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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과 선긋는 카드·커머셜, 계열분리 노리나 임원진 재편 등 작업 급물살, 정태영 부회장 독자노선 강화

류정현 기자공개 2021-10-20 15:08:27

이 기사는 2021년 10월 19일 16:5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캐피탈의 지배구조 재편 작업이 한창이다. 정태영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후 부인 정명이 부사장도 브랜드부문 사장 자리를 내려놓으며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에서 겸직하던 임원도 모두 정리했다. 모든 과정이 지난 9월 초부터 10월 중순까지 두 달도 채 안 돼 벌어졌다.

업계에서는 일련의 상황을 두고 특별한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 금융계열사들에 대한 정태영 부회장 측의 입지가 강해지자 계열분리 차원에서 현대캐피탈만 현대차그룹 쪽에 남기는 계열분리 '정지작업'에 서둘러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현대캐피탈이 최근 현대카드와 겸직임원마저 대거 정리하자 이 같은 관측에 힘이 보다 실리고 있다.

◇몰아치는 지배구조 재편, 정의선 체제 본격화 맞물려

현대자동차 금융계열사의 지배구조 재편은 올해 2분기부터 본격화했다. 지난 4월 현대자동차 금융계열 3사(현대카드·현대캐피탈·현대커머셜)가 일제히 각자대표 체제를 도입하면서다. 본래 정태영 부회장 혼자 이끌었는데 현대카드에 김덕환 대표, 현대캐피탈에 목진원 대표, 현대커머셜에 이병휘 대표가 자리했다.

정 부회장은 경영에서 기존보다 한발 물러서는 양상이었다. 3명의 각자대표가 직접적인 실무를 맡고 정 부회장은 3사를 아우르는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한 인사라는 게 공식적 입장이었다. 정 부회장 경우 일일이 모든 내용을 챙기기보다는 방향을 제시하는 지휘자 역할에 충실하려는 것처럼 비춰졌다.

하지만 단편적인 움직임이 아니었다. 4월 시작된 지배구조 재편 작업이 올해 3분기 돌입과 동시에 급물살을 탔다. 정 부회장이 현대캐피탈 경영 일선에서 아예 물러나기로 결정했다. 정 부회장은 9월 30일 현대캐피탈 사내이사에서 공식 사임했고 각자대표였던 목진원 대표가 회사를 이끌기로 했다. 정 부회장은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 운영에 집중하기로 했다.

출처=현대캐피탈 지배구조공시

이후 10월 들어서도 굵직한 지배구조 재편 작업이 계속됐다. 정 부회장의 아내이자 정몽구 현대자동차 명예회장의 차녀인 정명이 사장도 현대캐피탈 경영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했다. 정 사장은 현대카드에서도 물러나며 직접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현대커머셜에 더욱 힘을 쏟을 계획이다.

이 과정에 주목할 만한 인사가 현대차그룹 경영 전면에 등장한다. 다름 아닌 정의선 회장이다. 현대캐피탈을 둘러싼 일련의 지배구조 정리는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정의선 체제가 본격화한 시점과 맞물린다. 지난해 10월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으로 추대된 정 회장은 올해 3월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경영행보에 나섰다.

현대자동차 금융3사가 각자대표 체제를 도입한 시점도 이로부터 한 달 뒤였다. 게다가 이후 6개월 사이에 정 부회장과 정 사장이 현대캐피탈에서 물러나고 현대자동차가 현대캐피탈의 경영권을 쥐게 됐다.

현대캐피탈을 현대자동차 그룹 차원에서 직접 경영하면서 자동차 금융까지 관리하겠다는 의도였다. 실제로 완성차 업체들이 자동차금융 부문까지 함께 가져가는 것이 국제적인 경향이다. 현대자동차도 현대캐피탈을 통해 자동차 구매는 물론이고 이용·관리·보험·중고차 등의 모든 과정을 연계한 금융서비스를 개발할 것으로 보인다.

◇임원인사·조직개편 나선 현대캐피탈, 카드·커머셜 떼낼까

이에 따른 후속 조직개편 및 인사 조치가 예상보다도 더 큰 폭으로 이어지면서 업계에선 현대자동차가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에 대한 분리 작업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정 부회장이 현대캐피탈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대신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에 대한 지배력을 한층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현대커머셜이 현대카드 지분을 대거 늘린 점이 대표적이다. 지난 8월 현대커머셜은 현대카드의 보통주 641만8611주를 사들이며 지분율이 28.54%로 증가했다. 현대자동차 다음으로 현대카드 지분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현대커머셜은 정태영·정명이 부부가 현대자동차와 같이 37.5% 지분을 보유한 곳이다.

주목할 점은 정 부회장과 긍정적인 관계를 쌓은 것으로 알려진 푸본금융그룹의 현대카드 지분이다. 정 부회장과 우호적인 관계인 만큼 푸본그룹 지분도 정 부회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백기사다.

푸본그룹은 푸본생명과 타이페이푸본상업은행을 활용해 현대카드 지분 20%를 확보하고 있다. 현대카드 IPO가 늦춰지며 엑시트를 요구한 투자자들의 지분을 푸본그룹이 인수하며 현대카드에 여유를 줬다.

출처=각 회사 감사보고서

실제로 현대캐피탈도 최근 들어 현대카드 및 현대커머셜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 부회장 부부가 모두 물러난 데 이어 대규모 임원인사를 통해 현대카드와 캐피탈 임원 29명의 겸직 체제를 해지했다. 이들이 떠난 자리의 임원은 채우지 않기로 했다. 축소 방향으로 조직 변화가 예상된다.

현대캐피탈은 20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향후 회사 경영의 큰 틀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앞으로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을 꾸준히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현재 논의되는 바는 3사에 같이 있었던 공통 조직을 분리하는 작업”이라며 “당분간은 인사이동과 조직이동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대카드는 지분 구조에 변화는 없기 때문에 계열분리와 맞물린 해석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지배구조 재편 작업 속에서도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의 그룹 내 위치와 기능에는 변화가 없다. 현대카드는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각각 36.06%, 11.48%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현대커머셜에 대해서도 37.5% 지분을 갖고 있다.

현대자동차 금융계열사 관계자는 "여전히 현대자동차가 주요주주로서 지배력을 갖고 있는 상황이라 계열분리로 보기는 어렵다"며 "그룹에서도 현대캐피탈이 자동차와 호흡을 맞추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을 뿐 카드와 커머셜은 달라지는 게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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