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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3사와 하인리히 법칙 [thebell note]

임한솔 기자공개 2024-02-26 08:24:52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6일 07: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들어 조선업계의 사고가 잦다.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을 비롯한 조선3사 현장에서 연초부터 한 달여에 걸쳐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깔림, 추락, 폭발 등의 형태로 4명이 목숨을 잃었다.

잇따른 사고 소식에 '하인리히 법칙'이 떠올랐다. 미국 보험사 직원으로 일하던 윌리엄 하인리히가 1931년 제시한 이론으로, 큰 사고 1건이 일어나기 전에는 29건의 작은 사고와 300건의 사소한 징후가 나타난다는 내용이 담겼다. 나중에 가래로도 못 막을 일을 미리 살피면 호미로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조선3사는 하인리히 법칙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하인리히 법칙은 세상에 나온 지 100년이 다 되어간다. 이제는 분야를 막론하고 산업현장의 금과옥조로 자리매김했다. 조선업계도 마찬가지다. 조선3사 중 한 곳의 경우 하인리히 법칙을 자체 간행물에서 소개하며 안전경영을 강조하고 있을 정도다.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실제로 지난해 조선3사가 안전·보건에 투자한 예산은 합계 1조원에 가까운 규모라고 한다. 드넓은 조선소에 산재한 자재와 장비, 작업자들의 동선 등을 일일이 점검하는 데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모든 위험 요인을 제거하지는 못했더라도 안전한 작업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적지 않았을 듯싶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사고는 일어났고 이제 조선3사는 중대재해처벌법이라는 리스크와 마주했다. 만약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될 경우 모처럼 호황을 맞이한 조선3사에 경영 공백이 발생할 수도 있다. 현재 조선3사는 각각 3년치 선박 건조 일감을 확보해 오랜 부진을 벗어나는 중이다. 쌓인 일감을 소화하고 수익성을 고려한 추가 수주 및 투자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경영진의 전략 설정이 필수다.

이미 일어난 사고에 대한 법적 판단을 받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사고를 반면교사 삼아 앞으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 안전에 큰돈을 썼는데도 사람이 죽고 다쳤다는 것은 안전 시스템에 여전히 허점이 있다는 뜻이다. 하인리히 법칙을 인용하자면 '300건의 사소한 징후'가 어디에 숨어있을지 모른다.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은 세계 1위로 꼽히고 조선3사는 그런 조선업을 이끌어가는 주역이다. 불황을 버티고 다시 날개를 단 한국 조선업이 사고에 발목이 붙잡혀서는 안 될 일이다. 조선3사가 하인리히 법칙을 되새겨 선제적인 예방 시스템을 완비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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