사였다.

다시 2020년 아시아나항공 딜로 돌아와보면 1999년과 비슷한 논리가 여러곳에서 엿보인다. 산은은 한진그룹으로의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하면서 ‘항공업 붕괴를 막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명분을 전면에 내세웠다. 2019년 대우조선해양 딜에서도 산은은 ‘조선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란 똑같은 논리를 내세웠다.

◇특정 기업에 쏠린 기간산업, 약속한 안전장치 20년 흘러 퇴색

결과적으로 1999년 산은 주도로 이뤄진 9대 빅딜은 대기업들의 합종연횡만 이끌었다. 그 결과는 잘 알려져 있듯이 특정 대기업집단 몇 곳에 주요 국가 기간산업 및 산업별 대표기업이 쏠리는 현상을 초래했다.

현재 진행되는 아시아나항공 딜도 성사되면 한진그룹에 국가 기간산업을 몰아주는 결과를 낳게 된다. 앞서 완료한 대우조선해양 딜을 통해 현대중공업그룹은 국가 기간산업인 조선업을 장악하게 된 것과 같은 그림이다.

이러한 딜 형태에 대해 재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독과점 이슈와 하청업체 갑질 등 그동안 수없이 수면 위로 떠올랐던 문제들이 반복되기 쉬운 구조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눈치가 보여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벌일 수 있다는 노동계의 우려도 존재한다. 이 경우 산업군이 한 기업에 쏠려 있는 만큼 대안으로 다른 기업을 가는 해소책도 찾기가 어렵다.

산은은 1999년 9대 빅딜 당시에도 이를 진행할 때부터 이러한 우려를 의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 이후 기업경영 투명성 제고와 지배주주 및 경영자의 책임 강화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는 점 등을 봤을 때다.

산은은 백서에서 “기업경영 투명성 제고를 위해 30대 기업에 대한 결합재무제표를 도입하고, 이사 선임시 집중투표제 및 상장법인에 대한 전자공시시스템 도입, 이사회 중심 경영체제 전환 등을 시도했다”고 적시했다.

또한 지배주주 및 경영자의 책임 강화를 위해 사실상의 이사에 대한 책임 부과, 회사정리 원인을 제공항 주주의 주식소각, 부실기업경영진에 대한 책임추궁 제도화를 약속했다.


2020년 현재 진행 중인 아시아나항공 빅딜을 두고서도 산은은 1999년과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 산은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전제조건으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기업경영 투명성 제고를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또 최대주주 및 지배주주 및 경영자의 책임 강화 장치도 마련한다고 밝혔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지난 27일 아시아나항공 빅딜 기자회견에서 “7대 의무조항 대로 계열주와 한진칼 건전경영유지를 위한 담보를 위해 견제장치를 마련했다”며 “산은과 계열주, 한진칼 등이 협의했고, 위반시 계열주가 퇴진하는 구조로 안전장치를 짰다”고 밝혔다.

20여년 전과 똑같은 논리다. 2019년 대우조선해양 빅딜에서도 현대중공업그룹 및 정몽준 회장 일가를 견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2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 산은이 마련한 안전장치 덕분에 기업경영이 투명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거래와 독과점 등의 이슈에서 여전히 이들 대기업은 자유롭지 못하고 우월적 지배력을 확보한 이들 기업은 하청업체 갑질 등 여러 사회적 문제를 야기했다"며 "오랜 기간이 흐르면서 산은이 약속했던 안전장치 퇴색해버렸다"고 진단했다.

◇20년 전과 똑닮은 빅딜전략, 이면엔 '구조조정 1세대' 이동걸 회장

20년전 빅딜 방식이 2019년(대우조선)과 2020년(아시아나) 재현된 이유는 뭘까. 금융권 일각에선 이동걸 산은 회장의 이력과 맞물려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존재한다. 이 회장 취임으로 산은의 구조조정이 더 강해지고 속도도 빨라졌지만 방식은 과거로 회귀했다는 평가도 있다.


이 회장은 국내 기업구조조정 1세대로 불린다. 그를 따라다니는 여러 수식어가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이 구조조정 전문가다.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으로 활동했고, 1998년 국민의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당시 이 회장은 경제분야를 담당했다. 1999년부터는 한국개발연구원 금융팀 연구위원과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으로 활동했다. 2003년 노무현 정부에서는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국민의 정부 시절 국가 경제라인의 최대 관심하는 기업구조조정이었다. 이 회장은 자연스럽게 기업구조조정 전문가로서 역량을 발휘했다. 결국 옛 금융감독위원회 근무 시절 머릿속에 정립한 구조조정 원칙을 산은에 그대로 이식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다.

이 회장은 지난 27일 간담회에서 “한국에 재벌이 지배하지 않는 것이 있나. 우리가 물려받은 것은 경제를 다 재벌이 지배한다는 것”이라며 “재벌 특혜의혹 알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재벌의 경영권을 가지고 무엇인가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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