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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급한 대출규제의 나비효과 [thebell note]

김민영 기자공개 2021-10-20 15:09:12

이 기사는 2021년 10월 19일 07:4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점 대출 한도가 꽉 차서 대출 신청을 도와드릴 수 없습니다.”

지인 A씨의 사연이다. 전세대출을 받기 위해 이사 가려는 지역(서울의 한 자치구)에 위치한 시중은행에 일일이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다음 달 대출 한도까지 다 차서 더 이상 신규 대출을 취급하지 않는다는 답을 들었다. 대출이 언제 재개될지도 알 수 없다는 은행원의 말에 속은 타들어갔다.

다음 날도 여러 은행 지점에 전화를 돌렸다. 마침내 한 시중은행에서 “아직 한도가 남아 있으니 대출 상담을 위해 내방하라”는 얘기를 듣고 나서야 한숨을 돌렸다. A씨는 아직 본점의 대출 승인 심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여전히 불안한 마음으로 은행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

1억원 남짓한 전세대출을 위해 국내 5대 은행 고객센터와 최소 8곳 이상의 은행 지점에 전화를 걸어 대출 문의를 했다고 한다. A씨는 “현재 지점마다 전세대출 월간 한도가 20억원 또는 30억원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대개 전세대출은 1억원에서 최대 5억원까지도 받는 것으로 아는데 이론상으론 최소 6명만 대출받아도 중단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지난달부터 가계대출을 옥죄겠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벌어진 전세대출 관련 진풍경이다. 금융당국은 대출규제를 사명감처럼 이야기하지만 가을 이사철 전세대출을 못 받아 ‘대출난민’, ‘이사난민’이 속출할 수 있다는 예상은 못했던 모양이다.

오히려 은행권이 나서 시장의 혼란을 수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은행권은 △전세보증금 오른 만큼만 대출 △잔금일 전 대출실행 △은행 창구에서 전세대출 신청 등 금융당국은 생각지도 못한 대책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이런 대책은 전세대출 받아 주택을 구입하는 데 쓰거나 주식 투자에 나서는 등 ‘여윳돈’을 굴리려는 소비자의 대출은 억제하면서 잔금을 치르기 위해 대출이 꼭 필요한 실수요자는 보호하는 묘수다.

KB국민·하나은행은 이미 몇몇 대책을 시행 중이고 이달 27일부터 모든 은행권이 이 대책 시행에 나설 예정이다. 정부는 이런 은행권의 대처에 박수를 보내며 치켜세우고 있지만 성급한 대출규제의 부작용에 대한 반성은 없어 보인다.

대출을 받기 위해 여러 은행 지점을 돌아다닌 사람이 A씨뿐이었을까. 대출받아 잔금을 치르고 무사히 전셋집을 구할 수 있을지 전전긍긍하는 서민들에겐 지금 금융당국 수장들이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 무겁게, 그리고 무섭게 느껴진다는 걸 꼭 알았으면 한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는 속담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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