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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기다리는 SK이노베이션]10년전 주가로 회귀…하반기 사이클에 거는 기대⑥배터리 성과, 그린 전환 전체에 영향...결국 수익성 개선이 해답

정명섭 기자공개 2024-05-09 07:35:46

[편집자주]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SK이노베이션의 재무부담을 키우고 있는 배터리 사업 이야기다. 공격적으로 투자금을 쏟아붓고 있지만 적자 터널의 끝은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멈출 수는 없다. 배터리 사업에는 SK그룹 오너가의 의지가 담겨 있어 어떻게든 SK의 미래로 키워야 한다. 더벨은 SK이노베이션과 SK온의 배터리 사업 현황과 향후 전략 등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07일 16: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역사적 저점을 향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예외가 있었던 2020년 3월을 제외하면 10년 전과 유사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하는 '파이낸셜 스토리' 관점에서 SK이노베이션은 높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파이낸셜 스토리는 재무성과에 더해 시장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목표와 실행계획을 제시하자는 개념이다. 주가가 하락했다는 건 회사의 비전이 시장과 이해관계자들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했다는 얘기가 된다.

결국 올해 주가는 길어지는 배터리 부진을 어느 선에서 통제할 수 있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회는 주요 고객사가 재고를 조정하는 올 하반기에 올 것으로 전망된다.

◇그린 전환 앵커 역할 '배터리' 흔들리자 10만원선 위협받는 주가

SK이노베이션이 정유와 석유화학, 윤활유 사업부문 등을 분할해 중간지주사로 출범한 2011년 이후 주가가 가장 낮았던 시기는 2020년 3월이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자 석유 수요가 줄고 국제 유가가 급감하면서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5만4200원까지 내렸다.

팬데믹 등의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 주가가 바닥을 다졌던 시기는 2014년 9월과 2015년 9월이다. 모두 유가와 석유화학 제품가 하락으로 이익이 감소한 때로 주가가 10만원을 하회했다. 정유와 석유화학, 윤활유 사업부문이 수직계열화를 이루다 보니 정유업황 둔화는 고스란히 주가에 흔적을 남겼다.


현재 SK이노베이션 주가는 11만원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22% 하락했다. 중간지주사 출범 이후 역대 넷째로 낮은 저점이다. 지난달 16일 한때 10만2600원을 기록, 지지선인 10만원선을 위협받기도 했다. PBR(주가순자산비율)은 어느새 1 미만으로 떨어졌다. 주가가 회사 청산가치보다도 낮게 형성돼있다는 의미다.

SK이노베이션의 새 비전인 '카본 투 그린' 관점에서 회사가 강조하는 딥체인지는 순항 중이다. 그린 사업 자산과 매출 비중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배터리·소재 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10%에서 지난해 17%까지 늘었다. 이는 정유, 석유화학 부문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핵심 캐시카우인 윤활유 매출 비중보다 약 10%포인트 높다. 자산의 경우 올 1분기에만 해외 배터리 생산기지 구축으로 유형자산이 3조원이나 증가했다.

그럼에도 주가가 좀처럼 오르지 못하는 건 수익성 탓이다. SK이노베이션은 여전히 이익 전부를 기존 사업에서 거두고 있다. 올 1분기에도 배터리와 소재 사업은 모두 적자를 기록해 이익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

배터리 사업의 성과는 단순 배터리 자체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뒷단에 있는 분리막, 동박, 실리콘 음극재 등 소재뿐만 아니라 폐배터리 재활용(BMR), 전기차 충전 등 그룹 밸류체인 내 사업들이 줄줄이 영향을 받는다.

아울러 정유와 석유화학 등에서 벌어들인 현금이 배터리에 투입되는 시기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플라스틱 재활용, 분산 발전, 수소 등의 그린 에너지 사업 전환 속도도 늦춰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SK이노베이션이 SK온을 어떻게든 살리려는 이유는 이같은 '그린 사업 확장 체계'의 지속과 관련이 있다.

재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은 그린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에 있어 앵커 역할을 하기 때문에 수익성 개선 여부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장이 듣고 싶은 이야기는 결국 '배터리 부활'

근래 정유업황 호조로 주가가 오르긴 했으나 이전 감소분을 회복할 정도로 크게 반등하진 못했다. 이는 시장이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듣고 싶은 소식은 결국 배터리 실적 회복에 있음을 보여준다.

배터리 사업은 올 하반기 중 갈림길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SK온의 고객사인 포드, 폭스바겐 등은 지난해 4분기에 배터리 재고를 쌓았다가 올해 1분기부터 이를 소진하고 있다. 이는 하반기부터 리스탁킹(재고 확충)에 나설 수 있는 시그널로 해석된다.

리튬과 니켈 등 배터리 핵심광물 가격이 하향 안정화하고 완성차업체들의 전기차 가격을 인하하는 대외 환경도 배터리 시장에 우호적이다.

다만 오는 11월에 있을 미국 대선은 전기차와 배터리 업계에 위험 요인이다. 미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보조금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했다고 보고 있다.

그룹 내부적으로는 SK온의 자생력을 키울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SK그룹은 내달 확대경영회의에서 SK㈜와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그룹사별 파이낸셜 스토리를 재점검하고 사업 재편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최 회장과 최창원 SK수펙수추구협의회 의장은 지난 3월 말 협의회 회의에서 SK이노베이션 계열사 개편과 관련한 시나리오를 보고 받았다. 여기에는 SK온-SK엔무브 합병 후 상장, SKIET 지분 추가 매각안 등이 담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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