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6월 11일 07: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7일 폐막한 '컴퓨텍스2024'에선 대만이 파운드리(위탁생산) TSMC를 중심으로 반도체 설계와 후공정 각 분야에서 건강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음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26조원 반도체 산업 종합지원프로그램'의 핵심 역시 대만처럼 국내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를 키우자는 것이다. 모바일 AP 점유율 1위 팹리스인 미디어텍, 세계 1위 후공정 기업인 ASE 등 세계 정상 기업이 탄탄하게 지탱하는 생태계를 국내에도 만들어보자는 의지가 담겨 있다.그런데 정부가 내놓은 대책을 살펴보면 ‘반도체 생태계 펀드’ 외에는 사실상 직접 투자의 내용은 거의 없고 대출과 세제지원이 주를 이룬다. 반도체 생태계 펀드는 유망한 팹리스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것인데 기업에 직접 돈이 유입될 수 있는 방안이 나온 것은 지금까진 이것밖에 없는 듯하다. 또 정부는 펀드가 1조원 규모로 크게 조성된다고 강조했지만 정말 이것만으로 충분할까.
인공지능(AI) 팹리스가 칩을 설계한 뒤 양산 단계에 들어가려면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한국의 엔비디아'를 꿈꾸는 팹리스 스타트업 리벨리온은 창업 4년여만에 1650억원을 자본시장에서 조달했다. 그만큼 양산과 연구·개발(R&D), 인재 영입 자금이 많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또 정부는 팹리스와 소부장 업계를 고르게 성장시킨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면 투자금은 분산될 수밖에 없고 개별 기업에 투입되는 직접 투자 자금은 적어질 수밖에 없다. 일단 팹리스만 놓고 봐도 한국팹리스산업협회에 등록된 팹리스만 100곳이 넘는다. 반도체 소부장 업계 한 대표는 "26조원 중 직접 투자 펀드 규모가 1조원이란 건 굉장히 적은 수준"이라며 "대만도 직접 지원보다 간접적 세제혜택 지원을 많이 하는데, 대신 대만은 훨씬 큰 금액의 직접적인 투자가 스타트업이나 중소벤처기업에 이뤄진다"고 말했다.
아직 영세한 팹리스와 소부장 중소·벤처기업을 키우려면 과감한 대책이 필요하다. 민간 펀드가 활발해지면 사고파는 M&A 등을 통해 팹리스·소부장 기업들의 대형화를 유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넘어 R&D 질을 높일 수 있게 직접 투자가 많아져야 한다. 반도체는 진화한다. 이에 맞춰 소재도, 부품도, 장비도 모두 미래 시장을 바라보고 과감한 R&D, 투자를 단행해야 대만을 따라잡고 시장 선점도 노릴 수 있다.
추후 정부는 지원 방안을 더 구체화해 발표한다고 한다. 민간펀드 활성화, 국책과제 질 강화 등을 비롯해 팹리스와 소부장 기업에 대한 직접 투자로 이어질 현실적이면서도 과감한 대책이 보완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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