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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해운사 사이클 점검]부침없는 매출, 파고 높이는 외풍 '폴라리스쉬핑'⑫벌크선 중심·장기계약에 탄탄한 실적, 낮아진 채무부담…위기 탈출 재료는

허인혜 기자공개 2024-06-05 07:44:38

[편집자주]

외부의 파도에 흔들리지 않는 산업이 어디 있겠느냐만 해운업은 특히 파고에 크게 휩쓸리는 업종이다. 호황기와 불황기라는 거대한 사이클 속 유가 흐름과 국제 정세 등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 결국 해운사의 명운은 호황기에 얼마나 곳간을 쌓고 불황기를 어떻게 잘 헤쳐나가느냐에 달렸다. 선제 대응은 기초 체력이 있어야 가능한 법, 중견 해운사들이 불황기 대응에 더 고심하는 이유다. 해운업 불황기 초입에 들어선 지금 더벨이 중견 해운사들의 현황과 사이클 대응 방안, 앞으로를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03일 17: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폴라리스쉬핑은 지난해 예비입찰에 약 20곳의 매수 희망자가 러브콜을 보낼 만큼 매력적인 매물로 꼽힌 곳이다. 벌크선 주력과 장기 화주 계약으로 안정적인 매출액을 올리는 선사인 데다 걸림돌로 여겨졌던 부채비율도 낮추면서 인기를 끌었다.

그만큼 폴라리스쉬핑은 불황기의 부침이 크지 않은 곳이다. 불황을 피한 대신 지난해부터 법적 리스크 등으로 부담감이 늘었다. 다만 폴라리스쉬핑이 지속적으로 이어온 유형자산 투자와 그에 따른 선단 최신화 등이 경쟁력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벌크선·장기 계약, 조단위 안정적인 매출

폴라리스쉬핑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정적인 매출액이다. 벌크선 주력 선사이자 장기 계약을 주로 맺었다. 팬데믹 이전에는 한해 8000억~9000억원, 팬데믹 이후에는 지난해를 포함해 1조원이 넘는 매출액을 3년간 지속할 만큼 부침없이 안정적인 매출액을 냈다. 컨테이너선 중심인 다른 중견 해운사들은 폴라리스쉬핑의 비교군이 되지 못할 만큼 등락폭이 컸다. 벌크선·탱커선 중심인 선사들에 비해서도 변화 폭이 작았다.

매출액 추이를 보면 2018~2019년까지는 각각 9050억원, 8900억원, 8300억원을 벌어들였다. 2021년부터는 매출액 1조 클럽에 들면서 2021년 1조300억원, 2022년 1조4000억원, 2023년 1조237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마찬가지로 큰 변화가 없었다. 2022년 2480억원, 지난해 말에는 2282억원으로 나타났다.

매각이 활발히 언급되던 지난해와 올해 초에도 시장은 폴라리스쉬핑의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장점으로 꼽았다. 안정적인 실적이 이어진 배경은 장기계약이다. 주요 화주는 브라질의 '발레(VALE)'다. 세계 최대 철광석 수출업체로 폴라리스쉬핑 매출의 70%를 책임진다. 포스코와 한국남동발전, 한국동서발전과 현대글로비스도 장기 화물운송 계약 화주로 명시돼 있다.


◇채무부담 컸던 폴라리스쉬핑, 비율은 낮아지는 중

매출액은 안정적이지만 채무 부담도 상당하다. 다만 창출된 현금과 유형자산 처분 자산을 차입금 상환 등에 쓰면서 순차입금 규모와 부채비율은 줄어드는 추세다. 순차입금은 1조8400억원으로 한해 매출로 벌어들이는 돈보다 빌린 자금 규모가 더 크다. 부채비율은 331%, 자산총계에서 총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69.74%다. 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사실상 무차입 경영에 들어선 다른 중견 해운사들과는 다른 양상이다.

부채비율이 1544%까지 치솟았던 2019년 대비 하락한 수치다. 폴라리스쉬핑은 2019년 상반기만 해도 부채비율이 600%대에서 관리됐다. 감안할 만한 점은 부채비율이 급격히 높아진 시기 폴라리스쉬핑이 돈을 써야만 했던 단기 이벤트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초대형 광탄석 운반선(VLOC) 도입 등이 대표적이다.

채무 부담이 커진 이유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이어진 대규모 유형자산 투자 때문이다. 유형자산 투자 추이를 보면 2016년 836억원이던 유형자산 취득액은 2017년 3090억원, 2018년 4376억원, 2019년 1679억원, 2020년 4422억원, 2021년 3636억원으로 나타났다. 25년 이상의 운송계약 등 장기 약속이 많다는 점도 차입금을 크게 줄이지 못하는 이유다. 유형자산 투자가 주기적으로 일정 규모 이상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유형자산 처분과 차입금 상환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그리스 선주 테나마리스와 체결한 벌크선 4척 판매가 대표적이다.
32만5000 DWT급 VLOC 4호선. 사진=폴라리스쉬핑

◇배임 수사 진행중…최신형 선단 경쟁력은 유지

삼정회계법인은 이달 공시한 감사보고서를 통해 주의를 기울여야할 강조사항으로 대표이사 배임혐의와 특수관계자와의 주요 거래, 지배회사인 폴라에너지앤마린의 유상증자 추진 등을 기술해 뒀다. 배임혐의 조사결과 및 항소 재판(업무상과실선박매몰 및 업무상과실치사사건) 진행결과로 인해 연결회사의 연결재무제표에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할 가능성도 명시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폴라리스쉬핑의 각자 대표이사 2인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30일 밝혔다. 회사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지주사 폴라에너지앤마린에 대여하는 방식으로 500억원 가량을 제공했다는 혐의다. 2022년 5월 이사회에서 가결된 '금전소비대차 계약 체결의 건'과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 폴라리스쉬핑은 법무팀을 중심으로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답하고 공식적인 입장은 아직 내놓지 않았다.

폴라리스쉬핑이 갖춘 이점이 많다는 점에서 미래를 속단하기는 어렵다. 유형자산 투자로 채무 부담을 늘렸다는 건 그만큼 선단에 최신형 배를 많이 들였다는 의미다. 선단 규모는 그대로지만 유형자산 투자는 계속됐고 보유 선박의 장부가액은 확대됐다. 그만큼 노후 선박은 은퇴했고 새 선박이 자리를 채웠다고 해석할 수 있다.

폴라리스쉬핑의 선박 장부가액은 한해 수천억원 수준의 유형자산 취득을 이어가기 전인 2016년 1조551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선박 장부가액은 2조4040억원까지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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