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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어 人사이드]"공간의 한계가 오프라인의 강점, 상품력으로 연결"[이마트] 이구남 과일 바이어, 오렌지 수입량 늘려 과일값 안정화 활약

정유현 기자공개 2024-04-30 08:16:03

[편집자주]

바이어(Buyer)는 유통업계의 꽃이라 불린다. 상품 기획력에 따라 유통가의 매출 지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최근 고물가 한파가 몰아치고 대규모 자본을 등에 업은 중국 커머스가 불을 지핀 유통가의 '쩐의 전쟁'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바이어들을 더벨이 직접 만났다. 바이어의 입을 통해 각 사별 바잉 파워를 살펴보고 실무진의 시각으로 오프라인 강화 전략까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4일 16: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선식품 중 과일과 채소의 차이는 구매 목적에 있다. 채소는 요리 등의 목적에 의해 필요한 제품을 산다면 과일은 사실상 충동구매 품목으로 볼수 있다. 아직은 식사 후에 디저트 개념으로 섭취하기 때문에 유통가에서는 과일을 사치품으로 분류한다. 안 사도 되는 상품을 사기 위해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도록 공을 들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바이어의 역량이 십분 발휘된다.

바이어(Buyer)의 의미 때문에 '사는' 것이 주된 것으로 보이지만 판매하는 행위까지 다 관여하는 것이다. 마트 진열대에 무심하게 놓여있는 상품들은 모두 바이어가 시장의 흐름과 소비자들의 구매 행태를 분석한 결과다. 기본적인 매뉴얼은 있지만 과일은 매년 상황이 바뀐다. 어떻게 더 잘 팔 수 있을지 고민한다. 맛있고 좋은 품질의 과일을 '엄선'하는 것은 이 모든 작업의 기본이다.

소비자 장바구니와도 연동되는 상품인 만큼 정부와도 긴밀한 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올해 초 유통가 과일팀 바이어들이 그 어느 때보다 바빴다. 이상 기후에 따라 국산 과일의 작황이 좋지 않아 공급량이 줄면서 가격이 급등했고 정부와 함께 물가 지수를 낮추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대형 마트들은 수입 과일을 대량으로 들여와 수요를 분산 시켰다. 자체 할인까지 나서며 국내 과일 가격 안정화의 숨은 공신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렌지 할당 관세 선인하 안건 제시, 수입 과일 매출 전년비 29% 신장

최근 서울 중구 이마트 본사에서 만난 이구남 과일팀 바이어(사진)는 수입 과일 담당이다. 과일 물가 잡기 프로젝트에서 활약한 인물 중 한 명이다.

이 바이어는 "농림축산식품부와 물가 지수를 낮추기위해 회의를 진행하는 등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며 "귤 작황도 좋지 않고 저장 물량이 많지 않은 것을 파악해 오렌지 관세 인하 시기를 앞당기자고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에 귤 값이 오를 수 밖에 없다고 판단했다"며 "오렌지는 국내 농가에서 귤 공급이 종료되는 3월부터 무관세가 되는데 미리 인하하는 안건을 제안한 후 미국 협력 업체와 물량, 스케줄 등에 대해 미리 이야기를 나눴다"고 당시를 복기했다.

이 바이어는 "올해는 해외 출장 계획이 없었지만 할당 관세 인하에 따라 오렌지를 빨리 들여와야 했기 때문에 캘리포니아로 향했다"며 "물량을 언제 선적해서, 언제 도착할지 등의 스케줄을 짜놓고 마지막으로 점검차 방문한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1분기 이마트 수입 과일 매출도 대폭 늘었다. 1분기 수입과일은 전년 대비 29% 증가했다. 이 중 오렌지 매출은 약 20배 이상 증가했다. 귤 가격이 급등하며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대체재로 오렌지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 바이어는 예측 불가능이 높은 상황에서도 협력 업체와 '미리 계획'을 짜고 움직인 것을 강조 했다. 소비자들에게 물건을 공급하고 판매하는 유통가의 흐름 상 변동성이 높아 계획을 짜도 실행되기 힘든 구조다. 협력사에 갑작스럽게 물량을 늘려달라는 요청 등이 많기 때문이다.

이마트 과일팀 최대한 협력사들이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최대한 계획 안에서 움직이려고 노력한다. 이 같은 업무 스타일에 따라 거래처들이 이마트와 거래하는 걸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 바이어는 "회사마다 업무 스타일이 다른데, 사전에 계획을 세우고 플랜 B, C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결국 이마트의 경쟁력이 된 것으로 보고있다"며 "과일 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락해도 이마트가 적정 수준의 물량과 가격 정책을 유지하는 등 안정적인 운영을 원하는 거래처들은 이마트를 선호하는 편이다"고 설명했다.

◇전문 검품단 신설 후 협력사 집중 점검, 품질 관리 중요한 시점

이마트 과일팀의 경쟁력은 품질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과일팀 바이어는 20여 명으로 동종업계 약 2배 수준으로 알려졌다. 한 사람이 담당하는 품목이 적기 때문에 품질을 높이는데 집중할 수 있다. 여기에 2012년 오픈한 축구장 6개 크기의 저장 시설인 '후레쉬센터'를 운영하며 가격 경쟁력도 확보했다. 이마트는 후레쉬센터를 통해 제철에 대량으로 매입한 원물을 독자적인 CA(Controlled Atmosphere, 첨단 저장 기법)로 저장한다

한채양 대표 체제로 바뀌며 후레쉬센터 산하에 산지 관리 '전문 검품단'도 신설했다. 매주 점포, 물류센터, 후레쉬센터, 매입에서 샘플링 품질검사를 진행한다. 내부 평가 결과를 기반으로 낮은 점수를 받은 협력사를 선정하고 해당 협력사에 대해 집중 점검을 진행한다.

검품단은 협력사나 농가에 가서 반나절 이상을 상주한다. 과일 품질이 왜 저하됐는지 이유를 파악하고 개선하기 위해서다. 이 바이어는 "검품단이 지켜보고 있으니 농가나 협력사가 껄끄러워하는 부분이 있지만 잠깐 방문하거나 샘플만 봐서는 품질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며 "바이어들은 러프하게 여러군데를 다닌다면 검품단은 더 집중적으로 품질 이슈를 체크한다"고 설명했다.

과일의 품질에 더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기후 상황 등에 따라 편차가 있기 때문이다. 이 바이어는 "100% 완벽한 제품을 준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그동안 쌓아온 메뉴얼을 통해 상황에 따라 좋은 상품을 선택할 확률이 높다"며 "다른 곳에 가서 과일을 구매했을 때 10번 중 2번 정도 실패한다면 이마트에서는 1번만 하는 것을 목표로 품질을 관리하고, 이 부분을 차이점으로 내세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커머스의 등장으로 유통가가 긴장하고 있다. 특히 신선식품 판매도 진행하고 있다. 1000원 딸기 등 초저가 전략으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 바이어는 "10년 정도 바이어를 하면서 최근 상황은 가격보다는 품질 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보고있다"며 "과일이든, 가공품이든 그 가격과 등급에 어울리는 가격이 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는데 룰을 깰 경우 누군가가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오프라인은 공간의 한계로 다양한 상품을 내놓을 수 없는 게 단점이지만 이런 구조 때문에 상품 선정에 심혈을 기울이고 품질 관리를 하면서 상품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며 "사전에 판매 계획을 수립해 필요한 물량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하고 새로운 품종을 지속적으로 소비자에게 소개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이마트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는 것 것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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