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헤지펀드]해외투자 환헤지, 고난도 상품 분류 '아이러니'이종통화 헤지시 파생상품으로 둔갑…변동성 껑충, 신규 결성 포기
양정우 기자공개 2022-08-03 06:54:51
이 기사는 2022년 08월 01일 06: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토종 헤지펀드 시장에서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제도에 대한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환율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와중에 해외투자의 환 리스크를 헤지(위험 회피)하려는 펀드가 오히려 고난도 상품으로 분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1일 자산관리(WM)업계에 따르면 한 헤지펀드 자산운용사는 최근 베트남 시장에 투자하는 펀드를 조성하려는 계획을 접었다. 글로벌 자산시장의 급락기에도 성장 여력이 충분한 베트남은 여전히 '핫'한 투자처로 꼽히고 있다.
이 운용사가 고객 수요에도 불구하고 펀드 조성을 포기한 건 환 헤지를 가미할 경우 고난도 상품으로 묶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난도 상품 제도는 파생상품, 파생결합증권 비중이 펀드 원금의 20%가 넘는 상품을 규제하고자 고안됐다.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의 후속 조치다.
일단 고난도 상품으로 분류되면 판매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판매사(증권사, 은행)에서 이사회 승인을 거쳐야 한다는 족쇄가 있는 탓이다. 이사회까지 열어 특정 펀드를 팔겠다는 판매사가 나오는 건 기대하기 어렵다.
금융 당국에서도 고난도 상품 제도를 내놓으면서 환 리스크를 낮추고자 환 헤지용 상품을 주로 활용하는 업계 실정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고난도 상품 여부를 따질 때 환 헤지를 위한 통화선물, 통화선도 포지션은 파생상품 위험평가액에서 제외한다는 예외 조항을 뒀다.
문제는 이종통화 자산의 환 헤지다. 이 예외 조항의 경우 이종통화가 아닌 달러 자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예를 들어 달러 부동산을 펀드에 담은 후 달러 환 헤지 포지션을 취하면 파생상품 위험평가액에 산입되지 않아 고난도 상품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하지만 베트남 부동산을 매입한 뒤 이종통화인 동(베트남 통화, VND)의 환 리스크에 대비하고자 달러 환 헤지에 나서면 그대로 파생상품 투자로 확정된다.
이 운용사 관계자는 "이종통화에 대한 위험평가액 감산 규정도 별도로 적시돼 있으나 충족하기 어려운 특정 조건(상관계수 0.8 이상 등)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VND) 환 헤지가 파생상품 투자로 분류되면 20% 미만으로 유지돼야 고난도 상품에서 벗어난다"며 "하지만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어 100% 수준으로 전액 환 헤지를 해야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분기 미국의 강한 긴축 행보 속에서 원·달러 환율이 널뛰기를 했다. 국내외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환율 변동성이 고조되고 있는 시점이다. 원·달러 환율의 전일 대비 일평균 변동률은 1분기 0.35%에서 2분기 0.46%로 높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변동성을 끌어올릴 한미 기준금리 역전이라는 이벤트까지 벌어졌다.
이렇게 환 리스크가 점증하고 있는 여건에서는 환 헤지가 필수다. 하지만 헤지펀드의 위험을 낮추고자 안전 장치(환 헤지)를 구비했는데 오히려 위험도가 매우 높은 고난도 상품으로 분류될까 봐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고난도 상품 제도를 놓고 운용업계의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 헤지 용도로 쓰는 숏 포지션이 파생상품인 지수선물의 매도인 것도 줄곧 제기되는 애로사항이다. 국내 헤지펀드 운용사는 KOSPI200 지수선물을 파는 방식을 하락장의 방어막으로 활용해 왔다. 하지만 역시 고난도 상품으로 묶일 수 있어 선물 매도 카드를 쓰지 못하고 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올들어 국내외 자산시장이 급락하는 장에서도 지수선물 매도를 활용하지 못했다"며 "올해 하락장을 점친 하우스가 적지 않은 터라 고난도 상품 제도가 없었다면 폭락세를 방어하는 게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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