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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의 실트론 지분 매입 속사정은 “반도체 소재기업 중국 자본에 못 넘겨”, 직접 투자 단행

박상희 기자공개 2021-08-31 07:40:38

이 기사는 2021년 08월 27일 15:19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반도체 소재업체 실트론 일부 지분을 사들인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익편취 행위라고 잠정 결론을 내리면서 최 회장이 당시 개인 자격으로 지분을 취득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그룹의 전략사업인 반도체 소재 계열사에 대한 중국 자본 유입을 탐탁치않게 여겼던 최 회장이 채권단 보유 지분을 개인 자격으로 취득했다는 것이 SK그룹 측의 설명이다. 사익편취 행위라고 본 공정위의 견해와는 시각차가 있다. 당시 실트론을 둘러싸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중국 자본 유입 막기 위해 최태원 회장이 직접 나선 것"

SK㈜는 2017년 1월 ㈜LG로부터 실트론 지분 51%를 6200억원(주당 1만8138원)에 인수했다. 이 거래만으로도 SK㈜는 SK실트론 지분 절반을 확보하면서 최대주주 지위에 올라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 보유 지분이 50%를 넘기 때문에 자회사 요건도 충족했다.

사진출처=SK실트론 홈페이지

문제는 나머지 지분 49%에 있었다. 우리은행 등 당시 채권단이 보유한 지분 29.4%와 KTB PE 등이 보유한 19.6%의 향방이 오리무중인 상황이었다. 이에 앞서 보고펀드가 LG실트론 지분 29.4%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으로부터 받은 225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을 상환하지 못해 지분 처분권이 채권단으로 넘어간 상황이었다.

채권단과 FI는 SK 측에 나머지 지분을 넘기려 했으나 이미 ㈜LG와의 거래를 통해 절반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고 경영권을 가져온 SK㈜는 지분을 추가 인수하는데 부정적이었다.


채권단은 어쩔 수 없이 제3의 인수자를 찾아 나섰다. 후보군 가운데는 중국 측 FI도 포함됐다. 가장 높은 가격대를 제시한 중국 측 자본으로 기우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SK 측 고민이 커졌다. 반도체 사업의 ‘중국 굴기’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반도체 핵심 소재 계열사의 30% 가까운 지분이 넘어갈 수 있다고 하자 내부에 위기감이 퍼졌다.

경영권이 없는 FI라고 해도 30%의 지분율이라면 기타비상무 선임 등을 통해 이사회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 감사 선임권 등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국내 FI와는 달리 중국 측 자본이 FI로 참여한다면 단순히 투자 차익 이상의 목적을 가지고 SK실트론 지분을 매입하려 한다는 추론이 가능했다.

SK그룹 오너인 최 회장이 나섰다. 개인 자격으로라도 채권단이 보유한 지분을 매입하겠다고 나섰다. SK실트론은 그룹 지주사인 SK㈜ 외에 최 회장이 현재 유일하게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다. 총수의 직접 투자로 뒷이야기가 나올 가능성을 감수하면서까지 지분을 인수한 셈이다.

단기간에 수천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마련할 수 없었던 최 회장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활용해 간접적으로 채권단이 보유한 지분을 인수했다.

특수목적법인(SPC)을 앞세운 증권사들이 실제 SK실트론 지분 인수 비용을 충당하고, 최 회장은 이들과 확정 수익을 보장해주는 총수익스왑(TRS) 계약을 맺었다. 구체적으로 한국투자증권의 ‘키스아이비제십육차(19.4%)', 삼성증권의 ’더블에스파트너십2017의2(10%)‘가 채권단 지분 29.4%를 인수했다.

거래 안전성을 위해 최 회장은 이때 SK㈜ 주식 160만 8478주(2.29%)를 담보로 제공하기도 했다. 당시 취득가액은 2535억원으로, 주당 인수가는 1만2871원으로 책정했다.

◇SK㈜도 TRS 방식으로 지분 19.6% 추가 인수, 내년 TRS 계약 만료 이후 주목

경제개혁연대는 2017년 11월 이같은 최 회장의 실트론 지분 취득 행위가 총수 일가 사익편취에 해당하는지 조사를 요청했고 공정위는 2018년부터 조사를 진행했다.

최근 공정위는 최 회장의 지분 인수행위가 회사가 수행할 수 있는 유망한 사업 기회를 총수가 부당하게 가져갔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최 회장의 SK실트론 지분 매입이 사익편취 차원이 아니라고 소명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 회장뿐만 아니라 SK㈜ 역시 FI가 보유했던 지분을 TRS 방식으로 인수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SK㈜는 2017년 4월 19.6%를 보유한 KTB PE 지분을 주당 1만2871원에 사들였는데, 이 거래에서 TRS 방식을 이용했다. 최 회장의 TRS 계약과 비교하면 주당 취득가격은 더 낮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적은 지분을 가져오면서 복잡한 계약과 트리거 조항이 달려있는 TRS를 선택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 TRS는 이자비용이 싸지도 않다. 투자자에게 지분 가치 하락에 따른 손실을 보전해줘야 하기 때문에 여러모로 계약 당사자에게 불리하다.

금융권에서는 TRS 계약을 맺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본다. 직접 인수할 자금이 부족하거나 실소유주를 전면에 내세우기가 불편할 때다. SK㈜의 경우는 전자로 풀이된다. 앞서 LG㈜로부터 지분 51%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6200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지불한 마당에 보유 현금을 활용해 지분을 늘리는 것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경우 최 회장이 개인 자격으로 SK실트론 투자에 나선 이유가 설명된다. FI가 보유한 지분 19.6%를 추가로 직접 인수하는 게 재정적인 부담이 됐다면 채권단이 보유한 29.4%를 인수하는데도 부담을 느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시선은 최 회장이 SK실트론 지분을 처분할 것으로 전망되는 내년 이후로 모아진다. 증권사와의 TRS 계약이 내년 말 종료된다. 계약 연장보다는 SK실트론 지분을 직접 매입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를 결국 SK㈜에 재매각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때 얼마만큼의 차익이 발생할지가 관건이다.

대규모 차익을 남길 경우 반도체 소재 계열사 지분을 중국측에 넘길수 없다는 대의와 지주사 SK㈜가 재무적으로 추가적인 부담을 지는 것을 막고자 개인 자격으로 직접 투자에 나섰다는 선의가 희석될 수밖에 없다.

한편 공정위는 조만간 SK 측에 심사보고서를 전달한 예정이다. 이후 SK는 해당 내용을 검토하고 반박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다. 이후 공정위가 공정위원장을 포함한 9명의 위원이 참석하는 전원회의를 열어 최 회장과 SK에 대한 제재 여부를 결정한다. 공정위는 이 사건의 공소시효가 내년 4월께 만료되는 것을 고려해 연내에는 전원회의를 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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