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10월 01일 08: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제 100개, 200개짜리 안 해요. 저희도 1000개짜리 만들어야죠." 한 중소형 벤처캐피탈(VC) 대표는 향후 펀드레이징 계획과 관련해 이 같이 말했다. 그동안 꾸준히 100억~200억원 규모의 벤처조합을 결성해왔지만 앞으로는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국내 벤처캐피탈의 펀드 대형화 트렌드는 급변하고 있다. 1000억원대에 이어 5000억원에 달하는 펀드가 등장할 정도로 규모가 커지고 있다. 운용자산(AUM) 규모를 떠나 다양한 하우스들이 펀드 대형화에 발맞추는 분위기다. 특히 펀드 대형화 물결이 중소형사로 빠르게 번지는 점이 눈에 띈다.
펀드 대형화는 벤처투자 생태계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읽힌다. 정부가 중점적으로 창업·벤처 생태계 활성화 기조를 이어가면서 자연스레 자금이 넘치고 있어서다. 주요 출자기관인 한국벤처투자나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 등이 벤처투자 시장에 공급하는 자금만 해도 연간 2조원 중후반대에 육박한다. 이런 가운데 스타트업들의 밸류에이션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대형 펀드는 대체로 호평받는다. 기존에 시장에 나온 1000억원대 벤처펀드들은 상당수가 초창기 우려를 깨고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렸다. 이 때문에 주요 유한책임출자자(LP)들과 다양한 민간 LP들이 대형 펀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LP 네트워크를 보유한 벤처캐피탈의 경우 멀티클로징이 더욱 수월해진 상황이다.
사모펀드 운용사(PE)와 맞붙는 일도 잦아졌다. 그동안 VC와 PE는 투자 집행단계와 규모에서 다른 행보를 보였다. VC가 초기 성장을 지원하면 PE가 더 큰 규모의 자금을 집행하는 식이 일반적이었다. 최근엔 투자 금액이 비슷해지면서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이처럼 대형 펀드를 무기로 VC의 존재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펀드 규모가 커질수록 초기기업과 접촉할 기회가 적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1000억원 펀드 기준 한 기업 당 50억원가량을 투자해야 관리가 가능해진다. 프리(Pre) 시리즈A 또는 시리즈A 등 초기에 투자하기보단 뒷단 투자가 주를 이룰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VC에 막 입문한 투자심사역들의 데뷔작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스스로 온전히 발굴해낸 기업이 아니라 선배 심사역이 발굴한 투자기업에 팔로우온(후속 투자)을 단행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도전보단 편한 투자가 익숙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벤처투자 본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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