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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어 人사이드]고물가·왕서방 '이중고' 유통가, 품질·가격 잡기 '사활'[총론]'쩐의 전쟁' 최전선 지키는 바이어 역할 주목, 바잉 파워가 곧 경쟁력

정유현 기자공개 2024-04-25 10:08:18

[편집자주]

바이어(Buyer)는 유통업계의 꽃이라 불린다. 상품 기획력에 따라 유통가의 매출 지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최근 고물가 한파가 몰아치고 대규모 자본을 등에 업은 중국 커머스가 불을 지핀 유통가의 '쩐의 전쟁'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바이어들을 더벨이 직접 만났다. 바이어의 입을 통해 각 사별 바잉 파워를 살펴보고 실무진의 시각으로 각 사별 오프라인 강화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2일 16: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통 업계의 생존 전략의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이커머스의 등장으로 채널 간 경계가 모호해지자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한 가격 경쟁보다는 차별화된 아이템 발굴에 집중했다. 하지만 최근 고물가 한파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가격 경쟁력'이 다시 생존의 키워드로 급부상했다.

경쟁사보다 1원이라도 더 싸게 팔며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유통가의 '쩐의 전쟁'에 불을 붙인 것은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C커머스)다. C커머스는 중간 마진을 없애고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사업 모델을 통해 초저가를 구현하며 공산품, 신선식품 등으로 보폭을 넓히며 국내 업체들을 위협하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제품 기획부터 판매까지 프로세스 전반을 관리하며 가격과 품질 경쟁력 확보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는 바이어(Buyer)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바이어들은 국내 농가뿐 아니라 해외 주요 국가를 돌며 경쟁력 있는 상품을 공수하고, 협력사 관리 등을 통해 품질까지 유지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유통가의 주도권을 다시 오프라인으로 가져오기 위해 각 사별 바이어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바잉 파워 활용해 신선식품 물가 안정화 이바지

유통가의 쩐의전쟁의 최전선에는 바이어가 있다. 과일, 축산, 채소 등 각 대형마트 별로 같은 상품을 다루지만 각 사 별 담당 바이어의 상품이나 이벤트 기획력에 따라 매출이 달라진다. 이에 따라 바이어는 유통업계의 꽃이라 불린다.

제품을 기획하고 개발하고 마케팅, 물류, 판매 등을 진행하는 직군을 MD(Merchandiser·머천다이저)라고 부른다. 바이어와 MD를 혼용하거나 MD가 더 상위 개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전반적으로 국내 주요 대형마트들은 직매입을 진행하기 때문에 바이어란 명칭을 활용하고 있다.

최근 바이어가 주목을 받는 것은 시장 상황 때문이다. 금값을 넘어 '다이아몬드 사과', 대파 논란으로 대변되는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최근 유통가는 할인 판매에 더 사활을 걸고 있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국내 대형 3사의 전략은 세부적으로는 차이가 있지만 큰 틀에서는 신선식품에 힘을주고 그동안 쌓아온 바이어들의 바잉 파워(구매력)을 활용하는 모습이다.

신선 식품의 경우 기후 상황을 미리 체크해 사전에 물량을 확보하고 적정 수준의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하며 소비자들의 수요에 대응한다.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더 저렴한 제품을 확보해 기획전을 실시하며 소비자들을 오프라인으로 다시 끌어모으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올해 초 대형마트 신선식품 분야 바이어들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이마트 과일팀 바이어는 지난해 겨울 국내 귤 작황을 확인한 후 미리 대책을 세웠다. 정부에서도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귤의 대체재로 꼽히는 오렌지 할당 과세를 1월부터 인하하자 미국 캘리포니에 있는 농장으로 날아가 물량 협상에 돌입했다.

그동안 쌓아온 신뢰와 거래 관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딜이었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오렌지를 낮은 가격에 적기에 내놓으며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롯데마트도 베트남산 바나나 직수입을 확대했다. 올해 내내 한 다발에 2990원에 판매하기로 했다. 페루산 냉동 블루베리도 다량으로 들여왔다.

홈플러스도 미국산 계란을 적기에 공급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설 성수기를 앞두고 계란값이 오르자 국산보다 약 30% 저렴한 미국산 계란 112만개를 시범적으로 들여왔는데 홈플러스가 이중 1만9000판을 확보해 판매했다. 2021년부터 가성비 계란부터 프리미엄 계란까지 라인업을 확장하며 고객의 선택권뿐 아니라 물가 안정화에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커머스의 등장, '품질' 경쟁력 확보 방점

최근 유통가 바이어들의 관심사는 중국 커머스의 행보다. 공산품을 넘어 신선식품 시장까지 사업을 확대하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는 1000원 딸기 등 유통 업체들이 공급하기 어려운 가격에 신선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알리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것이고 국내 판매자가 입점해 제품을 판매하는 구조다. 초저가 마케팅을 지속하고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질수록 신뢰도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다만 모든 제품은 그에 걸맞 품질과 가격이 정해져 있다. 현재는 중국 업체들이 대규모 비용을 지출하기 때문에 손해를 보고 초저가의 제품을 공급할 수 있지만 이 가격 정책은 지속되기 힘든 구조다. 결국 초저가 전략을 유지하기 위해서 판매자들이 고객들에게 저품질의 상품을 공급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 3사들은 중국 커머스에 대응하기 위해 품질 경쟁력 강화에 더 힘을 주는 모습이다. 적정 수준의 품질을 유지하되 원가 경쟁력을 높여 가격을 낮추는 방식이다. 롯데쇼핑과 롯데마트,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 합병 등은 이 같은 고민에서 비롯된 결과다. 바잉 파워를 확대하면서 비용 효율화를 통해 가격과 품질을 동시에 잡으며 실적 턴어라운드를 도모하겠다는 의지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올해의 시장과 경쟁 상황을 보면 바이어들이 가격에 초점을 맞춰야 될 것으로 보였는다 품질이 더 중요한 시점이라고 보고 있다"며 "초기 기업의 마케팅 전쟁에 휘둘려 가격으로 단기적인 싸움을 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고객들에게 좋은 품질의 제품을 공급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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