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6월 07일 07: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980년대생 최고경영자(CEO), 30대 임원…'최근 몇 년간 정기 임원인사 시기에 매번 거론된 키워드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역동적으로 대응 가능한 조직을 구축하기 위해 '세대교체' 카드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이랬던 트렌드가 지난해 말 인사철에서는 사뭇 달랐다. 역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한 뒤 옅어져 가던 인물이 연이어 돌아왔다. 이른바 '올드보이의 귀환'이다.
이석희 SK온 대표(SK하이닉스 출신), 이윤태 LX세미콘 대표(삼성전기 출신), 한명호 LX하우시스 대표(LG하우시스 출신), 한상범 LX세미콘 사외이사(LG디스플레이 출신) 등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그룹 내 굵직한 계열사 수장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방점은 지난달 7년 만에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으로 복귀한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이 찍었다. 전 부회장은 삼성전자 메모리 역군 중 한 명이다.
그는 2017년 삼성SDI 대표를 부임한 뒤 2022년 최윤호 대표에 자리를 내줬다. 이때부터 요직에서 서서히 물러나는 듯 했으나 작년 말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부임한 데 이어 이번에는 반도체 수장으로 금의환향했다.
인사코드 전환의 표면적인 이유로는 불확실성 증대가 꼽힌다. 코로나19 국면을 거치면서 어느 때보다 예측이 어려운 경영환경이 펼쳐졌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경험이 풍부한 인재를 배치했다. 역사적으로도 비상상황 시 재계에서 올드보이가 구원투수로 등판하는 일은 심심찮게 벌어졌다.
하지만 전례 없는 부진을 겪은 삼성전자 결정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전 부회장 전임인 경계현 사장의 거취에 대해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여러 하마평이 오갔다. DS부문 적자 여파로 경 사장 대신 사업부장급의 승진, 계열사 사장 이동 등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결과적으로 선배인 전 부회장이 대체자가 된 셈인데 이를 두고 마땅한 후계자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디바이스익스피리언스(DX)부문 역시 한종희 부회장의 뒤를 이을 적임자 부재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일련의 귀환 러시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될지 아직 알 수 없다. 1960년대생 늦깎이 신임 대표들은 각 분야에서 잔뼈가 굵다는 장점만큼이나 현장 공백, 떨어진 동력 등이 단점으로 부각된다. 반년의 시간이 흐른 현재까지는 큰 변화가 느껴지지 않고 있다.
취임사를 통해 "저는 부문장인 동시에 여러분의 선배다. 삼성 반도체가 우리 모두의 자부심이 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다짐한 한 올드보이의 다짐이 실현되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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