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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 Blue]에스앤에스텍, 'EUV 펠리클 경쟁' 승기 잡을까경쟁사 에프에스티 대비 주가 부진, 연내 양산진입 여부 '관건'

조영갑 기자공개 2024-06-13 09:00:29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0일 18:10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ow It Is Now

국내 주요 반도체 블랭크마스크 제조사 에스앤에스텍의 주가 흐름이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의아한 점은 모든 지표가 양호함에도 불구하고, 1년 새 주가가 지속적으로 우하향세를 걷고 있다는 점입니다. 에스앤에스텍은 지난해 극심한 반도체 다운사이클 여파 속에서도 2022년의 매출을 뛰어넘어 매출 1503억원, 영업이익 250억원의 호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률은 16.66%로 치솟았죠.

비수기로 분류되는 1분기 역시 매출액 418억원, 영업이익 74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1분기 대비 약 20% 수준의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글로벌 1위 점유율로 추정되는 디스플레이 부문의 블랭크마스크 출하가 늘었습니다. 고성능 D램 등의 재고소진이 주춤한 가운데 기존 레거시 반도체 공정 상에서 소모품인 블랭크마스크의 출하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매출에 보탬이 된 걸로 보입니다.

하지만 통상 실적 베이스로 훨훨 날아야 할 주가 흐름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1년 주기 그래프를 한번 살펴보죠. 지난해 7월 14일 6만3900원의 52주 신고가를 찍은 후 진폭은 있었지만, 완연하게 우하향 곡선을 그렸습니다. 10월 31일에는 3만7500원으로 신저가를 찍었네요. 이후 기저효과로 주가가 급등하는 구간도 있었지만 1년 구간으로 보면 주가는 지속적으로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1년 전 시총 대비 약 40%가 빠진 상황입니다. 현재 시가총액은 8300억원 수준입니다.

반면 현재 EUV 펠리클 시장에서 치열하게 양산 개발 경쟁을 하고 있는 에프에스티의 주가는 에스앤에스텍과 완연하게 다릅니다. 에프에스티는 지난해 10월 에스앤에스텍과 마찬가지로 최저점(1만7330원)을 찍은 이후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4월을 기점으로 무서운 기세로 상승세를 타고 있네요. 10일 장중 신고가(4만450원)를 기록했네요. 시총은 8561억원으로, 에스앤에스텍을 뛰어넘었습니다.

EUV 펠리클의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두 회사의 그래프가 엇갈리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에스앤에스텍은 다시 승기를 잡을 수 있을까요?



◇Industry & Event

에스앤에스텍은 포토마스크의 원재료가 되는 블랭크마스크의 명가입니다. 경북대학교 반도체공학 박사를 수료하고, 피케이엘 대표이사를 지낸 정수홍 대표가 2001년 설립했죠. 당시 에스앤에스텍은 국내 최초로 반도체용 바이너리 블랭크마스크를 개발, 상용화하면서 일본이 장악하던 시장에 균열을 냈습니다.

주력 제품은 역시 블랭크마스크입니다. 블랭크마스크는 웨이퍼에 회로의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도와주는 도화지 역할을 합니다. 투명한 유리판인 석영(쿼츠)에 금속막과 감광막을 승막(도포)해 만들죠. 여기에 회로패턴을 형상화하면 웨이퍼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포토마스크가 됩니다. 그동안 이 블랭크마스크는 일본의 호야, 울코트, 아사히글라스 등 유리를 다루는 회사들이 과점체계를 구축하고 있었습니다. 국내에서는 에스앤에스텍이 선구자 격이라고 보면 됩니다.

에스앤에스텍의 최근 행보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EUV 펠리클입니다. 에스앤에스텍은 2019년 일본 정부의 화이트 리스트 제재 이후 EUV 펠리클 양산을 목표로 현재까지 R&D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펠리클은 웨이퍼에 패턴을 새기는 노광공정 상에서 파티클로부터 포토마스크를 보호하는 소모품입니다.

소모품이라고 하지만, 개당 가격이 2000만원에서 비싸게는 1억원까지 육박하는 고부가가치 제품입니다. 극자외선 공정은 빛 반사를 통해 노광을 진행하는데 이 과정에서 광원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포토마스크를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투과율 이슈가 핵심입니다. 에스앤에스텍과 경쟁사인 에프에스티는 90% 이상의 하이엔드급 투과율을 달성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제 양산 진입만 남은 셈이지요.

EUV 펠리클
삼성전자가 첫 고객사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삼성전자는 EUV 공정 개발을 공식화한 후 에스앤에스텍(2020년)과 에프에스티(2021년)에 지분 투자를 하면서 펠리클 개발에 합을 맞추고 있습니다. 에스앤에스텍의 경우 삼성전자가 유상증자 신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총 659억원을 투자, 현재 2대주주(8%)로 등재돼 있습니다. 에프에스티 역시 2021년 삼성전자가 430억원 가량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 현재 삼성전자와 2대주주(7%)로 한 배를 타고 있습니다.

문제는 양산 진입입니다. 양사는 약 5년 간 개발을 지속하고 있지만, 아직 삼성전자의 퀄(품질인증)을 획득하지는 못한 상태입니다. 즉 양산 수준의 EUV 펠리클 생산에는 도달하지 못했다는 이야기죠. 삼성전자가 EUV 노광장비 독점 메이커인 네덜란드 ASML과 R&D 센터를 짓기로 하면서 에스앤에스텍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에스앤에스텍은 2022년 용인 등지에 EUV 펠리클 양산을 위한 신규공장을 신축하겠다고 공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종료 기간이 내년 말로 잡혀 있어 시점이 명확하지 않다는 비판도 뒤따릅니다. 사업, 재무 등 지표가 양호함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좀체 반등 시점을 잡지 못하는 것은 이런 '피로감'이 한몫 했다는 분석입니다.

대신 경쟁사인 에프에스티가 에스앤에스텍 이탈층을 흡수하면서 다른 그래프를 보여주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에 에스앤에스텍의 주력 제품이 펠리클이 아닌 블랭크마스크라는 점도 투심에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반도체 펠리클 생산에 대한 업력은 에프에스티가 상대적으로 더 깊다"고 강조했습니다. 펠리클 개발에 대한 노하우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죠.

하지만 에스앤에스텍 역시 자신감은 충만한 상황입니다. 올해 안에 신규공장을 구축하고, 양산 시장에 선진입하겠다는 복안입니다. 시장에서 회자된 스케줄은 7월 공장 완공, 연내 양산진입입니다. 일정대로 된다면 에스앤에스텍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EUV 펠리클 양산 개발에 성공하는 제조사가 됩니다. 기업가치 상승은 두 말할 나위가 없겠죠?

◇Market View

에스앤에스텍을 조명한 증권사 리포트는 많지 않지만, SK증권이 가장 적극적으로 시장에 딜리버리하고 있습니다. 이동주 연구원은 올해 초 "블랭크마스크, 공급자 우위"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EUV 최선단 공정 가동이 빠르게 회복되면서 관련 장비 투자도 재개되고 있는데, 향후 에스앤에스텍의 실적과 연동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연구원은 "EUV 펠리클 양산 제품화는 끝났고 EUV 블랭크마스크는 디펙트 컨트롤에서 개선을 보이고 있다"면서 "2025년은 3nm(나노미터) 공정 생산 확대, 2nm 양산 등 EUV 관련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신규 업체 선정을 통한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올해부터 중요해진다. 본격적인 성과가 하나 둘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습니다.

최선단 EUV 공정 투자가 시작되는 상황에서 에스앤에스텍이 신속하게 양산 단계에 진입해 공급망(삼성전자)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는 논리입니다. 에스앤에스텍에 투자하고 있는 투자자들이 오매불망 바라는 사안이기도 하죠.

◇Keyman & Comments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로 무역분쟁 리스크가 고조되던 지난 2021년, 더벨은 에스앤에스텍 본사를 찾아 EUV 펠리클 등의 국산화 노력을 취재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당시 연구소를 이끌던 신철 부사장(퇴임), 허진구 상무(현 전무), 승병훈 수석연구위원(현 전무), 김용대 김용대 책임연구원(현 연구소장) 등 핵심 인력과 두루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당시 EUV 펠리클 프로젝트를 이끌던 신 부사장은 "펠리클 개발의 출발은 다소 늦었지만, 자체 연구소의 역량과 정부의 지원 등을 토대로 매우 빠른 속도로 양산단계에 진입하고 있다"면서 "ASML과의 공정 테스트를 거쳐 내년께 투과율 90% 수준의 시제품을 출시하고, 2023년께 고객사 양산라인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투과율 등 목표치는 달성했지만, 고객사 투자 스케줄로 인해 이 타임라인은 다소 지연되고 있습니다. 에스앤에스텍은 올해 양산 진입을 자신하고 있습니다.

CFO(최고재무책임자)를 맡고 있는 허진구 전무와 다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허 전무는 아큐텍반도체를 거쳐 2003년부터 에스앤에스텍에 몸 담은 공신 중의 공신입니다. 창업 초기부터 정수홍 대표를 보좌하면서 회사의 곳간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허 전무는 출장 와중에 기자와 통화를 나눴습니다. 핵심만 물었습니다. 시장 초미의 관심사인 양산 진입 시기입니다. 시장에 유포된 사실대로 올해 양산 진입이 가능한지 말입니다. 허 전무는 예상대로 말을 아꼈습니다. 다만 현재 용인 등지에 투자되고 있는 양산공장은 스케줄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허 전무는 "7월 완공, 연내 양산 소식이 어떻게 시장과 일부 언론에 유포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스케줄대로 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7월을 특정할 순 없지만 EUV 양산 공장 역시 하반기 완공될 거라는 이야깁니다. 다만 고객사의 퀄을 전제로 한 양산 진입은 고객사와의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진척도를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순리대로 가고 있다고만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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