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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이이노베이션이 2년전 펀딩을 안했다면 [thebell note]

강철 기자공개 2023-03-24 07:24:17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1일 07: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이 밴드 하단보다 20%나 낮은 상장 단가를 확정했다. 이로써 글로벌 톱티어 면역항암제 개발사를 기치로 내세운 바이오 기업의 4년에 걸친 상장 여정은 공모가 시가총액 2860억원이라는 다소 허망한 결과로 끝을 맺었다.

수요예측 실패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시장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결손금만 3400억원에 달하는 기업이 흥행에 성공할 가능성은 애초부터 낮았다. 상장 후 유통 물량이 60%에 달할 정도로 불안정한 지분 구조도 기관의 투자 심리를 크게 위축시켰다.

그럼에도 오랜 기간 공들여 IPO를 준비한 지아이이노베이션의 이번 결과는 혁신 바이오 기업을 응원하는 입장에서 무척이나 안타깝다. 아울러 만약 지아이이노베이션이 상장 프로세스를 지체하지 않았다면 결과가 크게 달라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상장을 2019년부터 준비했다. 주관사 선정부터 실사와 기술성 평가에 이르는 전체 준비 과정은 2021년 초 대부분 마무리됐다. 재무팀 실무진은 이에 맞춰 2021년 2월부터 예비심사 신청 일정을 본격 논의했다.

2021년은 국내 IPO 시장에 수십조원의 유동성이 넘쳐나던 역대급 전성기였다. 만약 곧장 청구 절차를 밟아 2021년 하반기에라도 공모에 나섰다면 유니콘 기업을 노릴 수 있는 가치를 평가받으며 화려하게 증시에 입성하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후 과정은 별다른 진척이 없었고 예비심사 신청은 그로부터 1년이 지난 2022년 4월에서야 이뤄졌다. 그 사이 시장은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돌변한 투자자는 실적이 아닌 성장성으로 매력을 어필하는 바이오 기업에게 어느 때보다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했다.

IPO 일정은 2021년 3월부터 6월까지 실시한 펀드레이징 때문에 미뤄졌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이 기간 SK㈜, 유한양행, 제넥신, 아이마켓코리아, 브레인자산운용 등 20곳이 넘는 주주를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해 총 1600억원의 자본을 확충했다.

장명호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증자로 일정이 다소간 밀리더라도 충분히 상장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시간을 끄는 사이 시장은 180도 달라졌다. 만약 증자를 하지 않고 곧장 IPO 수순을 밟았다면 손쉽게 증시에 입성하는 동시에 1600억원보다 많은 공모자금을 확보할 수 있지 않았을까. 결과론이지만 여러 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부진한 성적표를 받긴 했으나 이번 상장에 비관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단 철회를 하지 않고 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인정한 점은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주주들이 투자 단가와 비교해 반토막이 난 공모가를 기꺼이 받아들였다는 사실 또한 높이 사고 싶다. 상장 후 밸류업에 대한 강한 확신이 없다면 결코 내릴 수 없는 결정이었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의 약 35%가 해외 투자자라는 점 역시 적잖은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실제로 신약 파이프라인이 글로벌 시장에서 꽤 괜찮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 수요예측을 통해 입증됐다. 투자 수요의 약 30%가 밴드 상단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한 점도 긍정적이다.

흥행 실패로 인한 후유증을 극복하는 방법은 하나다. 꾸준한 경쟁력 강화 노력을 통해 증시에서 다시금 제대로 된 가치를 평가받는 수밖에 없다. 지아이노베이션이 주요 파이프라인의 임상과 기술이전을 차질없이 진행하고 수요예측에서 지적받은 여러 단점을 개선한다면 언젠가 다시 돌아올 바이오 전성기 때 기대 이상의 밸류업을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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