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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익스프레스의 깜깜이 공습 thebell note

박서빈 기자공개 2024-04-12 08:15:33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5일 09:47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이 신성장동력으로 글로벌 시장을 개척할 때는 보통 내수 시장이 둔화한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 벌 수 있는 돈이 한정적이니 밖으로 나가 돈을 벌어오겠다고 한다.

알리바바그룹이 알리익스프레스를 필두로 한국을 공습한 이유도 여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팍팍한 중국 내부 사정이다. 중국 경기둔화와 함께 핀둬둬와 더우인 등 경쟁사들의 성장으로 전통 이커머스사인 알리바바그룹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탓이다.

알리바바그룹이 세운 대응 전략은 바로 글로벌이다. 내수 시장에서 이커머스 매출이 부진한 반면 알리익스프레스 등 글로벌 이커머스 부문은 성장하고 있는 점을 노렸다. 이는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작년 1분기 전체 매출의 65%에 달하던 중국 상거래 비중이 4분기 들어 55%로 줄어든 반면 글로벌 상거래 비중은 9%에서 12%로 높아졌다.

알리익스프레스로 진땀을 빼는 건 국내 이커머스사들이다. 증권가에서는 알리의 공습으로 쿠팡과 네이버 커머스 사업 부문 등의 성장 둔화가 예상된다고 관측하고 있다.

문제는 알리익스프레스에 대한 정보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이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고 하지만 상대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인해 국내 이커머스사들이 대응책을 세우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알리바바그룹의 자회사인 항저우 알리바바광고유한공사가 운영하는 곳으로 많은 정보들이 베일에 꽁꽁 싸여져 있다. 주식회사와 달리 재무상태표를 공시할 의무가 없어 외부에 정보를 거의 노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투자컨설팅회사의 한 임원진은 "중국의 유한공사는 경영활동을 온라인을 통해 일괄 보고하기는 하지만 재무 사항을 상세히 공시하지는 않는다"며 "자산, 부채, 매출액 등을 대중에 공개해야 하는 의무가 없어 대다수 회사가 이를 선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물론 모회사인 알리바바그룹이 홍콩과 뉴욕증시에 이중 상장되어 있지만 이를 통해 제공된 정보만으로는 알리익스프레스의 재무 흐름을 샅샅이 살펴볼 수 없다.

일례로 알리바바그룹이 지난 2월 홍콩증권거래소(HKEX)에 신고한 '2023년 12월 분기 결과 발표'는 총 29쪽으로 이뤄져 있다. 이 중 알리익스프레스가 언급된 것은 단 2쪽이다. 이마저도 알리익스프레스에 대한 내용은 극히 일부에 그친다. 알리익스프레스가 빠른 배송 서비스인 '초이스(Choice)'를 바탕으로 전년 대비 60% 성장했다는 정도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코끼리의 다리를 만지며 전체 모습을 상상한다고 하더라도 정보 파악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주 작은 파편으로도 유추할 수 있는 지점은 있다. 거대한 자본에 맞서기 위한 노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해 보이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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