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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해운사 사이클 점검]주택사업으로 돈 번 대한해운, 그룹 지원의 부담감⑩1분기 주택사업 엑시트 반영…추가 진출·계열사 차입은 부담

허인혜 기자공개 2024-06-03 14:03:32

[편집자주]

외부의 파도에 흔들리지 않는 산업이 어디 있겠느냐만 해운업은 특히 파고에 크게 휩쓸리는 업종이다. 호황기와 불황기라는 거대한 사이클 속 유가 흐름과 국제 정세 등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 결국 해운사의 명운은 호황기에 얼마나 곳간을 쌓고 불황기를 어떻게 잘 헤쳐나가느냐에 달렸다. 선제 대응은 기초 체력이 있어야 가능한 법, 중견 해운사들이 불황기 대응에 더 고심하는 이유다. 해운업 불황기 초입에 들어선 지금 더벨이 중견 해운사들의 현황과 사이클 대응 방안, 앞으로를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30일 14: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해운은 올해 1분기 예년대비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발틱운임지수(BDI)가 반등하면서 벌크선과 탱커선 중심인 해운사들의 실적 상승은 예상된 바지만 대한해운은 다른 사업에서 꽤 높은 비중의 수익을 냈다. 주택사업이다.

대한해운은 주택사업에 진출하며 해운 업황 사이클에 더해 주택시장까지 눈여겨 봐야 했다. 앓던 이였던 주택분양 사업은 일단 수익을 냈고 영업이익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컸다. 다만 기타 사업에서 수익을 내기까지 진통이 길었고 사업목적에 포함된 만큼 재진출 가능성도 있다. 주요 캐시카우 계열사인 만큼 다른 계열사 지원에 따른 부담도 짊어지는 중이다.

◇산고 끝 주택사업으로 돈 번 대한해운

대한해운은 한때 컨테이너선 매출이 탱커선을 넘겼지만 현재는 컨테이너선 비중을 낮췄다. 2021년부터는 유의미한 영업이익이 보이지 않는다. 벌크선과 계열사 대한해운LNG를 통한 LNG선 사업, 탱커선 사업의 비중을 높였다.

운항 외의 사업으로도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2017년 1월 주택건설사업 승인을 받은 뒤 오송바이오폴리스지구 주택 분양사업에 시행사로 참여하는 등 건설 부문에 발을 들였다. 2018년 청주 오송 동아 라이크 텐 분양사업을 공식화했다.


주택 분양사업 진출은 7년 만에 결실을 맺고 올해 1분기 실적에 반영됐다. 1분기 대한해운은 전년동기 대비 개선된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연결기준 전년 동기 대비 45.2% 늘어난 5152억원을,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11.5% 늘어난 1267억원을 나타냈다. 독특한 점은 영업이익의 구성이다. 벌크선이 214억원, LNG선이 383억원, 탱커선이 103억원을 남겼다.

남은 영업이익은 기타부문에서 나온다. 515억원을 기타부문에서 벌었다. 지난해 이 항목의 영업이익은 48억원으로 집계됐다. 대한해운은 IR보고서를 통해 '시황개선 및 주택 분양 실적 반영'으로 영업이익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오송바이오 융복합산업지구 아파트 분양사업의 실적 덕분이다.

515억원의 수익이 SM그룹과 대한해운의 입장에서 효율적인 수확이었는 지는 따져봐야할 문제다. 임대사업 진출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뚝 떨어졌었기 때문이다. 2018년 3월 7일 3만2750원이던 주가는 다음달과 9일 각각 -6.63%, -5.12% 하락해 2만8750원이 됐다.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걸었다. 현재 주가는 2180원 수준이다. 2020년 10월 액면분할로 유통주식수를 10배로 불린 데 따라 주당 액면가도 10분의 1로 줄었으나 단순히 계산하면 이전의 주가는 회복하지 못했다.

◇계열사 부양 부담…대한해운LNG 매출액 확대 중

SM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대한해운은 SM상선과 마찬가지로 계열사 부양의 부담도 짊어지고 있다. 주택분양 사업에 뛰어든 것도 건설과 해운이 양대 사업인 SM그룹의 사정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오송지구는 SM그룹 계열사인 동아건설산업과 우방이 시공사로 참여한 바 있다.

특수관계인에 대한 자금대여 공시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이미 집행한 대여금의 만기연장 등이다. 대한해운에 240억원, 미화 2000만달러, 190억원 등의 대여기간을 연장했다. 이율은 6% 수준이다. 작년 말을 기준으로 대한해운LNG에만 모두 3108억원을 차입해줬다.

유형자산과 계열사 부양으로 창출하는 현금은 줄곧 소진되고 있다. 현금성자산은 2019년 이후 1000억원 이상으로 유지 중이지만 순차입금의 규모는 1조원대 후반에서 2조원대를 오가는 중이다.


대한해운LNG의 매출액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위안이다. 1분기 사업부문 매출 비중 중 LNG선이 차지하는 비율은 45%다. 매출액은 2020년 766억원에서 이듬해 1800억원으로, 2022년 3334억원, 2023년 3675억원으로 늘었다.

SM그룹은 여전히 대한해운과 SM상선을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꼽는 것으로 보인다. HMM 인수 도전 실패로 한때 해운 계열사 매각도 언급된 바 있다. 우기원 SM그룹 부사장도 최근까지 그룹 해운부문장 자리를 지키다 물러났다.

하지만 SM그룹이 SM상선이나 대한해운을 매각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SM그룹의 해운사들은 돈을 버는 만큼 활용도가 높다. 캐시카우를 넘어 경영 수업과 승계의 키로도 쓰일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우 부사장이 직책만 내려놨을 뿐 실무에서 손을 뗀 것은 아니라고 봤다. 오너리스크가 발생하면서 후계자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잠시 물러나도록 했다는 이야기다. 우 부사장은 지난해말까지만 대한해운의 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는데 임원에서 빠진 올해도 실무는 지속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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