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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사엔 CFO가 없다 [thebell desk]

김일문 자산관리부장공개 2024-04-03 08:24:25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9일 07: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C레벨은 기업의 분야별 최고 책임자에게 부여되는 직책이다. 회사를 대표하는 CEO를 필두로 재무와 기술, 운영, 마케팅 등 부문별 전문가들이 핵심 인력으로 배치된다. 자산운용사에는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으뜸이다. 고객의 돈을 잘 관리해 만족할 만한 수익을 안겨줘야 하는 중책을 맡고 있는 만큼 CEO 보다 더 중요한 자리다. 반면 재무를 책임지는 CFO는 없다. 자산운용사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그 이유를 잘 알 수 있다.

재무제표 계정 과목만 수십개에 달하는 제조업체와 비교하면 자산운용사 감사보고서는 단출하다. 회계 처리와 관련한 일반 사항이나 자산, 부채, 자본의 상세 설명인 주석 내용만으로도 머리가 멍해지는 일반 기업들과 달리 별로 볼 게 없다.

손익계산서는 더 간단하다. 남의 돈 굴려주고 받는 수수료 수입이 전부다. 매출원가를 분석할 필요도 없다. 영업외 수익과 비용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변수도 제한적이다보니 영업이익과 순이익의 차이도 크지 않다. 대규모 투자를 위한 자본 지출의 부담은 고사하고 외부 조달의 고민조차 없다. 자산운용사가 대부분 비상장사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몇몇 운용사들이 채권을 발행한 사례가 있지만 이 역시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한 가지 눈에 띄는 사실은 영업비용 가운데 판관비, 그 중에서도 직원들에게 들어가는 급여항목의 비중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마케팅비나 각종 수수료 등도 영업비용에 포함되지만 직원의 월급이 차지하는 비율과는 비교가 안된다. 이는 기계 장치나 설비가 제품을 찍어내는 제조업과 다르게 자산운용업의 본질은 결국 사람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근 KB자산운용 ETF 본부의 인사로 업계 안팎이 시끌시끌하다. 조직개편과 동시에 신임 김영성 대표가 중용한 인물들로 인해 직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낯선 영입 인사에 대해 일종의 거부감이 생기는 것은 누구에게나 인지상정이다. 그렇다고 새로운 인물을 배치할 때 모든 조직원들에게 찬반투표를 실시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하지만 백번 양보하더라도 KB운용 직원들의 반응은 상식을 넘어설 정도로 과하다. 이쯤되면 거꾸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외부 영입 과정에 레퍼런스 체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는 뜻이다. 운용사는 그 특성상 고용문화가 경직된 기업에서 나타나는 연공서열이나 공채, 경력직을 가로막는 유리천장도 없다. 오히려 반대로 실력자가 대우받고 직원의 유출입도 잦아 노동 유연성이 강한 편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배타적인 반응이 나오는 이유가 무엇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일반 직원부터 본부장급 고참들까지 줄줄이 퇴사하고 있는 현 상황을 김 대표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더군다나 KB자산운용은 양종희 회장 취임 이후 대표를 교체하고 새로운 출발선 상에 서 있는 중요한 시점이다. 금융회사는 인사가 만사고, 사람이 곧 자산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초반부터 꼬일대로 꼬여버린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갈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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