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파이낸스

[금융 신관치 시대]관출신 CEO에 대한 평가…강석훈·이석준·임종룡⑨각자 다른 경영현안에도 부정평가 더 높아…'실적·정책' 미지근

고설봉 기자공개 2023-11-29 07:46:22

[편집자주]

금융산업을 둘러싼 정치 권력의 압박이 강해졌다. 과거처럼 낙하산 인사를 하거나 직접 경영에 관여하지는 않는다. 지배구조 개선과 상생금융 요구 등 비판의 형태를 띈 메시지를 통해 금융사를 압박하고 있다. 시스템적으로 직접 관치를 할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우회적인 방식으로 압박을 계속하는 이른바 신관치가 진행되고 있다. 관치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적절한 견제는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지만 시장 질서를 흐트려선 안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더벨은 신관치라 부를 수 있는 현재 금융 환경을 진단하고 그 속에서 금융산업 발전 방안을 모색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2일 15: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관치’ 시대 관치를 등에 업고 금융사 수장에 오른 CEO들의 성적표는 어떨까.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이석준 NH금융지주 회장은 윤석열 정부 들어 취임한 관료 출신 인사들이다.

관출신 CEO에 대한 평가는 곧 신관치에 대한 평가로 이어진다. 정권의 요구로 금융사 CEO에 발탁된 인물들의 행보가 신관치의 명암을 가를 핵심 요소다. 세 명의 CEO가 보이는 경영성과와 내부통제 등 결과가 긍정적일 경우 신관치에 대한 비판 여론을 잠재울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 경우 역풍의 진원지가 될 수도 있다.

세 명 CEO에 대한 평가 기준은 각기 다르다. 강석훈·이석준 회장의 경우 기존 관례에 따라 CEO에 오른만큼 상대적으로 평가 기준이 느슨하다. 그러나 임종룡 회장의 경우 신관치에 대한 직접 평가 요소가 될 전망이다. 시중은행에 대한 지배구조 개선 요구에 KB금융과 신한금융은 내부 출신 CEO를 선임하며 자율성을 이어갔다. 반면 우리금융은 신관치압박이 직접 작동하면서 관 출신 CEO가 선임됐다.

◇강석훈 체제가 쏘아올린 부산 이전…국책은행 경쟁력 상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직원이란 자긍심은 이미 상실됐다.” 최근 산업은행 직원들이 느끼는 박탈감을 가장 잘 표현하는 의견이다. ‘돈’으로 보상받지 않아도 국가 기간산업을 지탱한다는 ‘명예’와 ‘자긍심’으로 산업은행을 지키던 직원들이 떠나고 있다.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

강석훈 회장 체제에서 가장 큰 이슈는 부산 이전이다. 그러나 강 회장이 쏘아올린 ‘부산 이전’ 이슈는 산은의 경쟁력 상실로 이어지고 있다. 철저히 맨파워로 돌아가던 조직에 ‘맨’이 빠지면서 위기론이 커지고 있다. 시중은행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자부심과 긍지가 컸던 산은 직원들은 이제 다른 가치를 쫓고있다. 이탈은 가속화하고 있다. 올해 산은을 떠나는 퇴사자가 외환위기(IMF) 이후 처음으로 세 자릿수를 기록할 전망이다.

강 회장 체제 출범과 동시에 핵심 전략으로 부상한 부산 이전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국정감사에선 부산 이전 관련해 “내부 직원부터 설득하라”는 질책을 받기도 했다. 그만큼 산은의 다른 모든 이슈를 집어삼킨 블랙홀이다.

결과적으로 산은의 경쟁력은 나날이 저하되는 모습이다. 부산 이전 이슈를 잘못 띄우면서 안팎으로 스텝이 꼬였다. 본업 경쟁력도 저하되고 있다. 국책은행 역할을 수행하는데 있어 본질적이지 않은 본점 이전 이슈가 다른 모든 중요한 이슈를 잠식했다.

산은이 맡고 있는 핵심 역할도 제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 KDB생명 매각 불발에 이어 HMM 매각도 불투명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도 빨간불이 켜졌다. 구조조정 해결사로 불렸던 산은의 명성에도 금이 갔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총선을 위해 지역 표심을 의식한 무리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면 그 중심 역할을 수행하는 인물 중 한명은 강석훈 회장”이라며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산은 본질의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위험한 거래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자기 색깔 드러내지 않은 이석준 회장…평가도 무색무취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이석준 회장은 취임 뒤 이렇다할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기존의 판을 바꾸고 새로운 경영비전을 제시하는 등 CEO로서 목소리를 내는 것을 자중하는 분위기다. 오히려 농협중앙회로부터 NH금융이 부여받은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이 회장의 행보는 NH금융이 중앙회 내에서 차지하는 위상 때문이란 평가도 있다. 전국 단위 농업협동조합의 연합인 농협중앙회는 농업에 기반한 조직의 위상이 높다. 상대적으로 은행을 비롯한 금융 계열사의 지위가 낮다.

실적 측면에서 이 회장은 아직까지 긍정 평가를 받는다. 올해 NH농협금융은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세웠다. 올 3분기 누적 순이익 2조450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3.7% 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2조438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우리금융과 지속적으로 경쟁하고 있다.

이자이익 대비 비이자이익을 크게 키우면서 정부의 ‘이자장사’ 비판에도 대응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여전히 NH금융의 NH농협은행 집중도는 큰 상황이다. 특히 NH투자증권을 제외한 비은행 계열사 전부 실적이 저조한 것이 약점이다.

자산건전성에 대한 우려는 경영능력 평가에 부정적 요소다. 농협금융은 올 3분기 신용손실충당금 5032억원을 쌓았다. 경쟁 금융지주 대비 충당금 적립비율이 높다는 지적이다. 고정이하여신, 무수익여신 등 회수가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부실채권의 규모와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거대한 비전 제시한 임종룡호…현실선 아직 출구 못 찾아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회장 취임 뒤 우리금융은 새로운 도약을 천명했다. 임 회장은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조직 시스템을 근본부터 개혁하겠다는 비전을 내세웠다. 기업금융 명가를 내걸며 본업 경쟁력 확보도 약속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뚜렷한 경영성과는 나오지 못하는 실정이다. 내부통제를 강화하겠다는 공언과 달리 우리금융에서는 금융사고가 지속되고 있다. 실적 등 가시적인 성과도 나오지 않고 있다. 이미 하나금융과 3위 경쟁에선 완전히 도태됐고 NH금융에 따라잡히는 모습이다.

특히 임 회장의 선임 배경이 된 지배구조 개선과 내부통제 혁신 요구 등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우리금융은 과거 DLF와 라임펀드 부실 사태로 인한 CEO 제재로 지배구조 문제를 겪었다. 이러한 문제가 계속되면서 이를 해소할 소방수로 임 회장이 낙점됐다. 그러나 정작 임 회장 취임 뒤에도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다.

최근 우리은행이 잘못된 파생상품 평가방식을 운영하면서 1000억원 가까운 평가손실을 낸 것으로 드러나면서 또 다시 파장이 일고 있다. 임 회장이 조직 분위기 쇄신 및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해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내부통제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본원 경쟁력 확보에 대한 우려도 크다. 우리금융은 임 회장 취임 뒤 경쟁력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추진하고 있다. 전국 산업단지 중심으로 중소·중견 기업을 발굴해 기업대출을 크게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현실은 기존 타행과 거래하던 기업을 공략한다는 지적이다. 경쟁사 대비 금리를 대폭 낮추는 형태의 소모적인 영업이 펼쳐지면서 우려가 커진다.

또 임 회장의 경영전략은 최근 정부의 기조와도 어긋난다. 고금리 기조 속 은행권의 이자수익에 대해 정부 비판이 계속되는 가운데 오히려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평가다. 은행을 통한 대출영업을 늘려 이자수익을 키우는 전략이 되풀이되고 있다.

우리금융의 경쟁력 강화 전략은 비은행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 근본적 해소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증권사와 저축은행 등 인수에 진전이 없다. 임 회장은 증권사 인수에 대해선 계속해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또 최근 상상인저축은행 인수전에 뛰어든 뒤 검토 중 인수를 포기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