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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 선 KCGI 행동주의]명분만 된 행동주의, 결국 실리 다 챙겼다①한진칼·DB하이텍 등 실속파 면모 과시, '상황 따라 이율배반적' 지적도

남준우 기자공개 2024-08-29 08:04:36

[편집자주]

KCGI는 국내에서 이례적으로 '행동주의'를 표방하던 사모펀드(PEF) 운용사다. 하지만 언제나 수익을 추구하는 PEF 운용사답게 실속은 확실히 챙겨왔다. 다만 행동주의라는 명분 하에서 때로는 이율배반적인 모습도 보이며 시장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어느덧 3조원 수준으로 운용자산이 커진 만큼 이제는 변화의 기로에 섰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강성부 대표도 이 점을 인식했는지 '바이아웃 펀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더벨에서 변화에 직면한 KCGI의 현주소에 대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26일 13: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CGI는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의 약자다. 지배 구조가 취약하거나 문제가 있는 기업의 지분을 사들여 경영에 참여하는 일명 '주주행동주의'를 지향하는 사모펀드(PEF) 운용사다.

하지만 PEF 운용사의 최대 목표는 역시나 최대 수익 달성에 있다. KCGI는 한진칼과 DB하이텍 투자 등에 있어 처음에는 행동주의 카드를 꺼내들었어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실속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높은 수익률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확인하며 꾸준히 성장하더니, 어느새 운용자산(AUM) 3조원이 훌쩍 넘는 대형 하우스로 커졌다. 규모가 커진 만큼 이제는 행동주의를 고집하기보다는, 좀 더 다양한 방향성을 두고 고민해야할 시기라는 평가다.

◇한진칼 분쟁, 행동주의는 실패했지만 실리는 챙겨

KCGI는 LK투자파트너스 출신인 강성부 대표가 2018년 설립한 PEF 운용사다. 사명에서 드러나듯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증대를 사업 목표로 표방했다. 투자자가 기업의 다양한 경영 현안에 대한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행동'해 이익을 추구하는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했다.

2019년 대한항공이 오너 일가가 일으킨 '땅콩 회항', '물컵 갑질' 사건 등으로 여론이 악화되자 지분을 취득하며 시장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반도건설과 조승연 전 대한항공 부사장(개명 전 조현아)이 가세한 3자 주주연합이 구성되면서 경영권 분쟁을 본격화시켰다.

다만 이때 행동주의의 진의에 대한 의구심을 받기 시작했다. 재벌 경영 문제점을 비판하며 경영 참여를 선언했다. 하지만 정작 비판의 대상이었던 조 전 부사장과 손잡은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3자 주주연합은 꾸준히 지분을 매입했으나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선언하면서 관련 상황은 급변했다. 산업은행이 한진칼에 8000억원을 투입하고 대한항공은 그 자금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이 분쟁 상대였던 조원태 회장의 우군이 된 셈이다.

3자 주주연합은 극심하게 반대하며 법원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결국 기각됐다. 행동주의는 실패했지만 KCGI는 실리를 챙기며 분쟁을 끝냈다. 보유 지분을 호반건설에 매도했는데 두 배 이상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오너 리스크 지운 현대엘리, 거버넌스 개선 '부족' 평가

이후에도 KCGI의 행동주의 행보는 시장에서 상반된 평가를 받아왔다.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본연의 목적보다는 엑시트 수익률 등 실리만 챙기면서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주를 이룬다.

현대엘리베이터와 DB하이텍이 대표적이다. KCGI는 KCGI자산운용을 통해 작년 8월 현대엘리베이터 이사회에 현정은 전 회장의 사내이사직 사임 등의 내용을 담은 공개주주서한을 보냈다. 당시 쉰들러홀딩스와의 소송전으로 인해 오너 리스크가 불거질 때였다.

현대엘리베이터는 PEF 운용사 H&Q와 손잡으며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지주사인 현대네트워크가 발행한 CB와 EB, 그리고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등을 H&Q가 사들이며 3000억원을 조달했다. 이 과정에서 현 회장도 사내이사직을 내려놓았다. 그럼에도 KCGI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반면 DB하이텍은 정반대였다. KCGI는 작년 6월 DB하이텍의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담은 주주서한을 제출했다. DB하이텍이 팹리스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하고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이 지주사 전환을 피하기 위한 목적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KCGI의 지속적인 압박이 진행되자 지주사격인 DB Inc.는 KCGI 보유 지분을 당시 종가보다 약 12% 높은 6만6000원에 매수해줬다. 다만 DB하이텍의 지배구조가 크게 바뀐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KCGI는 '우호적인 거버넌스 개선의 모범 사례'라는 평가를 내렸다.

한 시장 관계자는 "행동주의 펀드도 결국에는 펀드 레이징을 통해 투자자의 자금을 운영하는 곳인 만큼 수익률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펀드 규모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행동주의만 고집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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