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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ting Watch]'AA+' 복귀 무산 SK에너지, 계열사 지원 부담 '발목'3년 연속 상향 트리거 충족, 신평사들이 트리거 기준 변경

백승룡 기자공개 2024-05-22 07:07:52

이 기사는 2024년 05월 17일 15:42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에너지가 신용등급 상향 트리거를 넉넉하게 충족시켰지만, 신용평가사 측에서는 등급 조정 대신 트리거 기준을 바꿨다. 지난 2020년 말 코로나 국면에서 AA+에서 AA0로 강등된 SK에너지는 3년 반 만에 등급 복귀를 꿈꿨지만 ‘인고의 시간’이 한층 길어지게 됐다.

◇ "순차입금 대신 총차입금 줄여라"…갑작스러운 트리거 조정 이유는?

17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SK에너지의 등급변동 검토요인 지표를 ‘순차입금’ 기준에서 ‘총차입금’ 기준으로 변경했다. 현재 SK에너지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AA0(안정적)이다.

기존에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을 기준으로 2.5배 이하면 상향조정 검토, 5배 초과면 하향조정 검토였다. 이번 검토요인 변경으로 EBITDA 대비 총차입금 지표가 3배 이하면 상향조정 검토, 6배 초과면 하향조정 검토로 바꼈다.

SK에너지는 그간 연결기준 전체 차입금 규모가 4조원 안팎을 유지했지만 현금성자산이 늘어나면서 순차입금이 줄어드는 효과를 누렸다. 2020년 말 약 1조4000억원 수준이었던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말 4조원 규모로 늘었고, 이에 따라 순차입금은 2조5600억원에서 -6700억원으로 큰 폭 줄었다. EBITDA 대비 순차입금 지표도 △2021년 2.1배 △2022년 0.7배 △2023년 -0.7배 등으로 3년 연속 상향 트리거를 충족시켰다.

통상 신용평가업계에서는 총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을 뺀 순차입금 수준을 기업의 실질적인 상환 부담으로 간주한다. 나이스신용평가가 SK에너지와 같은 업종인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HD현대오일뱅크의 상하향 등급 트리거로 순차입금 지표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다만 SK에너지의 경우 최근의 순차입금 감소가 미지급금·매입채무 결제기한 조정에 따른 현금성자산 확충 영향으로, 실질적인 차입 부담 완화와 거리가 있다는 시각이다.

최재호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SK에너지는 미지급금과 매입채무의 결제기한 조정을 통해 현금흐름을 개선하고 현금성자산을 확충했다”며 “결제기한 연장에는 금융비용이 수반되는 점을 고려할 때 실질적인 채무부담 수준은 순차입금 지표 대비 더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질적인 채무부담 수준을 반영하면서 단기적인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표로 변경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출처=나이스신용평가
◇ SK온에서 SK이노베이션으로 확대된 재무 부담…다음 타깃은 SK에너지?

이번 트리거 조정으로 SK에너지의 신용등급 상향 가능성은 상당 기간 지연될 전망이다. 순차입금 지표에서 3년 연속 상향 트리거를 충족하고 있는 것과 달리, EBITDA 대비 총차입금 지표에서는 △2021년 3.2배 △2022년 1.4배 △2023년 3.8배 등으로 상향 트리거(3배 이하)를 오르내리는 등 불규칙한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기준 1.6배로 또 다시 낮아지긴 했지만, 상향 트리거를 안정적으로 충족하는 추세를 나타내기까지는 최소 1~2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SK에너지의 계열 지원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이번 트리거 조정의 주요한 배경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SK그룹에서 야심차게 이차전지 사업을 위해 출범한 SK온은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와 달리 단 한 번도 흑자를 달성하지 못했다. 올해 1분기에도 국내 배터리 업체 중에서 유일하게 전년 대비 역성장을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찍이 예정해 뒀던 기업공개(IPO) 시점이 기약 없이 늦춰지게 됐고, 대규모 투자부담 탓에 그룹의 ‘밑 빠진 독’으로 전락했다.

현재까지는 SK온에 대한 지원 부담을 중간지주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 전적으로 짊어지고 있다. 그러나 재무구조가 우량하던 SK이노베이션도 눈에 띄게 상황이 악화됐다. 지난해 총 1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채무상환으로 3500억원을 투입한 게 대표적이다. 2018년 말 3조5000억원 수준이던 SK이노베이션의 연결기준 순차입금은 지난해 말 17조원으로 5년 사이 급증했고, 올해 3월에는 글로벌 신용평가사 S&P로부터 투기등급(BB+) 강등에 처했다.

SK온의 재무 부담이 SK이노베이션으로 확대되면서 SK에너지의 지원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계열사 가운데 그나마 재무 안정성이 탄탄한 곳으로 SK에너지가 꼽히기 때문이다. 시장 안팎에서는 SK이노베이션에 대한 배당, SK온에 대한 금전대여 등의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신용평가사에서도 이 같은 가능성을 고려해 SK에너지의 상향 트리거 터치를 긍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었던 셈이다.

나이스신용평가 측은 “SK에너지가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향후 배당 여부에 따라 변동이 나타날 수 있다”며 “배당을 비롯한 제반 자금소요 정도 등을 고려해 등급결정에 반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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