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플로 모니터]현금 4조 SK에너지, 배당 재개로 'SK온 살리기' 동참할까10년 새 최대치...운전자본 투자 축소로 영업현금흐름 3조 넘어
정명섭 기자공개 2024-04-12 07:45:44
[편집자주]
기업의 안정성을 보는 잣대 중 가장 중요한 것 하나는 '현금'이다. 현금창출능력이 뛰어나고 현금흐름이 양호한 기업은 우량기업의 보증수표다. 더벨은 현금이란 키워드로 기업의 재무상황을 되짚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9일 16:52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 정유·화학 계열 9개 자회사를 거느리는 중간지주사 SK이노베이션의 최대 고민은 SK온이다. 적자에도 대규모 설비투자를 이어가고 있어 신용 공동체인 SK이노베이션까지 재무 부담이 커지고 있다.SK이노베이션이 계열사별 사업 조정을 검토하기 시작한 건 이 때문이다. SK엔무브-SK온 합병,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지분 추가 매각, 정유·석유화학 계열사 지분 매각 등이 SK온 지원을 위한 여러 전략적 방안으로 거론된다.
다음 관심은 SK이노베이션이 자회사들로부터 다시 배당을 받아 SK온을 지원할지 여부다. SK이노베이션이 지분 100% 보유한 SK에너지는 한때 1조원의 배당금을 안겨준 계열사였다. SK에너지는 운전자본 조정과 호실적 등으로 역대 가장 많은 현금을 축적한 상황이다.
◇SK에너지 현금성자산 4조원, 10년 새 최대
SK에너지가 최근 공시한 2023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연결기준 회사의 현금성자산은 4조470억원이다. 2022년 말 대비 1조7912억원 늘어난 수치다. 현금이 차입 규모를 넘어서면서 작년 말을 기점으로 순차입금은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SK에너지의 현금성자산이 4조원을 넘어선 건 최근 10년 새 처음이다. 이전에 정유업 호황으로 SK에너지가 1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거둘 때에도 현금성자산은 최대 2조원대였다.
역대 가장 많은 현금을 쌓을 수 있었던 요인은 운전자본 조정에 있었다.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은 줄이고 매입채무는 늘리는 등의 운전자본 투자 축소 활동으로 현금흐름이 크게 확대됐다.
재고자산의 경우 7196억원 감소분이 영업활동현금흐름에 계상됐다. 매입채무 증가분은 2조3088억원이었다. 매입채무는 원재료 등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채무로 당장 현금이 빠져나가는 게 아니라 단기간에는 현금흐름표상 플러스(+)로 잡힌다. SK에너지는 유가 흐름이 안정적인 편이었던 지난해 운전자본 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것으로 분석된다.
준수한 실적도 한몫했다. SK에너지의 지난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8928억원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가와 정제마진이 가파르게 상승했던 2022년에 거둔 EBITDA(3조862억원)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다만 2018년과 2019년, 2021년에 7000억~1조1920억원 수준의 EBITDA와 비교하면 평균 수준의 이익 규모로 평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2022년 말 9739억원이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작년 말 3조3349억원을 기록했다.
그사이 큰 규모의 자본적지출(CAPEX)은 없었다. SK에너지는 2019년 약 2년간 감압 잔사유 탈황공정(VRDS) 투자에 1조원가량 투입한 이후 연간 3000억~4000억원 정도를 설비투자에 쓰고 있다. 작년 CAPEX는 4680억원이었다.
이를 차감한 SK에너지의 잉여현금흐름은 2조8669억원이었다. 이 또한 최근 10년 사이에 가장 높은 규모다.
◇한때 배당금 1조원…배당 재개로 'SK온 지원' 동참 여부 주목
SK에너지의 현금흐름이 나아지면서 2020년까지 집행한 배당을 재개할지 관심이 쏠린다. SK에너지는 2017년 1조원, 2018년 9500억원, 2019~2020년에 각각 3000억원대의 배당금을 SK이노베이션에 지급했으나 2021년부터 중단했다.
비슷한 시기 SK지오센트릭,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등도 배당금 지급을 중단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계열사의 독립 경영 강화와 친환경 포트폴리오 전환이다.
SK에너지는 그룹 내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높은 정유사다. 사업 전환 여부가 SK그룹 또는 SK이노베이션의 '넷제로' 달성에 큰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SK에너지가 추진 중인 친환경 부문 신사업은 친환경 연료전환, 주유소 연료전지 분산발전, 전기차 충전 서비스 등이다.
그러나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작년 말에 부임한 이후 SK그룹의 모든 투자는 원점에서 재검토되고 있다. 기존에 투자가 확정된 프로젝트들도 예외없이 조정되고 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SK온의 경쟁력 강화를 제1 과제로 내세우고 있어 계열사들로부터 현금을 거둬들이는 방안을 다시 고려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K에너지 등의) 배당 재개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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